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노장 히어로들과 그 뒤를 이었던 슈퍼맨, 배트맨, 그린랜턴 같은 간판급 히어로까지 다 죽거나 은퇴하고 바통은 젊은이들에게 넘어가는 것 같았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네론이라는 악마가 히어로들을 유혹하기 시작한 것이다. 네론은 카일 레이너에게 죽은 여자 친구를 되살려 주겠다고, 배트맨에게는 죽은 제이슨 토드를 되살려 주겠다고, 그리고 키드 플래시였다가 플래시의 옷을 물려받은 월리 웨스트에게는 죽은 배리 앨런을 되살려 주겠다고 유혹하였고, 악마와 거래한 악당들은 더욱 강한 힘을 얻으면서 지구를 위협한다.
『가족의 죽음』에 나오는 조커의 왕실 태피스트리에는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또 한 명의 전설적인 작품이 오마쥬되어 있는데, 바로 『배트맨: 웃는 물고기』의 작가 스티브 잉글하트다. 단 여덟 이슈의 이야기로 가장 '완벽한 배트맨'이라는 칭송을 들었던 잉글하트. 그의 이야기는 1970년대 마블의 우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솔로몬 웨인이 생각하는 도시는 기독교 문명을 찬란하게 꽃피우며, 야만성으로부터 그것을 지키고 보호할 수 있는 성채와 요새 역할을 하는 장소였다. 어느 날 그런 그의 앞에 사이러스 핑크니라는 건축가가 나타난다. 이 건축가는 자신의 이름으로 지은 건물이 하나도 없는 말 그대로 무명 건축가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원대한 비전이 있었는데, 바로 대도시를 설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큰 교각이 강을 가로지르고 높은 빌딩이 솟아 있는 도시의 모습을 스케치북에 여러 장 그려서 가지고 다녔다.
《배트걸》 시리즈는 '능욕의 악몽'을 추억(?)하려는 시도를 하며 또 한 번 비난의 대상이 된다. 《배트걸》 41호에서 작가 하파엘 아우부케르키가 『배트맨: 킬링 조크』를 오마쥬해 그린 표지가 문제가 된 것이다. 이 표지에서 배트걸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조커의 손에 붙들려 있고, 조커는 그녀의 겁에 질린 얼굴에 손가락을 대고 있다. 소녀 감성을 표방한 새 배트걸 시리즈에 과거 『킬링 조크』에서 바버라가 조커에게 봉변을 당했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고담 경찰국의 형사들이 슈퍼 히어로 변신한 케이스도 종종 있다. 제임스 고든은 최근 스콧 스나이더의 뉴 52 배트맨 시리즈에서 배트맨이 되었고, 르네 몬토야는 『52』에서 고담을 지키는 얼굴 없는 히어로 퀘스천으로 등장한다. 르네 몬토야의 파트너였던 크리스퍼스 앨런은 죽은 뒤 신의 복수자이자 DC 유니버스에서도 가히 최강의 캐릭터 중 하나로 손꼽히는 스펙터가 되었다. 하비 불록의 경우는 DC 버전의 쉴드라고 할 수 있는 첩보 조직 '체크메이트'의 핵심 요원으로 활동했다.
최근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 사태처럼 우리가 통제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소재인 만화도 하나 있다. 바로 배트맨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이자 최근 가장 '뜨는' 악당인 할리퀸의 창작자 폴 디니가 거장 알렉스 로스와 수년간 공들여 내놓은 『JLA: 자유와 정의』다. 어느 날, 아프리카에 의문의 전염병이 발생한다. 하루 만에 급파된 구조팀마저 병마에 쓰러진 상황에서 정부는 저스티스 리그에 긴급 지원을 요청한다. 리그는 정부 역시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눈치챈다. "명심하게. 정부는 우리가 공유하고자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숨기고 있어."(배트맨).
내일(6월23일)이면 전 세계가 기다려 오던 새 배트맨 게임이 출시된다. 바로 『배트맨: 아캄 나이트』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게임만이 줄 수 있는 쫀득한 손맛(!)으로 팬을 열광시킨 아캄 시리즈. 수많은 악당과 배트맨이 벌이는 힘과 두뇌의 싸움에 버금가는 이 시리즈의 또다른 매력이라면 역대 배트맨의 수많은 배트 슈트를 다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슈트들은 주로 게임 속 과제를 해결하면 보상으로 주어지는데, 새 의상으로 갈아입고 고담을 날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닌 게 아니라 슈트 목록만으로도 76년에 달하는 배트맨의 살아있는 역사를 생생히 체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