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침묵과 방관, 우리도 가해자…침묵하지 않겠다”

"현재까지 나온 증언들은 모두 사실"

  • 김원철
  • 입력 2018.02.24 14:34
  • 수정 2018.02.24 14:36
ⓒ뉴스1

유명 배우이자 청주대 교수였던 조민기씨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연극학과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현재까지 나온 증언들은 모두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청주대 연극학과 11학번 재학생·졸업생 38명은 24일 공동성명을 내 “조민기 교수의 성폭력과 위계에 의한 폭력은 실제로 존재했으며 우리 모두가 그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같은 사실을 암묵적으로 묵인하고 등한시했던 지난 날 우리들은 모두 피해자이자 가해자였다”면서 “손 한번 내밀지 못했던 스스로에 대한 무심함과 자책감 탓에 이같은 사실을 공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냐는 피해자를 탓하는 수많은 발언들과 피해자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하는 2차 가해 행위 또한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동문과 피해자들을 향한 폭력을 인정함과 동시에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며 “2차 피해를 방지하고 다시는 침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조 교수가 11학번 여학생들과의 불화 이후 11학번을 험담하고 수업을 거부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다음은 공동성명 전문.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11학번 재학생 및 졸업생 일동(이하 38명)은 조민기 교수의 성폭력 및 위계에 의한 폭력을 고발합니다. 우리는 피해자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며 제 2차 가해를 방지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또한 피해 사실을 암묵적으로 묵인하고 등한시했던 지난 날의 우리들은 모두 피해자이자 가해자였음을 고통스럽게 시인하며, 다시는 침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바 이 성명서를 발표합니다.

11학번 재학생 및 졸업생 일동은 2011년 3월 청주대학교에 입학하여 휴학·군대와 같은 사유로 현재까지도 재학생들과 함께 시간을 공유하고 있는 학번입니다. 그리하여 2011년도부터 수많은 성폭력 및 성희롱 피해자들을 지켜봐왔습니다. 침묵하고 방관하며 또한 무심했던 지난 날의 우리들은 제2, 제3의 피해자를 발생시키는 데 있어 모두가 책임을 진 가해자였음을 인정하고 고개숙여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죄송합니다.

조민기 교수의 위계에 의한 폭력을 고발합니다. 우리는 ‘버려진 학번’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했습니다. 조민기교수는 11학번 여학생들과의 불화 이후 불특정다수에게 11학번의 험담을 하며 낙인을 찍었습니다. 11학번의 수업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조민기 교수는 우리의 학과장이었고, 전임교수였고, 연예인이었고, 성적을 주는 사람이었고, 우리들 평생의 꿈을 쥐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명백한 가해자였습니다.

‘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냐는 피해자를 탓하는 수많은 발언들과 피해자의 얼굴 및 신상을 공개하는 모든 2차 가해 행위 또한 멈춰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무엇하나 참혹한 심경과 고뇌없이 올라온 증언은 없습니다. 현재까지 나온 모든 증언들이 사실임을 11학번 재학생 및 졸업생 일동은 인정하고 지지하는 바입니다.

청주대학교 동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무한한 사죄의 마음을 갖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연극을 향한 귀한 마음과 열정들이 모두 부정당하는 것 같습니다. 손 한 번 더 내밀지 못했던 스스로에 대한 무심함에 자책감이 듭니다. 그리하여 모든 동문들에게 이러한 고통을 안겨준 조민기교수의 성폭력 및 위계에 의한 폭력은 실제로 존재하였으며 우리 모두가 그 사실을 인정함을 공표합니다.

마지막으로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11학번 재학생 및 졸업생 일동은 조민기교수에게 청주대학교 동문 및 피해자들을 향한 폭력을 인정함과 동시에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권력과 욕망에 순수한 꿈이 점철되는 사회, 성피해자들이 숨어야 하는 사회가 아니길 간절히 바랍니다.

2018년 2월 24일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미투 #성폭력 #성추행 #조민기 #청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