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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 쌍둥이 동생' 루이·후이바오는 진짜 ‘자매’일까? 판별 쉽지 않은 판다 성별에 대해 에버랜드 측의 말은 입술 오므리게 된다

동물도 인간처럼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를 알 수 있을까?

Q. 수컷인 줄 알았던 중국의 자이언트 판다 ‘허예’가 실은 암컷이었다는 소식이 지난달 알려졌습니다. 허예와 쌍둥이었던 ‘허화’와도 남매지간이 아니라 자매인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판다는 왜 성별을 판별하기 어려운 건가요. 지난해 7월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루이바오, 후이바오도 진짜 쌍둥이 자매가 맞을까요?

루이바오, 후이바오 첫 공개한  강철원·송영관 사육사, 어린 시절 루이바오, 후이바오 ⓒ에버랜드
루이바오, 후이바오 첫 공개한 강철원·송영관 사육사, 어린 시절 루이바오, 후이바오 ⓒ에버랜드

A. 자이언트 판다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동물입니다. 몸무게가 90~100㎏에 이르는 어미가 100g의 작은 새끼를 낳기도 하고, 다른 동물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가짜 엄지’(종자골)를 지니고 있기도 하죠. 게다가 태어나고 몇 년 후 성별이 뒤바뀌니 인간 사회였다면 ‘막장 드라마’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에서도 허예의 성별이 바뀐 것을 두고 ‘국민 동생이 여동생으로 바뀌었다’고 할 정도로 화제가 됐습니다. 만약 용인 에버랜드의 ‘푸바오’가 사실 수컷이었다고 하면 우리나라도 들썩였겠지요.

귀여운 푸바오 ⓒ에버랜드
귀여운 푸바오 ⓒ에버랜드

2020년 7월 태어난 허예가 3년 만에 성별이 정정된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실 자이언트 판다의 성별이 잘못 알려진 사례는 과거에도 몇 차례나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2022년 네덜란드 오우웨한즈동물원에서 지내던 판다 ‘판싱’이 태어난 지 2년 5개월 만에 수컷이 아닌 암컷으로 밝혀졌고요. 1999년 중국 충칭동물원에서 태어나 ‘전설의 미녀 판다’로 불렸던 ‘수칭’도 어렸을 때는 수컷으로 여겨졌으나 2003년 성별이 수정됐다고 합니다.

루이바오, 후이바오 ⓒ에버랜드
루이바오, 후이바오 ⓒ에버랜드

반대로 수컷인데 암컷으로 여겨졌던 판다들도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미국 애틀랜타동물원에서 2006년 태어난 메이란입니다. ‘아틀랜타의 아름다움’이라는 뜻의 메이란은 태어날 때부터 암컷으로 보였지만, 성체가 되어 2010년 중국으로 반환되고 난 뒤 살펴보니 수컷 판다의 성징이 보여 성별이 수정됐습니다. 메이란은 허예와 허화의 아버지이기도 하죠.

도대체 왜 판다들의 성별은 오락가락하는 것일까요. 전문가들은 갓 태어난 자이언트 판다의 성별을 구별하는 일은 굉장히 어렵다고 말합니다. 자이언트 판다가 성적으로 성숙하는 4~8살 이전까지는 명백한 2차 성징을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판다의 항문 주변 피부는 굉장히 탄력적인 데다가 생식기관을 덮고 있어 알아보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1950년대 후반부터 종 보존을 위해 판다의 행동, 생리적·해부학적 연구를 쌓아온 중국 판다보호연구센터는 다양한 방법으로 성별을 식별해오고 있습니다. 수컷은 암컷보다 생식기와 항문 사이의 거리가 2배가량 먼데 이를 통해 일차적인 판단을 하고 이외에도 신체검사, 호르몬 검사, 디엔에이(DNA) 테스트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다만 새끼 판다는 200g도 안 되는 작은 몸집으로 태어나기 때문에 오판 가능성은 늘 있다고 합니다.

에버랜드 쌍둥이 아기 판다.첫째 루이바오(왼쪽), 둘째 후이바오 ⓒ에버랜드
에버랜드 쌍둥이 아기 판다.첫째 루이바오(왼쪽), 둘째 후이바오 ⓒ에버랜드

푸바오를 이어 ‘쌍둥바오’로 사랑받는 루이바오, 후이바오는 어떨까요? 에버랜드 관계자는 “지난해 7월 루이바오와 후이바오가 태어났을 때, 판다월드 강철원·송영관 사육사와 수의사가 종합적으로 판단해 둘 다 암컷으로 판별했다. 출생 초기에는 오판이 있을 수 있으나 생후 7개월이 된 지금은 쌍둥이들도 많이 자라나서 육안으로도 성별 확인이 가능하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1월 판다월드 방사장에 처음 나온 쌍둥이 판다 루이바오(왼쪽)와 후이바오. 어미 아이바오(맨 앞).  ⓒ에버랜드
지난 1월 판다월드 방사장에 처음 나온 쌍둥이 판다 루이바오(왼쪽)와 후이바오. 어미 아이바오(맨 앞). ⓒ에버랜드

쌍둥이 판다 팬 사이에서는 벌써 루이바오와 후이바오의 성격이 다르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루이바오는 언니답게 의젓하고 후이바오는 ‘헬스바오’라 불릴 정도로 활동적이라는 평가입니다. 각기 개성 있는 모습에 쌍둥바오들이 일란성인지, 이란성인지 궁금해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동물도 인간처럼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를 알 수 있을까요. 이와 비슷한 질문에 미국 미시시피주립대학교 수의과대학 연구진은 “생물학자 대부분은 동물에게서 일란성 쌍둥이가 매우 드물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 번에 여러 개의 난자를 배란하는 개와 고양이는 이란성 쌍둥이들을 낳는다. 실제로 새끼 동물들이 일란성인지 이란성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디엔에이 테스트를 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검사하지 않기 때문에 일란성 쌍둥이가 얼마나 자주 태어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문가 매체 컨버세이션에 답했습니다.

에버랜드 관계자도 “판다가 쌍둥이를 낳을 확률은 40~50%로 사람보다 높지만, 일란성인지 이란성인지 그 자체로는 중요한 의미가 없어 별도의 테스트를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한겨레 김지숙 기자 /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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