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믿고 살 수 있는 시장이 되기를...
이번에는 문화 탐방이라...
겉과 속이 다른 위선?
결국 <아가씨>에서 겉으로 보기에 가장 논쟁적인 부분은 성적 묘사 부분이 될 것이다. 이 영화에 남녀간의 섹스 장면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가씨와 숙희 사이의 굵직한 섹스 시퀀스가 몇 차례 있고, 이 과정의 성적 묘사는 대단히 과감하고 생각보다 조금씩 더 길다. 그러나 그렇게 긴 묘사를 통틀어 딱히 성적 흥분을 일으키게 할 만한 구석은 거의 없다. 이 영화에서 포르노그래피를 향한 욕구를 챙기고자 했던 관객이라면 다른 걸 찾는 게 좋겠다(그녀들이 탈주하는 세계가 정작 남성-포르노그래피화된 야설의 세계다). 대신 그간 한국영화에서 본 적이 있나 싶었던 자세나 표정들이 나와서 좋다(표정이 특히 마음에 든다. 이 영화에는 섹스 장면에 언제나 등장하는 재채기하기 직전의 표정 같은 건 없다).
10월 초 창비 부설 세교연구소 임원급의 문학비평가와 며칠 여행을 같이 하게 됐던 한 친구의 말에 따르면, 당시 창비 핵심으로부터 그 비평가에게 창비와 백낙청을 옹호하라는 '오더'가 수차례 떨어졌다고 한다. 놀랄 일 아닌가? 아마도 그에게만 그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창비의 창비스러움은 처음엔 백낙청 개인의 권위주의적 성격 때문에 불거졌지만, 이젠 그 개인을 넘어 창비라는 조직이나 진영의 신뢰와 관계된 문제가 되었다. 작가는 사과하고 뒤로 물러났는데, 정작 창비는 사과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조직을 지키라는 지침을 보냄으로써 소위 공부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조직원으로 여기고 있음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