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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풀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원도 등에 풀겠다고 약속한 것: 정작 중요한 포인트가 빠져 있었다(ft.환경부)

우려가 현실로?

“풀겠습니다, 풀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 ⓒGettyimagesKorea
윤석열 대통령 ⓒGettyimagesKorea

지난 11일 강원도 춘천시 강원도청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어마어마한 산림자원을 가지고 있는” 강원도에서 각종 규제를 풀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 지난해 11월 착공식이 열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와 더불어 “오대산·치악산 등 국유림에 케이블카·관광열차·야영장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겠다”고 밝혔다. 이어 “환경부·국토부·산림청에서도 이 부분(규제 완화)에 대해서 더 전향적으로 나가주시길 바란다”며 못을 박았다.

오색케이블카는 국립공원 훼손 문제로 40년 이상 찬반 논란이 이어진 사업이다. 환경부가 지난해 2월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를 하면서 ‘허가’에 방점이 찍혔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설악산이 뚫리면 다 뚫린다’는 그동안의 시민사회 우려를 현실로 확인해 줬다.

윤석열 대통령 ⓒGettyimagesKorea
윤석열 대통령 ⓒGettyimagesKorea

또 윤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 “보존과 이용을 잘 조화시키는 게 바로 기술”이라며 “환경을 보존하면서도 이용할 수 있는 첨단 기술들이 전 세계적으로 널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림 훼손이 불가피한 개발 사업을 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첨단 기술로 환경을 보전할 수 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말은 실제 정책을 실행하는 관계 부처에 녹아들어 정책의 방향을 결정한다. 지난 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및 제4회 국립공원의 날 기념식’에서 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발언을 들어보면 그렇다. 한 장관은 이날 “국립공원을 체계적으로 보전하는 것은 물론, 지속 가능하게 이용하여 국민과 지역사회가 그 혜택을 풍성히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탄소흡수원으로서의 국립공원 가치’를 강조해온 환경부는 국립공원 보전 정책 외에도 각종 환경 관련 규제에 대해 후퇴하는 듯한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8월 ‘킬러 규제 혁파’를 내세워 환경영향평가를 완화해 논란이 일었다. 같은 해 11월에는 ‘소상공인 부담’ 등을 이유로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지난달 21일 울산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비수도권 그린벨트 대폭 해제 방안에 대해서도 환경부는 뾰족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GettyimagesKorea
윤석열 대통령 ⓒGettyimagesKorea

한 장관은 같은 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위해서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환경부는 이 단계에서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에 대해 관계 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에서 조건부 동의를 통해 개발의 물꼬를 터준 만큼, 그린벨트 해제 대응에서도 보전보다는 개발에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4월 시행을 앞둔 ‘택배 과대포장 규제’에 대해선 예정대로 시행하되 2년간 단속을 하지 않기로 해 ‘사실상 유예’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일었다.

강원도청은 이달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공사 입찰공고를 내어 6월 중에 ‘첫 삽’을 뜨겠다고 밝혔다. 그 첫 삽이 환경부 관할 보호 지역 개발의 서막이 될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은 열심히 지방을 돌며 민생토론회를 열고 있다. 다음 주엔 어디에 가서 무엇을 풀어놓을까. 전국에 총선발 개발 광풍이 불고 있다.

한겨레 신소윤 기자 /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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