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에서는 건물 노후화를 사고 원인으로 추정했다.
불멍 못지않은 풀멍.
'번거로운 매체' 카세트테이프의 부활은 세계적인 추세다.
재개발로 노포를 철거한다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민정의 대사, "혹시 저 아세요?"는 처음에는 웃음을 나중에는 섬뜩함을 남기는 방식으로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방황하던 주인공 영수는 결국 민정을 처음 만나는 사이로 수긍하며 민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자리에서 다시 사랑을 시작하려고 한다. 사실, 익숙한 틀이나 패턴으로 타인을 규정한 뒤 그것을 우리의 앎으로 뒤바꾸는 일은 너무 흔하다. 대개는 그러고 살지 싶다.
그 후로 포르노잡지를 가끔 샀다. <플레이보이>, <펜트하우스>, <허슬러>도 사고, 북구의 포르노 사진집도 사 봤다. 고등학교 때에는 비디오도 샀다. 도시 전설처럼 떠도는, '세운상가에서 포르노 비디오를 샀는데 집에 가 보니 동물의 왕국이었다, 전원일기였다'는 말도 경험했다. 그런 영상은커녕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 날 다시 가서 따지고 바꿔서 받아왔다. 겁은 많았지만 오기 같은 건 있었다. 막상 그들이 완력으로 끌고 가거나 했다면 겁이 나서 도망쳤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얼굴을 찡그리면서 욕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바꿔주기는 했다. 세운상가라는 공간이 점점 익숙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