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충돌 인형 '더미'에게 가족 만들어준 자동차 회사 이야기

1억 원을 호가하는 인형이 100개가 넘는다.

다치기 위해 태어난 인형이 있다. 3kg짜리 유아 인형부터 130kg이 넘는 남성 인형까지 성별과 체격, 나이에 따라 다르게 제작된 충돌 테스트용 인형, ‘더미(Dummy)’다. 장난감으로 태어난 ‘토이 스토리(Toy Story)’ 속 우디(Woddy)와 달리 벽이나 차를 향해 달려야만 하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이들. 이런 더미를 무려 100개 이상 보유하고 가족처럼 아끼는 자동차 회사가 있다. 또, ‘볼보’다.

# 더미 대신 마루타를 자처한 사람

실험용 인형인 ‘더미’를 자처한 사람이 있었다. 1954년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이 된 ‘존 폴 스탭(John Paul Stapp)’이다. 미국 공군 전투비행단의 군의관이었던 그는 비행기 탈출 시 조종사의 안전을 연구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안전벨트’가 개발되면서 비행 중 발생하는 사고는 현격히 줄었으나, 격추된 전투기에서 탈출할 방법이 없었다. 가속도를 받은 전투기가 급작스럽게 감속하면 ‘중력가속도’를 버티지 못한 조종사가 기절해 사망에 이를 수 있었다.

1954년 6월, 존 폴 스탭이 직접 로켓 썰매에서 가속과 감속을 견디는 모습이다.
1954년 6월, 존 폴 스탭이 직접 로켓 썰매에서 가속과 감속을 견디는 모습이다.

스탭과 연구팀은 일명 ‘로켓 썰매’를 만들어 주행시험을 한다. 인체 모형을 두고 실험을 하던 그는 실제 조종사를 본뜬 석고 캐스트로 인형 제작을 의뢰했고, 이것이 1949년 탄생한 최초의 더미, ‘시에라 샘(Sierra sam)’이 된다. 스탭은 샘을 통해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직접 실험에 참여했으며, 종국엔 초음속 로켓 썰매인 ‘소닉 윈드(Sonic wind)’에 오른다. 무려 5초 만에 시속 1,017km에 도달했으며 감속 당시에는 약 4t(46.2g)의 힘을 받아 갈비뼈가 부러지고 일시적으로 시력을 잃기도 했다. 목숨을 담보로 했던 이 실험은 훗날 항공우주의 역사를 발전시켰으며, 더미는 자동차 충돌사고 테스트에 활용되면서 운전자의 생명을 지키는 데 현격한 공을 세운다.

# 충돌 인형 100개 보유한 자동차 회사

초창기 더미는 백인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다 여성, 유아, 할머니 등 성별과 나이, 체형까지 고려한 더미가 개발되기 시작한다. 볼보자동차의 경우 세계 최초로 ‘임산부 더미’를 개발했으며, 로드킬 연구를 위한 ‘캥거루 더미’까지 만드는 등 자동차 사고와 관련한 전방위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볼보 충돌 센터(Volvo Crash Center)에서는 정면, 후방 충돌 시험뿐 아니라 유아나 임산부 등 특정 연령대나 상황을 가정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됐다. 사고가 사람을 가려서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어린이 탑승객을 위한 후향식 어린이 시트를 개발했으며, 임산부를 위한 안전벨트 착용법을 발표하기도 한다.

안전 기술 개발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더미는 해부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인간과 흡사한 골격과 관절로 이루어지며, 100개 이상의 센서를 통해 충돌 시 발생하는 근육과 피부 파열, 출혈, 상해, 뇌 손상까지 감지할 수 있다. 똑똑한 만큼 가격도 상당해 개당 제작비만 무려 1억 원에 달하는데, 볼보자동차에는 이 더미만 100개가 넘는다. 다양한 상황과 조건에서 발생하는 차 사고에 대비하고, 더욱 안전한 운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더미가 필요하므로 이들을 ‘더미 가족’이라 부르며 살뜰히 관리하고 있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볼보자동차 교통사고 조사팀(Traffic Accident Research Team)’이다. 실제 사고 현장을 찾아가 도로 및 교통상황, 사건 발생 시각 및 충돌 원인, 피해 등을 기록해 연구하는 팀으로 1970년에 만들어졌다.

