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대한민국의 퀴어에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질풍노도의 해가 될 것이다. 육군이 동성애자 '색출'에 나섰다는 폭로가 나왔다 대선후보들은 성정체성과 지향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찬성과 반대라는 황당한 기준에 끼워 맞추며 서로를 공격하려는 도구로 남발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나라는 사람의 존재가 원탁에 앉아 서로를 비난하기에 바쁜 정치인들의 찬성과 반대로 결정되지 않도록 더욱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오랫동안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왔던 여성주의 문화운동 단체 '언니네트워크'가 있다. 그곳에서 작년부터 퀴어페미니스트매거진 '펢'을 만들어 퀴어와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엔 그들과 인터뷰를 해보았다.
팟캐스트는 누구나 라디오 DJ가 될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 그래서 예전에는 청취자에만 머물러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직접 방송을 진행하는 DJ가 되었고, 특히 얼굴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퀴어 관련 미디어는 얼굴이 나오는 영상미디어에 비해 팟캐스트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이번엔 퀴어 팟캐스트, 그중 게이 팟캐스트를 진행 중인 팀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팟캐스트 포털 사이트인 '팟빵'의 퀴어카테고리에서 항상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게라쇼(게이라디오쇼)'의 진행자들에게 퀴어미디어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퀴어여성을 위한 라디오프로그램 'L양장점'을 만드는 '레주파'의 DJ 하레와 작가 봉레오입니다. 'L양장점'은 2005년부터 마포FM을 통해 송출되었고 수요일, 목요일 자정에 들을 수 있는 방송입니다. 팟캐스트로는 다시듣기 형식으로 지난 '레주파'의 'L양장점' 방송을 언제든지 들을 수 있습니다. 레즈비언 맞춤방송이라는 의미로 'L양장점'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레즈비언뿐만 아니라 모든 퀴어여성을 위한 방송을 만들고 있습니다.
1970년대에는 나도 그렇고 우리 레즈비언 선배들도, 그리고 한국 사회도 혼란스러웠어요. 그때의 매체들, 예를 들어 선데이 서울 같은 잡지에 동성애자들에 대한 안 좋은 기사들, 남장여자가 기차에 뛰어들어 자살했다는 둥 두 여자가 손잡고 투신자살을 했다는 둥 이런 기사들이 많았었는데 그런 것들이 우리를 더 힘들게 만들었죠. 하지만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어요. 얼마 전 '비 온 뒤 무지개재단' 법인 설립 불허가처분 취소 소송에서도 승소한 걸 보면 정말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만약 예전 같았으면 다 잡혀갔었을 거예요.
국립국어원에 의하면, 아가씨는 '시집갈 나이의 여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이고, 아줌마는 아주머니를 낮추어 이르는 말로 '결혼한 여자를 예사롭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 이다. 아가씨와 아줌마의 경계선에는 바로 결혼이라는 제도가 있었던 것이다. 참고로 총각은 '결혼하지 않은 성년 남자'를 말하지만 아저씨는 '성인 남자를 예사롭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아저씨는 아주머니와는 달리 결혼 여부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나의 얼굴과 본명, 직업을 밝힌 상태에서 커밍아웃을 한 책이라서 그런지 적잖은 미디어의 관심을 받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러 신문사의 기자분들과 인터뷰를 했고 역시 나의 예상대로 그 기사들에는 동성애를 혐오하는 악플들이 많이 달렸다. 그 악플들은 주로 대한민국 최대 플랫폼인 네이버에서 볼 수 있었다. 물론 악플을 읽으면 속상하고 화도 나지만 근거 없는 혐오댓글이나 반복적인 욕설을 보며 한 번 댓글을 분석해보고 싶었다.
난 레즈비언의 입장으로 게이에게 무엇을 질문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나의 고민은 쓸데없는 것이었다. 게이만을 위한 특별한 질문은 없다. 나도 모르게 '게이는 뭔가 다를 거야' 라고 생각하며 편견 아닌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나 역시 동성애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난 평소에 하는 인터뷰처럼 다른 레즈비언에게 하는 질문들을 똑같이 게이에게도 했다.
대한민국의 2016년 상반기는 그전에 비해 상당히 퀴어하다. 동성애를 포함한 퀴어라는 주제가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으며 최근 영화 '아가씨'와 퀴어 문화축제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쏟고 있다. 퀴어 문화축제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더해질수록 반대세력의 열기도 더해지고 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시청 앞 광장에서 혐오를 외치며 현란한 춤사위를 선보일 그들에게 들려줄 노래를 한 곡 만들어 보기로 했다.
