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했었다.
동생의 시댁형님은 올해 1월 아들을 출산했습니다. 친정이 발리인 시댁형님은 새로 태어난 손자를 친정부모님에게 보여드리고자 발리에서 아들의 세례식을 하기로 하였고 동생의 시아주버니도 부모님을 비롯해 가족들을 데리고 같이 처가댁인 발리로 갔습니다. 예전부터 계획이 되어 있던 일정입니다. 단지 아버지께서 운명하시는 순간, 발리에 동생이 머물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실과 전혀 다른 주장을 하며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겠습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 하루 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있는 우리 가족들을 모욕하는 일은 그만두기 바랍니다.
부검을 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충돌의 책임을 비겁하게 백남기 선생님의 유족에게 떠 넘겨 버렸다 합니다. 조건에 의하면, 부검장소를 정하는데 유족의 의사를 확인하고, 부검절차에 참여하는 사람을 정하는데 유족의 희망에 따르라 합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백 선생님의 유족들께서는 부검 자체를 원하지 않으십니다. 그런 분들한테 부검장소와 부검절차에 참여할 사람을 정하라고 하는 것은 유족들의 의사를 존중하기는커녕 완전히 무시한 것입니다. 영장을 발부하기에도 기각하기에도 부담을 느낀 나머지, 유족들의 의사에 따라 부검을 실시하는 것처럼 포장을 해 버린 것이라 합니다. 그래서, 비겁하고 무책임한 영장이라고 합니다.
위독하다는 기사 밑에서 우연히 그러게 왜 불법시위를 해서 그러냐, 라는 댓글을 보고 아연해졌다. 불법시위라 치고, 불법으로 하는 시위에 참가하면 저 정도 상해를 입혀도 되는가? 불법이라고 한다면 거기에 해당하는 정도의 처벌을 받으면 된다. 뇌사와 사망이란 것은 행한 불법을 훨씬 뛰어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저런 중한 결과를 가져온 건 공권력 쪽의 잘못이다. 그리고 왜 잘못을 하게 된 것인지를 살펴봐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고. 이건 굉장히 상식적인 주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냥 일반 시민들이, 사실은 쉽사리 물대포를 맞을 수 있는, 개돼지로 분류되는 그냥 평범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오히려 공권력의 편을 드는 것이 매우 의아하다.
내 자녀들이, 후손들이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싸워왔던 건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단다. 누가 누구에게 가져야 할 부채감인지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그 부채감 때문에 스스로에게 모질게 굴었나보다. 서울로 올라가셨다. 그를 기다린건 지난 40년, 그가 싸워왔던 유신이 남겨둔 딸이었다. 그리고 그 딸은 백 선생에게 물대포를 쏘았다. 그 노인이 그렇게 땅바닥에 쓰러졌는데, 거기다 대고 조준사격을 했다. 그만하라는 고함도 듣지 않았다. 누군가는 게임을 즐겼고, 누군가는 목숨만 겨우 부지한 채 중환자실로 이송되었다.
"딸의 입장에서는 그래요. '아빠는 대의를 위해 싸우셨다' 그런 이야기 말고 그냥 아빠로서 할아버지로서 그렇게 자기 삶 즐기다 가셔도 되는 거잖아요. 아빠가 저렇게 된 것도 안쓰러운데, 아빠가 평생을 바쳐 싸워온 세상이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는 게 너무 화가 나요. 그런데도 아빠는 자기가 미안하대요. 자기가 그렇게 나섰던 건 내 자녀들이, 후손들이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어서 그렇게 싸워왔던 건데 지금 보니 달라진 게 없어서 너무 미안하대요. 어떻게 인생이 그래요. 너무 불쌍하잖아요."
이 사건은 공권력이라는 것이 적법하게 행사되지 않을 때, 당신을 포함한 개인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불법'집회에 참석한 것이 잘못이라고? 살기가 힘들어서 도저히 못살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집회에 참석한 것이다. 그게, "식물인간과 뇌사 그 어디 중간 쯤"의 몸이 되어 돌아올 정도의 중범죄는 아니지 않나. 그러게 그럼 왜 거기 서 있었냐고? 서 있었던 사람 잘못이라고? 그렇게 말함으로써 당신은 스스로의 자유와 운명을 공권력의 손에 턱 맡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