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북미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야 한다
국가공동체는 거대한 항공모함과 비슷하다. 권력을 차지한다고 해서 혁명적으로 노선을 바꾸기 어렵다. 최소한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고, 주변의 불만을 다독여야 하고, 궁극적으로 '파이'를 나눠야 한다. 불행한 일이었지만, 이들이 쟁취한 한국 상황은 별로 좋지 않았다. 일단 경제적파이가 너무 적었고 작은 것에서 일정 부분을 강제로 취하는 과정에서 무리수가 따랐다. 주변 강대국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입장도 고려하지 못했다. 주요 정책을 수정하는데 필요한 '교통정리'도 제대로 못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부당한 방법으로 자동차를 탈취한 뒤에, 지난 10년 동안 도로가 바뀌었다는 것도 모른 채, 과거에 해 왔던 방식으로 무모하게 돌진한 것과 흡사했다.
세계의 도덕 모델로서 미국은 참패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최근 20년 동안 일련의 불법전쟁에 가담해 왔다. 많은 중국인들이 생각하고 있는 자신들의 강점은 아편전쟁과 과 같은 전쟁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자신들의 힘으로 국가의 이익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는 데 있다. 물론 국력을 키워 외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는 그들의 소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국력의 향상이 기후의 변동 등, 인류의 존재와 관련된 과제 해결을 통해서가 아닌 항공모함과 전차의 제조 등과 같은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군비확장의 방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그 방향이 틀렸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잘나가는 분들 보면 극우 성향을 거침없이 드러내요. 야당은 종북 좌빨이고 노조 같은 건 없애버려야 한다고... 그래야 인정받고, 출세한다는 걸 알고 일부러 저러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돕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한 직장인의 증언이다. 생각은 머리가 아니라 일상에서 나온다. 교육부 간부가 '1% 대 99%'로 나눈 건 신분제가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대만에서는 자신이 대만인이라고 여기는 비율이 1992년 17.6%에서 현재는 60.6%에 이른다. 또한 대만독립 찬성은 25.4%, 광의의 현상유지(실질적 독립) 희망은 56.1%인 데 반해 통일을 바라는 의견은 겨우 7.7%에 그치고 있다. 즉 대만은 현재 대륙과의 밀접한 경제 협력 및 교류, 중국공산당의 압력 같은 이유로 독립을 과감히 요구하지는 못하지만 대만의 민의는 이미 독립된 실질국가로서 스스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동아시아를 주 무대로 펼쳐지는 메가 FTA의 도미노는 이 지역이 '미국→중국'이라는 글로벌 차원의 세력전이와 '일본→중국'이라는 지역 차원의 세력전이가 동시에 일어나는 공간이라서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이다. 그로 인해 이들 중 한 나라의 FTA 체결은 나머지 나라의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바로 그 출발점이 한미FTA로, 한중FTA, 한중일 FTA, RCEP, TPP 그리고 TTIP로 이어지는 메가 FTA 도미노는 한미FTA가 체결되는 순간 족히 예견된 미래였다. 문제는 상호 협력과 연대의 기운이 아닌 견제와 대립의 산물로서 촉발된 메가 FTA 도미노에 내재된 불안정성이 언제 어떤 양상으로 표출되어 협력을 무력화시킬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