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살 이혜리는 인생을 뒤바꿀 3초를 만났다.
너무 좋은 말이다.
딸 재시는 올해 15살이다.
그는 "애를 쓰고 있다"고 했다.
욕을 연습하는 건 그렇게 귀여운 게 아니다. "X발", "X친년" 같은 무서운 단어들, 적대적이고 무언가 폭력적인 그 단어들을 눈 앞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에게 내뱉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그것들은 마치 화살과 같았다. 분노와 증오로 똘똘 뭉쳐진 날카로운 화살.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쏘아 날리는 잔인한 화살.
1988년의 덕선이는 고3을 앞두고 꿈이 무엇인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나는 적성이 아닌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도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던 나는 그냥 평범하게 회사 다니기엔 아까운 내 청춘에 대한 억울함과 걱정 없이 여행 다니고 싶다는 막연함으로 승무원을 해야겠다는 철없는 생각을 했다. 대학 4년 아무것도 모르고 덤벼든 첫 면접은 떨어졌고 다음 해에 원하던 항공사에 취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을 꽤나 오래 했다. 고등학교 때는 물론이고 대학 4년을 다닐 때도 한 번도 생각지도 못했던 그 일을.
강한 임팩트를 주는 인물들과 일부 과장된 연기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한 극작가는 "덕선의 가족으로 나오는 거의 모든 캐릭터가 어딘가 병든 사람들 같은데, 견디기 힘든 성향들이 '따뜻함, 코믹, 인간적인' 코드로 흥겹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아버지 성동일의 분열적 성격은 술주정에서 절정을 이룬다. 하나같이 큰소리를 치며 호들갑을 떠는 '정신 나간' 어른들 사이에서 덕선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아버지의 빚보증으로 인해 집안이 기울면서 꿈을 접어야했던 보라의 과격한 신경질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보일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