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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인 것 알고.." 일본 도쿄의 한 식당이 또 혐한 논란에 휩싸였고,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세제 물'이다

일 백화점 고급식당 세제 탄 물 줘…한국인 손님 식중독
식당 “실수”…피해자 “접객·대처 보니 한국인이라 그런 것”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Adobe Stock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Adobe Stock

단순한 직원 실수일까, 아니면 고의일까? 최근 일본 도쿄 긴자 지역의 유명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한 고급 식당에서 한국인 고객에게 세제가 섞인 물을 줘 이를 모르고 마신 고객이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식당은 직원의 실수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해명했지만, 피해자는 “한국인인 것을 알고 일부러 그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혐한(한국 혐오) 논란으로까지 이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19일 제이티비시(JTBC)와 일본 매체 플래시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한국인 강아무개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6시께 일본 도쿄 긴자 지역 한 백화점에 있는 한 고급 식당에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방문했다. 점심 코스 요리 가격이 1만엔(한화 약 8만9000원)이 넘는 이 식당은 오사카, 후쿠오카 등 일본 각지에 29개의 지점을 둔 튀김 전문 식당이다.

한국인 고객에게 세제가 든 물을 줘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 도쿄 긴자 지역의 한 고급 식당 모습. JTBC 뉴스 갈무리
한국인 고객에게 세제가 든 물을 줘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 도쿄 긴자 지역의 한 고급 식당 모습. JTBC 뉴스 갈무리

강씨는 음식을 주문한 뒤 목이 말라 직원에게 물을 달라고 했고, 직원은 물 한 잔과 우롱차 두 잔을 가져다줬다. 강씨는 물을 마시다 물에서 자극적인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아챘다. 목까지 아파진 강씨는 점장과 직원에게 “이 물이 이상하다”고 외쳤지만 점장과 직원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강씨는 식당의 이러한 대처에 더 화가 났고, 다시 한번 직원에게 “물에서 매운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그러자 여자 직원은 아무런 말도 없이 컵을 들고 주방을 향했고, 주방 입구에 있는 세면대에 컵에 담긴 물을 버리려고 했다. 증거가 사라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직원을 쫓아간 강씨는 직원에게 컵을 뺏어왔다. 이후 강씨는 점장에게 물 냄새를 맡아보라고 말한 뒤, 휴대전화로 경찰에 신고했다.

일본 도쿄 긴자 지역 한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한 고급 식당에서 한국인 고객에게 세제가 든 물을 줘 혐한 논란이 일고 있다. JTBC 뉴스 갈무리

목의 통증이 점점 심해짐을 느낀 강씨는 남편에게 휴대전화를 맡기고 손가락을 입에 집어넣어 토하려고 했다. 그런데 또다시 식당 직원의 한 마디가 강씨 부부를 화나게 했다. 강씨 남편은 “아내가 토하려고 하자 다른 직원이 와서 ‘여기서 이러시면 민폐이니 화장실로 가라’고 말을 했고, 요리사도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우리를 지켜봤다”고 전했다. 이후 목 통증이 심해진 강씨는 고통을 호소했고 병원으로 이송돼 급성 식중독 진단을 받았다.

식당 쪽은 이 사건에 대해 “직원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식당은 “스테인리스 물병에 텐쯔유(튀김 소스)를 넣어두는데 세척할 때는 표백제를 물로 희석해서 한다”며 “여성 직원이 세제가 든 주전자와 물 주전자를 헷갈려서 세제를 탄 물을 컵에 부은 뒤 가져다 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일로 해당 식당은 지역 보건소로부터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식당 쪽은 사과문을 통해 “식중독에 걸린 고객과 가족에게 큰 고통과 불편함을 끼쳐 사과드린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위생과 관련된 모든 작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씨는 식당 쪽이 자신이 한국인인 걸 알고 고의로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씨 남편이 직접 식당 주방을 확인했을 때 마시는 물 주전자와 세척용 세제를 탄 물 주전자는 명확하게 구분돼 있었다. 강씨는 또 제이티비시와의 인터뷰에서 “여기는 고급 레스토랑이다. 의자를 다 빼준다. 그런데 저는 안 빼주더라. 생김새도 그렇고 말하는 억양을 보면 제가 한국인인 걸 알았을 거다”며 ‘혐한’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씨는 식당을 경찰에 업무상 중과실 상해 등으로 신고했고, 현지 경찰은 식당의 고의성 여부 등을 수사 중이다.

한편, 일본 식당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문제가 있는 음식을 제공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오사카의 한 유명 프랜차이즈 초밥집에서 초밥에 와사비를 듬뿍 넣은 초밥을 한국인 손님에게만 제공해 논란이 됐고, 2020년에도 오사카에 본사를 둔 유명 초밥 체인점 ‘간코스시’가 한국어 안내에만 물값을 유료라고 표기해오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일본 긴자의 한 유명 프랜차이즈 초밥집이 한국인 고객을 상대로 이른바 ‘와사비 테러’에 불친절한 서비스를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한겨레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한겨레 양선아 기자 /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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