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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논쟁 굿바이!’ 개 식용 종식 특별법이 드디어 국회를 통과했고, 식용 목적으로 사육·도살 시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단속은 2027년부터 진행한다.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 활동가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개식용 종식 특별법 제정 환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 활동가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개식용 종식 특별법 제정 환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개 식용 종식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지난 30년이 넘도록 이어져 온 해묵은 ‘개 식용 논쟁’이 막을 내렸다. 동물단체들은 1월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환영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이 생명 존중을 향한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오후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특별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재적의원 298명 가운데 210명이 재석해 찬성 208표, 기권 2표로 가결됐다. 특별법은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도살·유통·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식용 목적의 개 사육·증식과 도살, 개를 사용하여 만든 음식물 또는 가공품의 취득·운반·보관, 판매와 알선 행위 금지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폐업 또는 전업에 대한 지원 근거 △개 사육농장 운영 금지 및 개 식용 종식 이행 계획서 제출·이행 등을 정하고 있다.

앞으로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사육·증식·유통·판매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다만 ‘사육·도살·유통·판매 등의 금지’를 위반할 때의 벌칙 조항은 법안 공포 3년이 지난 뒤부터 시행하도록 유예기간을 뒀다.

경기도 시흥시 한 개농장 뜬장에 있는 개들. ⓒ한국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경기도 시흥시 한 개농장 뜬장에 있는 개들. ⓒ한국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처벌에는 유예를 뒀지만 특별법이 공포되면 개농장, 개도살·유통시설, 개고기 식당 등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3개월 이내에 시설의 명칭, 주소, 규모 및 영업시설을 신고해야 한다. 또한 6개월 이내에 폐업 또는 전업에 대한 ‘개 식용 종식 이행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더불어 유예기간 내에도 이행계획서 준수 여부를 지자체가 정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게 했다.

폐업·전업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업체들에 대해서는 전업 지원 근거 조항을 둬 경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개 식용 종식을 위해 발의된 법안 5건을 묶어 위원회 결의안으로 통과시킬 때 포함했던 ‘정당한 보상’이라는 문구는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며 삭제됐다.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폐업 등에 필요한 지원을 하여야 한다’는 기존 문구는 ‘폐업 등에 필요한 지원을 하여야 한다’로 바뀌었다. 불법적인 개 식용 관련 업체들까지 과도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동물단체들은 본회의 직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국민행동)은 “전통이라는 허울 아래 대한민국 동물복지 성장을 줄곧 끌어내렸던 개 식용의 종식을 열렬히 환영한다. 특별법 통과가 곧 개 식용의 종식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제 완전한 개 식용 종식을 위해 정부는 신속하게 절차를 이행하되 개농장 등 개 식용 시설의 빠른 전·폐업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19일 개농장 구조견 ‘도담이’가 개 식용 종식을 촉구하는 행사에 참석해 국회 본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겨레 
지난해 9월19일 개농장 구조견 ‘도담이’가 개 식용 종식을 촉구하는 행사에 참석해 국회 본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겨레 

개 식용 논쟁은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가 확정되며 국제 사회가 한국의 개 식용 문화를 비판하며 시작됐다. 국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올림픽 기간에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보신탕 판매를 금지했지만 이후엔 흐지부지됐다.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됐지만 여전히 개 식용은 ‘전통 식문화’로 인식돼 동물 학대 범위에서 제외됐다. 변곡점을 맞은 것은 1999년 당시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이 개고기를 축산물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고,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논쟁이 가열되면서부터다. 개 식용 합법화 시도는 현재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등의 시민사회단체 등이 결집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전통 식문화’라는 주장과 ‘동물 학대’라는 여론이 충돌했지만, 최근 동물복지 인식이 확산되고 반려인구가 늘어나며 국민 93.4%(어웨어 2023 개 식용에 대한 국민인식조사)가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없다고 답하는 등 소비는 사실상 종식 수순을 밟아왔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여러 건의 개 식용 금지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끝내 입법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모두 공약으로 내세웠고 21대 국회에서도 한정애, 이헌승, 안병길 등 여러 여야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해 입법으로 연결됐다.

지난 30여년 간 개 식용 금지 활동을 벌여온 동물권 활동가들은 기뻐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개 식용이 금지되는 날이 오다니 감격스러워 믿기질 않는다. 개 식용은 그동안 수많은 동물복지 문제의 걸림돌이었다. 이제 대한민국의 동물운동도 진일보하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카라 전진경 대표도 “카라의 전신 아름품은 식용 개 문제를 알리는 ‘누렁이 살리기 운동본부’에서부터 시작됐다. 오늘은 대한민국의 시대착오적 관습이 정상화된 역사적인 날”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 김지숙 기자 /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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