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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선거는 ‘부동산’ 선거로도 평가된다. ‘마용성’등 집값 상승률이 높은 지역에서 야당 쏠림이 두드러졌다

4·7 재·보궐선거는 ‘부동산’도 큰 영향을 미쳤다.

  • Mihee Kim
  • 입력 2021.04.08 21:58
  • 수정 2021.04.08 22:00
4·7 재보선 개표현장
4·7 재보선 개표현장 ⓒ뉴스1

결국 ‘부동산 선거’였다. 2016년 총선 이후 네 차례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연거푸 대승을 거뒀던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선에서 참패를 당한 이유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가 결정적이었다. 강남 3구 및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집값이 급등한 지역에선 보유세 강화에 분노한 주택 소유층의 야당 쏠림이 두드러졌고, 상대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은 지역과 집을 소유하지 않은 세입자들은 박탈감에 투표를 포기하거나 국민의힘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

8일 업무를 개시한 오세훈 시장의 강남구 득표율은 73.54%로, 전체 서울시 득표율 57.50%보다 16%포인트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서초구(71.02%), 송파구(63.91%), 용산구(63.44%) 순이었다. 지역별 득표율을 좀더 세분화하면, 오 시장은 강남구 22개 행정동 가운데서도 압구정동(88.30%)에서 가장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대치1동(85.11%)·도곡2동(84.76%)·대치2동(81.29%)·청담동(80.27%)에서 80%가 넘는 득표율을 보였다. 모두 고가의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거나 재건축 단지가 예정된 곳이다. 서울시 425개 행정동 별로 따져봐도 강남 3구가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였다. 특표율 상위 30개 행정동 가운데 27개동이 강남3구에 포함됐고, 11위에 용산구 이촌제1동(78.82%), 20위에 서빙고동(75.28%), 22위에 영등포구 여의동(74.71%)이 이름을 올렸다. 30위권 밖으로 벗어나면 그 때부터 용산구 한강로동·한남동, 양천구 목동, 성동구 옥수동, 마포구 용강동 등의 이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 폭등기에 회자되던 강남3구와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 등이 오 시장 지지의 밑바탕이 됐다는 뜻이다.

강동구에 거주하는 40대 시민은 “집 못 산 분들 박탈감에 비하면 배부른 소리겠지만, 실거주 목적으로 분양 받았더니 정책 실패로 가격이 올라서 세금만 오르고, 팔고 이사를 나가려 해도 양도세, 취득세 생각에 답답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50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한 직장인은 “부동산 정책 실패나 보유세 강화에 대한 불만도 있었고, ‘그것 봐라. 너희들도 겉으론 입바른 소리하지만, 결국 뒤로는 호박씨 까지 않았냐. 나는 적어도 위선자는 아니다’ 그런 분위기가 생겼던 것 같다”며 “이번에는 강남 사람들이 투표장에 나갈 명분이 생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보유세 인상 등 증세에 대한 반감과 함께, ‘부동산 내로남불’로 인한 집권층 신뢰의 위기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이런 ‘보복 투표’를 가능케 했다는 뜻이다. 이는 전날 실시간으로 집계된 자치구별 투표율 현황에서도 짐작된 바 있다. 평일에 치러진 4·7 보궐선거에서 강남 3구가 일찌감치 전체 평균을 상회하는 시간대별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여권 심판으로 돌아선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많았다. 실제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서울시 각 자치구의 지난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과 전날 투표율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비례 관계가 나타난다는 분석 결과를 페이스북에 공표하기도 했다.

한편, 무섭게 치솟은 집값에 내집 마련을 포기한 임차인과 서민 계층에서는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실망감으로 민주당에 표를 던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계속 민주당을 지지해온 한 40대 시민은 “결국 모든 것이 부동산 정책 문제여서 투표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정말 고민했다. 1, 2번 모두를 찍고 싶지 않아서 투표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제3의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강동구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40대 직장인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집값 꼭 잡겠다고 큰소리 치는 걸 믿고 집값 안정되길 기다리다보니 그새 3억원대 전세가 8억원이 됐다”며 “정부 여당을 믿다가 벼락거지가 되고 전세난민이 되고 보니, 하도 기가 막혀 투표할 마음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4·7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금천구(52.2%), 관악구(53.9%), 중랑구(53.9%), 강북구(54.3%) 등은 전체 평균(58.2%)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에 대한 반감과 내로남불이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 3구 등에서 분노 투표를 불렀다면,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투표를 포기하게 만드는 쌍방향의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한겨레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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