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는 온갖 '위험'에는 실체가 없다. 반면 실체가 없는 위험을 떠벌이는 '세력'에는 실체가 있다. 당신들은 원전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원전의 위험을 떠벌이는 당신들의 세력을 지키고 싶은 것인가?
황금알을 낳는 원전산업, 과연 그 천문학적 이익은 어디로 돌아갈까요? 원전 산업은 실질적으로는 독과점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요기기를 거의 독점으로 납품하는 두산중공업과, 과점형태인 주설비공사를 따내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SK건설과 같은 주요 건설사들이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입니다. 소수 대기업으로서는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너무 쉬운 시장인 것입니다. 그리고 뇌물, 재취업, 연구비를 통해서 원전 공기업, 원전 당국, 원자력 학계 등이 그 이익을 공유하면서 그들만의 견고한 카르텔이 유지되고 확대되는 것이지요.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원전 밀집도가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미국보다도 20배 이상 높고, 러시아보다는 100배 이상 높습니다. 그리고 개별 부지별 원전 밀집도 및 부지별 원전 규모에서 역시, 우리는 세계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고리 원전은 총 설비용량 6,860메가와트(MW)로 현재 가동되는 원전 단지 중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원전 단지입니다. 고리 원전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타이틀은 "대형 원전 단지 주변 30km 내 인구, 세계 최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25기의 원전 중, 규모 7.0을 견딜 수 있게 설계된 원전은 현재 시운전 중인 신고리 3호기뿐입니다. 나머지 24기 원전은 규모 6.5에 맞춰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요. 만약, 영화에서처럼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에게 익숙한 '부실시공', '부실검증', '원전 비리' 등은 없다고 가정할 때(즉, 모든 원전이 내진설계 기준대로 제대로 지어졌다고 한다면) 일견 안전할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사용후핵연료'란 원전에서 연료로 사용된 후 남은 폐기물인데요. 높은 열과 강한 방사선을 내뿜고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최소 10만년 이상 차폐시켜 안전하게 보관해야 합니다. 부산과 울산의 경계에 위치한 고리 원전 3호기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에서 화재가 발생할 시 평균 9천㎢, 최대 국토의 50%가 넘는 5만4천㎢의 지역이 피해를 입게 되고, 피난 인구는 평균 500만에서 최대 약 2,430만에 이른다. 이처럼 위험한 물질의 처리 방법과 장소를 아직 찾지 못한 우리나라는 지난 30년간 발생한 핵 쓰레기를 원전 내 수조에 임시로 저장하고 있습니다.
원전을 건설할 때 방사선환경영향평가라는 것을 합니다. 원전을 가동하거나, 사고가 났을 때 주변에 미치는 방사선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는 것인데,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가장 관심이 높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와 같은 '중대사고'에 대한 평가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중대사고가 날 경우에 대한 평가를 제외하고는, 신고리 5,6호기로 인한 방사선 영향이 낮다고 하면 이는 '소가 웃을 일'입니다.
셋째, 반경 30km 인구 수 세계 최다인 원전 단지에 또다시 2기의 원전을 추가하는 위험한 결정입니다. 고리 원전 인근 30km 반경의 인구 수는 세계 대형 원전 단지 중에서 최다 수준입니다. 고리 원전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우리나라 전체가 방사능에 오염될 것이고,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례에 비추어 봤을 때 최소 30km 반경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수십 년에서 최대 수백 년간 간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방사능에 고농도로 오염될 수 있습니다. 고리 원전의 경우 위험 범위에 후쿠시마와 비교했을 때 22배인 380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7차 계획의 전력수요가 의도적으로 조작되었다는 의혹은 연간 최대전력이 나타나는 시기에서 동계와 하계가 역전되었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 6차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6차 계획)에서는 2016년부터 하계의 최대전력이 동계의 최대전력보다 높은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7차 계획에서는 동계가 하계보다 줄곧 더 높은 것으로 예측하는 결과를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7차 계획 수립 과정에서 수요계획실무소위원회에 참석한 ㄱ위원의 말에 따르면, 왜 6차 때와 달리 7차 때 동계피크를 더 높게 잡았느냐는 수요실무소위에 참석했던 대다수 위원들의 질문에 정부 관계자는 정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고 한다.
한국과 미국 양국이 4년반 간의 협상끝에 원자력 협정안에 합의했다. 우리 언론은 일제히 동 협정이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우리의 핵 자율성을 확대했다, 우리의 핵주권을 확립했다는 등 찬사를 쏟아내었다. 그런데 미국쪽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뉴욕타임스 기사는 동 협정이 영구적으로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핵 농축과 재처리 권리를 불허한다("continues to deny")고 소개했다. 한 미국 학자가 필자에게 왜 한국 언론은 도대체 이 협정을 높이 평가하는 것인지 물었는데, 말문이 막혔다. 각각 다른 협정안에 서명한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된 일인가? 혹시 우리 정부가 가뜩이나 어려운 정국이 더 악화되는 것을 우려해 협상의 성과를 부풀린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