상단영역

본문영역

"잠 못 드는 한국인들, 약 10만 명 수면제 중독" : BBC가 분석한 한국의 '수면 부족 현상'과 그 이유

한국은 인적 자원을 착취하며 과도하게 노동력에 의존하는 국가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게티 이미지/BBC 홈페이지

어쩌면 자도 자도 졸린 게 게으른 내 탓이 아니라, 자도 자도 충분하지 않은 우리의 수면시간 때문인 지도 모르겠다. ″한국은 세계에서 수면 시간이 부족한 나라 중 하나로, 이 현상은 한국인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BBC의 보도다.

BBC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강남에서 수면 클리닉을 운영하는 수면 전문 정신과 의사 이지현 씨는 잠에 들기 위해 하루에 20알가량의 약을 복용하는 환자도 있다고 전했다. ”잠에 드는 데 보통 시간이 들기 마련이지만, 일찍 잠들기를 원하는 한국인들의 특성상 약을 복용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약 10만 명의 한국인들이 수면제에 중독되었을 만큼 ‘수면제 중독’은 한국에 널리 퍼진 고질병이다. 이 박사에 따르면 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울고 있지만 여전히 (진료실에 들어서며) 한 줄기의 희망의 끈을 잡고 있다”고. 그는 해당 사실을 전하며 ”무척 슬픈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d3sign via Getty Images

인력 착취가 과로, 스트레스, 수면 부족으로 이어져

 

잘 알려져 있듯, 한국은 세계에서 수면이 가장 부족한 국가 중 하나이자 자살률이 높은 국가다. 뿐만 아니라 독한 술을 가장 많이 마시고 항우울제 복용자들이 많은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BBC는 이 원인을 인력을 착취하는 한국의 시장에서 찾았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였던 한국은 현재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나라로 급성장했다. 이에 더해 드라마, 가요 등 한국의 팝 컬처 또한 세계로 펼쳐나가며 한국 소프트파워의 영향력도 증가한 추세다.

사우디 아라비아, 아랍 에미리트 등 과거 한국과 비슷한 궤적을 밟은 나라들은 천연자원에 기대어 나라의 부 축적에 이바지할 수 있었지만, 한국은 이런 비밀 무기가 없었다. 한국인들이 의존할 수 있던 것은 오직 더 빨리, 더 많이 일하도록 착취할 수 있는 순수한 노동력뿐이었다.

그 결과로 사람들은 과로,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에 시달리게 되었고, 한국의 수면 사업은 2019년 25억 달러(약 3조 480억 원) 규모까지 성장했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Sunwoo Jung via Getty Images

수면 부족, 개인 문제로 돌리면 안 돼

 

스트레스 대처방법과 수면 부족을 개인 차원의 문제로 돌리기엔 여러 부작용이 야기된다. ‘피해자 책임전가(어떤 사회현상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을 공범으로 간주하는 주의나 경향)’도 그중 하나다.

사실 수면 부족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불합리한 직장 문화와 사회적 압력에 있다. 비평가들 또한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해당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해서 얻는 게 뭔가요? 가끔은 휴식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하며 수면 클리닉을 다니는 이지은 씨는 BBC에 이렇게 전했다.

 

문혜준 기자: huffkorea@gmail.com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국제 #글로벌 #라이프 #수면 #B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