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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소변 누면 질병 진단하는 스마트 변기' 개발한 박승민 박사가 이그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대박!

이그노벨상을 받은 박승민 박사가 스탠퍼드대에 있는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 앞에서 자신이 개발한 스마트 변기에 앉아 있다. ⓒ박승민 박사 트위터, 네이처 생체의 공학 
이그노벨상을 받은 박승민 박사가 스탠퍼드대에 있는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 앞에서 자신이 개발한 스마트 변기에 앉아 있다. ⓒ박승민 박사 트위터, 네이처 생체의 공학 

매년 노벨상에 앞서 발표되는 이그노벨상 올해의 수상자로 스마트 변기를 개발한 한국인 과학자 박승민 박사(미국 스탠퍼드대 비뇨기의학과)를 포함한 10명의 과학자가 선정됐다.

이그노벨상은 미국 하버드대의 과학잡지 ‘기발한 연구 연보’(AIR)가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991년 만든 상으로 올해 33번째를 맞았다. 상식을 뛰어넘는 특이하고 재밌는 발상에 기반하면서도 의미가 있는 연구나 업적을 대상으로 매년 10월 노벨상 수상자 발표에 걸쳐 시상한다.

공중보건상을 받은 박 박사의 스마트 변기는 몸에서 빠져나오는 배설물을 즉석에서 살펴 건강 상태를 분석하고 전염병 감염 여부를 판별하는 일종의 의료진단기기다. 2020년 ‘네이처 생체의공학’에 발표한 이 변기는 내장된 카메라와 센서, 진단검사지 등을 통해 대소변의 색깔이나 양 등의 상태를 분석해 건강 상태와 질병을 진단한다.

 

콧속의 털은 몇개일까? 왼쪽 120개, 오른쪽 122개

화학과 지질학상은 공식 지질시대에 인류세를 추가하는 연구 작업을 하고 있는 인류세 워킹그룹(AWG)의 책임자 얀 잘라시에비치 영국 레스터대 교수(지질학)가 받았다.

그는 ‘과학자들은 왜 바위를 핥는가’라는 제목의 연구를 통해 암석의 광물 입자는 건조한 표면보다 젖은 표면에서 더 잘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고생물학자들은 종종 직접 바위를 혀로 핥는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변기 ⓒ네이처 생체의 공학 
스마트 변기 ⓒ네이처 생체의 공학 

문학상은 익숙한 것을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는 자메이뷰 현상을 연구한 아키라 오코너 세인트루이스대 교수(신경과학)에게 돌아갔다. 자메이뷰는 낯선 것을 익숙한 것으로 착각하는 데자뷰의 반대 개념이다. 그는 실험을 통해 특정 단어를 반복해 말하다 보면 해당 단어가 낯설게 들리는 자메이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의학상은 콧속 털이 얼마나 많은지, 양쪽 콧구멍에는 같은 수의 털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사체의 콧속을 살펴본 연구(어바인 캘리포니아대)에 돌아갔다. 연구진은 “해부학 교과서에는 이런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직접 알아보기로 했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직접 세 본 결과, 코털의 평균 개수는 왼쪽이 120개, 오른쪽이 122개였다.

기계공학상은 죽은 거미의 다리를 이용해 물건을 들어 올리는 집게 도구를 개발한 미국 라이스대 연구팀이 차지했다.

연구진은 죽은 거미의 다리에 공기를 넣었다 뺐다 하는 방식으로 다리를 구부렸다 펼 수 있다는 걸 발견하고, 이를 이용해 거미 다리를 이용한 집게를 만들었다.

 

짠맛 높여주는 젓가락과 빨대

영양상은 일본 과학자들이 받았다. 연구진은 전기가 흐르는 젓가락과 빨대로 혀를 자극하면 음식의 짠맛을 높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밖에 커뮤니케이션상은 문장을 거꾸로 말하는 사람들의 신경인지적 특징을 분석해 인간의 학습방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연구에, 교육상은 교사와 학생의 지루함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상에 대한 연구에, 심리학상은 도시 거리에서 한 사람이 위를 쳐다볼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함께 위를 쳐다보는지를 실험한 연구에, 물리학상은 산란을 위해 모여든 멸치 무리들의 짝짓기 행동이 바다에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 수 있음을 밝혀낸 연구에 각각 돌아갔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The Thinker)을 패러디한 이그 노벨상의 마스코트 ‘냄새나는 사람’(The Stinker). 이그노벨상은 일단 사람들을 먼저 웃게 해주고, 그런 다음 생각하게 해주는 연구를 기리는 것을 모토로 삼고 있다. ⓒ이그노벨상 홈페이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The Thinker)을 패러디한 이그 노벨상의 마스코트 ‘냄새나는 사람’(The Stinker). 이그노벨상은 일단 사람들을 먼저 웃게 해주고, 그런 다음 생각하게 해주는 연구를 기리는 것을 모토로 삼고 있다. ⓒ이그노벨상 홈페이지 

이그노벨상은 ‘가짜 노벨상’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14일 열린 시상식에서는 실제 노벨상 수상자들이 직접 상을 수여했다.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은 10조달러짜리 가짜 짐바브웨 지폐를 받았다.  

한겨레/곽노필 선임기자 / webmaster@huffingto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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