난 85년생이고 그녀는 99년생이다. 우리는 14살이나 차이가 났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나이 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어른스럽고 개념 있는 발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멋있고 존경스러웠다. 동성애를 혐오하는 수많은 단체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 같던데, 이젠 안심해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멋있는 동성애자 십대들이 성인이 되어 우리나라의 미래를 잘 이끌어갈 테니까.
내가 만난 18세의 레즈비언은 어린 시절부터 자라오면서 자신이 여자지만 여자를 더 좋아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았고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동성애에 대한 악플들을 읽고 위축되지 않고 왜 혐오자들은 이런 악플들을 쓰는지, 동성애라는 것은 어떤 것인지 능동적으로 정보를 찾아보고 이런 저런 활동에 참여도 했다고 한다. 동성애혐오자들의 걱정과 다르게, 내가 만난 10대는 건강하고 당당한 레즈비언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한계를 뛰어넘자는 노래는 많다. 그 한계가 성 정체성인 것도 매우 많다. '2016 GRAMMY Nominees' 앨범에 수록된 Little Big Town의 'Girl Crush'는 대놓고 여자가 여자에게 반했다는 내용의 노래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다른 나라의 노래이고 다른 나라의 문화와 정서이다. 우리나라에서 만약 저런 내용의 노래가 나온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일단 그 노래를 만든 아티스트의 소속사 앞, 앨범 유통사 앞에서 반대 시위가 열릴 것이다. 어떤 이들은 그 노래에 대한 판매금지 신청을 법원에 낼 것이고, 어떤 정치인들은 그런 노래를 듣고 우리 아이들이 잘못된 인생을 살게 될 거라는 일장연설을 할 것이다.
나는 그녀와 가까운 사이지만 커밍아웃을 하면 안 되겠다 생각하고 계속 미뤄왔는데 결국 나의 레즈비언 인증 사진들을 보게 되었으니 정말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그녀는 심하게 놀랐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진정한 후에 나에게 가장 먼저 물어본 것은 "그럼 누가 남자 역할이에요?"였다. 나는 웃으며 그런 건 없다고 했다. 내가 이로 인해 얼마나 행복해졌는지, 내가 얼마나 이런 활동을 함으로써 더 성장해나가는지 말하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기무상은) 남과 다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어. 그게 너무 심해. 너무 극단적이야. 그런 병에 걸린 거 같아."
기무상이라는 이름으로 이런저런 활동을 한지 5개월 정도 되었다. 그리고 많은 레즈비언 커플을 만났다. 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서로를 만나고 고백하고 사랑하게 되었을까? 그들은 어떻게 여자사람친구에서 여자친구 혹은 애인이 되었을까? 내가 직접 만나거나 SNS 등을 통해 이야기를 나눈 커플들 중 다섯 커플의 사례를 간단하게 정리해봤다.
물론 이번에 내가 읽은 댓글들은 '기무상'이라는 사람만 가지고 이야기한 것보다 동성애 자체를 혐오하여 쓴 것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 그중 읽어볼 만한 것을 모아서 영상으로 제작했다. 역시 가장 많은 내용은 '더럽다'는 것, 그리고 '지옥에 가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맞춤법을 잘못 쓴 댓글도 꽤 많이 눈에 띄었다.
스스로를 이성애자로 알고 있던 사람이 동성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나 같은 경우는 인정하기까지 거의 10년 정도 걸렸다.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 여자아이가 나의 첫사랑이었지만 계속 나는 나 자신을 거부해왔다. 그리고 서른이 다 돼서야 마침내 인정했다.
여자끼리의 동성애는 사회적으로(나라마다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금지된 사랑이라는 인식이 많다. 하지만 사회적이라는 것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정치, 사회, 과학, 종교, 문화 등 현재 우리의 삶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것들은 과거 어느 시대에는 분명 금지된 것이었다. 금지가 대세로 돌변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클리토리스를 통해 성적쾌감을 느끼기 위해선 굉장히 섬세하고 배려하는 정신적, 육체적 교감이 필요하다. 먼저 전희를 통해 클리토리스의 신경세포들을 깨워야 한다. 남자들이 보통 "그곳이 선다"라고 하는 것처럼 여자들의 그곳도 "세워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레즈비언이라고 하면 짧은 머리에 중성적인 패션 스타일을 떠올린다. (개인적으로는 "중성적"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중성적이다 하는 건 결국 여자인데 남자들처럼 옷을 입는다는 거니까. 남자가 여자들처럼 옷을 입는다고 해서 우리는 "중성적"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냥 "여성적"이라고 한다.) 그런 스타일의 레즈비언도 물론 많다. 그렇지 않은 스타일의 레즈비언도 많다. 직업도 다양하다. 선생님, 회사원, 변호사, 펀드매니저, 홍보 전문가, 미용사, 건축가 등 우리 주변에 언제나 있는, 우리가 매일 마주치고 만나고 하는 그런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