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021년 11월 17일 16시 33분 KST | 업데이트됨 2021년 11월 17일 21시 40분 KST

[사진] '정치 입문 4개월' 윤석열 후보가 쓰는 방명록은 왜 논란이 될까? 이재명 후보와 비교해봤다

같은 장소, 다른 방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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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 쓰는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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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기에 앞서 방명록을 작성했다. 2021.11.10

″민주와 인권의 오월 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

지난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전두환 발언‘과 ‘개+사과 사진’을 사과하기 위해 광주광역시 국립 5·18묘지를 찾았을 때 남긴 방명록이다.

‘반드시‘를 ‘반듯이‘로 잘못 썼다는 맞춤법 지적이 나왔고, 윤석열 후보는 ”똑바로의 의미(로 쓴 것)”라며 “‘반듯이 한다’는 말은 호남 출신 동료들이 잘 쓰는 말이다. 제가 그런 걸 감안해서 그렇게 썼다”라고 해명했다. 호남에 가서 호남 사람들이 흔히 쓰는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그렇다면 더 문제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힘의 대선후보가 오월정신을 반듯이 세우겠다고 하는 것은 오월정신이 비뚤어져 있다는 의미로 오월정신 모독”이라면서 ”오월정신을 반듯하게 세우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표기실수이기를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지난 6월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방명록 논란을 불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적은 방명록. 2021.6.15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 전에 김대중도서관을 찾았다. 방명록은 어딘가 많이 이상하다. 자세히 보니 맥락상 ‘지평‘을 ‘지평선‘으로, ‘통찰‘을 ‘성찰’로 잘못 쓴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의 분명한 실수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윤석열 방명록' 첨삭본.

SNS에서는 ‘지평선 방명록’ 첨삭본이 돌기도 했다. 직접 첨삭한 시민은 ”비문투성이 방명록에서 윤석열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건 기본적인 단어를 틀리는 윤석열의 무식함과 그가 김대중 대통령님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도 없다는 사실”이라며 일갈했다.

5개월 만에 벌써 두 번이나 방명록 논란의 당사자가 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윤석열 후보와 팽팽한 접전을 보이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어땠을까. 같은 장소, 다른 방명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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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민생탐방 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오전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참배한 후 방명록을 쓰고 있다. 2021.11.13

1. 국립 5·18 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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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오월영령에 참배했다. 사진은 이 후보가 작성한 방명록. 2021.10.22

″민주주의는 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고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님들의 희생 기억하겠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22일 광주를 찾았는데,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다음 첫 지역 방문 일정이었다. 경기도지사 신분이었던 터라 휴가를 썼다고 한다.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가 방명록에 썼던 ‘오월 정신’에 대해 ”민주주의는 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고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님들의 희생”이라고 상세히 풀어썼다.

이날 이재명 후보는 ”광주는 제 사회적 어머니”라며 “당연히 가장 먼저 찾아와 인사드리고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 다짐해야 하는 곳”이라며 광주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 후보는 참배객들이 밟고 지나갈 수 있도록 바닥에 설치된 ‘전두환 비석’을 꾹꾹 밟기도 했다.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던 윤 후보를 의식하는 듯했다. 

 

2. 김대중도서관과 김대중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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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2일 오전 목포 산정동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에서 작성한 방명록. 2021.7.2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 감각으로 공정 성장하는 새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다음날 전라남도 목포시에 위치한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찾았다. 이 후보는 방명록에서 “정치인은 서생(書生)적 문제 의식과 상인(商人)적 현실 감각을 함께 갖춰야 한다”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했다.

김 전 대통령은 퇴임 후인 지난 2005년 기자들에게 ”무엇이 바른 길인가를 선비처럼 올곧게 따지는 문제의식이 필요하지만 그것에만 매달리면 완고함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며 “어떻게 하면 돈을 벌고, 언제 물건을 사고 팔지를 생각하는 상인의 현실적 감각을 적절히 조화하는 정치인이 성공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재명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설명했던 ‘성공한 정치인’으로서의 포부를 전한 셈이다.

Jorg Greuel via Getty Images
자료사진. 

대통령 선거가 겨우 4개월 정도 남은 이 시점에 정책도, 비전도 아닌 겨우 방명록 한 줄로 웬 유난이냐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을지 모른다. 방명록이 별 게 아닌 이유는 분명하다. 정치인의 방명록은 그냥 방명록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들을 포함해 정치인들은 어디를 가든 이유가 있다. 시간이 좀 남는다거나 그냥 가고 싶어서 가는 일은 단언컨대 없다.

유죄 판결을 받고도 단 한 번 사과하지 않은 전두환씨가 기세등등한 2021년에 살면서 여전히 상처받고, 눈물 흘리는 시민들이 광주에 있다. 관련 재판까지 진행 중인 마당에 피고인 전두환을 두고 ‘정치는 잘했다’라는 망언을 해 뭇매를 맞은 한 후보는 굳이 광주에까지 가서 하나 마나 한 이야기만 찔끔하고 말았다. ”쇼 안 한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윤석열 후보를 광주 시민들은 용서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의 진정성은 자신만이 알겠으나, 글은 곧 그 사람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국민들은 윤 후보의 머릿속을 완전히 열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 A4 용지에 적어온 사과문과 방명록으로 그의 생각을 짐작해볼 뿐이다. 

후보에 대한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이번 방명록 논란만 놓고 본다면 윤석열 후보는 완벽하게 패배했다. 그렇다고 이재명 후보의 완승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잘못 쓴 사람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방명록을 잘 쓴 것은 정치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니까. 이쯤에서 이 긴 글을 ‘한 줄 요약’ 해보자면, 방명록은 망했을 때만 뉴스가 된다.

 

도혜민 에디터: hyemin.d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