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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적 성관계→ 비동의 성관계로" 일본이 단어 '강간' 의미 재정의를 추진 중이다

단어의 정의부터 바꿀 계획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Roméo A. on Unsplash, Getty Images

일본이 성폭력법 개정을 논의 중이다. 만약 진행된다면 100년에 걸쳐 두 번째 개정이 될 예정이다.

현재 일본의 법에 따르면 "강제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통해", 상대방이 "심신 미약이거나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행하는 성관계만이 강간이라 정의한다.

BBC에 의하면 피해자들이 신고를 하고 재판이 진행되더라도 강간으로 인정된 사건이 기소되는 경우는 3건 중 1건 정도에 그친다. 일반 형사 기소율보다 낮은 정도다. 지난 2019년엔 한 달 동안 4건의 성폭행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일본 국민들은 분노했다.

법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늘어났고, 일본 국회는 이제 강간을 "강제적 성관계"에서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로 재정의하는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

재정의의 일환으로, 새로운 법안은 피해자가 "거절 의사를 형성, 표현, 또는 이행"하기 어려운 8가지 상황 또한 규정한다. 여기엔 피해자가 술이나 약물에 취했거나, 폭력이나 위협에 노출된 상황, 혹은 "겁에 질리거나 놀란 상황" 등이 포함된다.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돌아올 불이익을 "걱정"하는 (가해자의) 권력 남용에 관한 시나리오도 포함됐다.

개정안이 도입된다면 의제 강간 연령도 16세로 상향되고 공소시효도 연장된다. 일본 국민들과 인권단체는 본 개정을 반기고 있다. 도쿄에 기반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나우'의 이토 카즈코 부대표는 "동의는 무엇이며,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일본 내에서도 시작되길 기대한다"며 반색을 표했다.

문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새 법안은 6월 21일 이내에 통과되어야 하는데, 일본 참의원은 현재 이민 관련 논쟁에 휘말려 바쁜 상황. 시한을 놓치면 지금까지 논의되어 온 성폭력법 개혁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 인권 활동가들은 지난주 개정 지연을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하며 국회의원들에게 이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우리나라 또한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비동의강간죄 도입을 논의해온 바 있으나 지난 2월 "억울한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주장으로 철회된 상황이다. BBC와 인터뷰한 일본의 성폭행 피해자 오카노 메구미 씨는 성폭행을 당한 후 가해자가 처벌 없이 빠져나갈 것을 알았기에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법대생인 메구미 씨는 당시 상황이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일본의 사법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메구미 씨 같은 피해자는 우리나라에도 많다. 국내에서 현행법이 유지된다고 해도 "억울한 사람"은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다.

 

문혜준 에디터 hyejoon.moon@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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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법 #성폭력법 #비동의강간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