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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귀가 앞쪽 향하면 경계했다는 뜻 : 동물 감정 알아챌 수 있는 안면인식 인공지능이 개발됐다!

아직은 초기 단계인 연구지만....

소의 표정에서 소의 감정 상태를 읽어내는 인공지능이 개발됐다.
소의 표정에서 소의 감정 상태를 읽어내는 인공지능이 개발됐다. ⓒ바흐닝언연구대 Suresh Neethirajan 제공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지고 있다. 동물을 제대로 보살필 수 있으려면 우선 동물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말 못하는 동물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그때그때 정확히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평소와 다른 행동이나 모습과의 비교를 통해 어림짐작하는 수밖에 없다. 예컨대 소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흥분하면 눈동자에 흰자가 많아진다. 돼지의 귀가 앞쪽을 향하면 뭔가 잔뜩 경계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동물의 얼굴 변화에서 감정을 읽어내는 인공지능이 개발됐다. 네덜란드 바흐닝언연구대학(Wageningen University & Research) 연구진은 소와 돼지의 귀, 눈 등 얼굴 부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식별해 9가지 감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생물학분야 온라인 사전출판 논문집 `바이오아카이브’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이런 인공지능을 개발한 이유는 소, 돼지 등 가축 동물들의 상태를 살펴, 농장주들이 곧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얼굴 인식 알고리즘이 인간 사회에선 인권과 사생활 침해 논란을 빚지만, 축산업에선 동물 복지 향상을 위한 도구가 된 셈이다. 

돼지가 귀를 앞쪽으로 기울이는 것은 경계심을 표현하는 행위다. 
돼지가 귀를 앞쪽으로 기울이는 것은 경계심을 표현하는 행위다.  ⓒ바이오아카이브

 

연구진은 우선 캐나다, 미국, 인도 지역의 농장에서 촬영한 소와 돼지의 사진과 동영상을 수집했다. 이어 이전 동물 연구에서 밝혀낸 성과들을 토대로 각 이미지를 감정 상태별로 구분했다.

그 결과 스트레스, 공격, 좌절, 편안, 흥분 등 동물의 감정 상태와 관련한 얼굴 변화를 13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 주로 눈과 귀의 상태 변화가 분류의 기준이 됐다. 연구진은 이를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입력해 훈련시켰다. 연구진은 ”알고리즘을 다른 이미지 세트에 적용해 시험한 결과, 사람이 직접 분류한 것과 86%가 일치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분류한 소와 돼지의 얼굴에 나타난 9가지 감정.
연구진이 분류한 소와 돼지의 얼굴에 나타난 9가지 감정. ⓒ바이오아카이브


실시간으로 상태 판단 가능...동물 복지에 활용 기대

 그러나 이번에 개발한 인공지능의 동물 감정 판별 능력은 첫 걸음을 뗐을 뿐 아직은 미완성이다. 연구진은 동물 농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하려면 몇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사람은 때때로 얼굴 표정을 숨기거나 속이지만 동물은 얼굴과 몸짓으로 감정 상태를 그대로 드러낸다. 연구진은 따라서 안면인식 인공지능의 능력이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효용성이 그만큼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인공지능이 제 구실을 하면 원격 카메라로 동물들의 상태를 일일이 모니터링해야 하는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연구진은 ”현재는 동물의 고통을 줄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앞으로는 긍정적인 감정 상태를 제고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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