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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애피타이저" 손석구가 신작 영화 '댓글부대'에서 '기레기'로 낙인 찍히는 길을 선택한 이유: 보이는 것보다 큰 의미를 담았다

'디테일에서 승부가...!'

‘범죄도시2’, ‘나의 해방일지’, ‘카지노’, ‘살인자ㅇ난감’ 까지 최근 2년간 배우 손석구의 선택은 비평이나 흥행에서 대체로 성공을 맛봤다.

영화 '댓글부대' 속 손석구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댓글부대' 속 손석구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상종가를 치고 있는 그의 차기작이 영화 ‘댓글부대’(27일 개봉)인 건 다소 의아하다. 장강명의 소설을 영화로 각색한 ‘댓글부대’는 배우로서 매력을 보여주기 쉽지 않은 작품이다. 격투나 추격 액션 등 화려한 볼거리가 없고, 그가 연기하는 기자 임상진은 주인공이라기보다 작중 화자에 가까운 역할이다. 한마디로 배우를 돋보이게 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들었다.
 

“관객들이 영화에 본격적으로 빠져드는 건 ‘팀 알렙’이 등장하면서예요. 저는 애피타이저처럼 관객의 입맛을 돋워주고 마지막에 식당 나가는 손님에게 인사하는 정도 역할이죠. 이번 작품은 배우로서 캐릭터 욕심보다는 안국진 감독이라는 독창적인 아티스트의 개성이 담긴 작업이라서 하고 싶었습니다.”

일간지 기자 임상진은 거대 기업 만전의 문제를 고발하는 기사를 썼다가 가짜 기사라는 댓글이 올라오면서 한순간에 ‘기레기’ 낙인이 찍힌다. 그는 만회를 위해 댓글로 온라인 여론을 조작하는 ‘팀 알렙’의 멤버를 만나 그들이 벌여온 일들에 대해 들으며 대형 단독기사를 준비한다. 임상진 역할이 그에게 도전이었던 이유는 선 굵은 액션이 없을뿐더러, 기존의 기자 주인공 영화나 드라마가 구현해온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인물도 아니었던 탓이다.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도 있지만 한방 터뜨리고 싶다는 야망과 허세도 있고 욕을 먹으면 흔들리기도 하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에 대해 관객이 공감하려면 액티브한 무언가보다 디테일에서 승부가 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돌이켜보면 ‘범죄도시2’의 악당 강해상 정도를 제외하면 그가 해온 캐릭터들은 임상진과 마찬가지로 ‘직진’과는 거리가 멀었다. 실수하고, 휘말리고, 허덕거리면서 가까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난 다음에도 그다지 빛이 나지 않는 인물. 그는 “내 선택이라기보다는 감독들이 시스템에 적응을 잘하지 못하는 캐릭터로 나를 보거나 활용하고 싶어 했던 것 같고 나 역시 거기에 끌린다”면서 “이 인물이 과연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진짜 정의로워질 수 있을까? 늘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캐릭터에 접근한다”고 했다.

배우 손석구.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손석구.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손석구는 ‘댓글부대’의 대본을 받은 직후 원작을 읽었다고 했다. 에피소드와 엔딩 등이 달라지긴 했지만 “원작이 가진 사회비판의 메시지가 영화에도 똑같이 담겨서 좋았다”. 그는 “현실에 기반한 영화라는 게 선택의 이유 중 하나였다”면서 “영화산업이 정체되지 않으려면 엔터테인먼트에 플러스알파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재미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적인 주제까지 담는 작품들이 늘어나는데 일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시원하게 악당을 제압하는 대중영화의 문법을 비껴가는 ‘댓글부대’의 엔딩에 호불호가 엇갈리는 걸 알고 있다고 했다. “많은 관객이 나도 겪은 이야기라거나 나도 본 적 있는 일이라고 느낄만한 생활밀착형 소재잖아요? 모호하다기보다는 현실적인 결말이고 억지스러운 판타지보다 오히려 더 명확한 엔딩이라고 생각해요.”

'댓글부대' 포스터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댓글부대' 포스터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손석구는 “웃기면서 슬픈 영화는 많아도 웃기면서 무서운 영화는 흔치 않은데 ‘댓글 부대’가 그런 영화”라면서 “관객들이 댓글의 피해자나 자신도 모르게 가해자가 됐었던 입장, 또는 임상진과 같은 관찰자의 자리에서 영화를 보고 자신만의 결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겨레 김은형 기자 /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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