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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군이 204억 들여 아파트 사들인 이유

ⓒShutterstock / ValeStock

경남 산청군이 외지에 거주하면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을 지역 안으로 이주시킨다는 명목으로 204억원이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아파트를 대량 구입했다가 정부 감찰에 적발됐다.

결과적으로 애초 구상만큼 이주를 시키지도 못하고 직원들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만 받게 된 사연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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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군은 2012년부터 204억원으로 직원용 아파트 129가구를 사들여 이 중 공용숙소 9가구를 제외한 120가구를 공무원에게 임대한 사실이 행정자치부 감찰에서 지적됐다고 6일 밝혔다.

공용숙소 9가구는 부군수 관사와 공중 보건의 등 숙소로 사용하는 곳들이다. 산청군은 다른 120가구에 대해 입주 공무원들에게 일반 시세의 절반가량인 가구당 전세 보증금 3천250만~5천만원을 받아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외지 거주자와 군내 거주자 구분은 하지 않지만 층별로 전세 보증금에 차별을 뒀다.

직원용 아파트를 사들인 건 외지에 사는 공무원을 산청에 살도록 하는 등 인구 유입의 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산청군은 해명했다.

당시 산청군은 '2013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를 앞둔 시기에 준비위원 숙소가 필요했고,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금서 제2농공단지에 A320 날개하부구조물(WBP) 생산공장을 짓기로 해 인구 유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산청군은 산청고등학교와 통폐합돼 5년여간 방치된 산청여자고등학교 터에 333가구 분의 대형아파트 건설을 추진했다.

이 터는 산청읍 요지에 있지만 읍내 상주인구가 6천700여명에 불과하고 군 전체도 3만6천여명으로 경제성이 없어 대형아파트를 짓겠다는 건설업체가 나서지 않았다.

할수 없이 산청군은 지역 출신 사업가가 운영하는 부산의 한 건설업체를 찾아가 이런 사정을 설명하고 대형아파트 건설을 권유했다.

아파트가 완공되면 전체 가구의 절반 정도를 산청군에서 사겠다는 조건도 걸었다.

아파트의 분양가는 3.3㎡(평)당 660만~720만원이었지만 산청군은 79.2㎡(24평형) 30가구, 99㎡(30평형) 34가구, 112.2㎡ 65가구를 평당 500만원에 사들였다.

군 권유에 따라 아파트는 건설됐지만 현재까지 100여 가구가 미분양 상태로 건설업체가 재정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지에서 산청군청으로 출퇴근하는 공무원 160여명 대부분을 이곳에 살도록 하겠다는 게 당시 산청군의 구상이었다.

공무원 1명이 산청으로 주소를 옮기면 20여명이 산청으로 이주하는 효과를 낸다고 산청군은 설명했다.

산청군은 당시 5대 산청군의회에 직원용 아파트 매입사업을 보고했다.

그러자 9명 군의원 전원이 '우리 고장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필요하다'며 적극 찬성했다. 산청군에서 제출한 '산청군 공무원아파트 특별회계 설치 조례'는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전세 보증금의 50%를 지원한다는 게 조례의 주요 내용이다. 아파트를 반값으로 임대하는 근거를 만든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현재 이 아파트에 이사한 외지 공무원은 160여명 가운데 43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산청군 내에 살던 공무원이다.

사실상 204억원이란 거액을 들여 직원 43명의 주민등록을 옮기는데 그친 것이다. 나머지 산청에 살던 직원 77명에게 때 아닌 특혜를 준 셈이 됐다.

이 금액은 당시 군의 자체 수입 373억원의 55%에 해당한다. 산청군의 재정자립도가 13.41%인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예산을 투입한 것이다.

이런 탓에 평생직장을 보장받는 공무원들에게 인구 유입을 명목으로 엄청난 주거 혜택까지 준 사실로 산청군 예산 사용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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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주민을 위한 문화시설이 전혀 없고 인구 감소로 지방자치단체의 정체성조차 상실해 가는 산청군의 입장에서는 공무원에 특혜를 주더라도 인구 유입 대책이 절실했다는 하소연도 없진 않다.

허기도 산청군수는 "직원용 아파트는 당시 이재근 산청군수가 이런 혜택을 주지 않으면 산청 인구는 계속 줄어 결국 사라지게 된다는 절박감에 마련한 자구책이었다"고 회상했다.

허 군수는 "예산을 들여 아파트를 사들였지만, 부동산은 산청군의 자산이어서 예산을 낭비한 것은 아니다"라며 "산청의 발전을 위하려는 원래 목적이 잘못 비쳐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용 아파트에 사는 한 공무원은 "경제 논리에서 벗어나 이런 시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지역 사정을 한번 쯤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산청군은 행자부 권고에 따라 신규 임용 공무원들과 공용 숙소 등을 포함한 적정 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직원용 아파에 대해 매각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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