# 경찰보다 빨리 출동하는 ‘볼보자동차 교통사고 조사팀’

스웨덴에서는 경찰보다 빨리 출동하는 팀으로 불린다. 교통사고가 벌어지면 그 어디든 나타나서다. 50년간 조사한 사건 사고만 4만 3천 건이 넘고, 7만 2천 명 이상의 사고 탑승자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추 보호 시스템(WHIPS), 측면 충돌 방지 시스템(SIPS), 사이드 에어백 및 커튼형 에어백,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 등 혁신적인 안전 기술 시스템이 개발됐다.

개발 과정은 이렇다. 교통사고 조사팀은 추돌사고의 75%가 의외로 30km/h 이하의 저속에서 발생하고, 50% 이상의 운전자가 추돌 전 브레이크를 제때 밟지 못한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그렇다면 ‘자동차가 장애물을 인식하고 제어한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발상을 하게 된다. 그렇게 개발된 것이 세계 최초의 저속 추돌 방지 시스템인 ‘시티 세이프티’다. 정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볼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교통안전 정보와 지식을 사회와 공유하는 ‘프로젝트 E.V.A.(Equal Vehicles for All)’를 2019년 3월, 발표했다. 교통사고 조사팀이 50년간 애써 쌓아온 데이터와 더미를 활용한 충돌 테스트 결과 등의 지식 정보를 업계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볼보의 ‘디지털 라이브러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세계 최초로 ‘3점식 안전벨트’를 개발하고 특허를 무료로 공개했던 볼보의 정신을 이어가는 행보이며, ‘돈’이 아닌 더 많은 생명을 구하고 새로운 안전 기술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목표를 공고히 하는 활동이라 할 수 있겠다.

# 눈 깜빡하는 순간 100m

한국도로공사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5년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 원인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사망자 1,079명 중 졸음 · 주시 태만, 과속운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857명에 달했다. 전체의 약 80% 가까운 수치이며, 특히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일반사고 대비 치사율이 무려 1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속해서 감소하는 추세이며, 특히 어린이와 65세 이상 노인 교통사고 사망자가 감소한 것은 반가워할 일이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하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평균을 웃돈다.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7년 기준 8.1명으로 OECD 평균 5.2명보다 훨씬 많고, 보행사망자 수 역시 2017년 기준 3.3명으로 OECD 평균 1.0명의 3.3배로 나타났다. 이는 도심 제한속도 하향, 음주운전 단속 및 처벌 기준 강화 등으로 큰 사고는 줄고 있지만, 여전히 졸음이나 과속, 음주 운전 등 교통 습관으로 벌어지는 사고에는 속수무책임을 시사한다. 이에 볼보자동차코리아가 2020년 교통사고 조사팀 설립 50주년을 기념해 ‘안전 운전 습관 만들기’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하는 ‘드라이브 투 제로(Drive to Zero)’ 캠페인이다.

이번 ‘드라이브 투 제로’ 캠페인은 도로 위 3대 위협요소인 ▲과속운전, ▲주의 산만, ▲음주운전 등 중상해를 유발하는 주요 교통사고를 근절하자는 의미로 ‘무사고’를 향해 나아가는 볼보자동차의 안전 비전에 따라 기획됐다.

‘드라이브 투 제로’ 마이크로 사이트(https://2020.volvocar-safety.com)에 접속하면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평소 운전 습관을 점검하고, 안전 운전 서약을 할 수 있다. 참여자 전원 추첨을 통해 일렉트로룩스 공기청정기 퓨어 A9, 툴레 리볼브 캐리어, 헬리녹스 캠핑용품, 툴레 백팩, 스타벅스 1만 원 e-기프트 카드가 제공된다. 볼보자동차코리아 이윤모 대표는 “오늘날 도로 위 생명을 지키기 위한 수많은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자 스스로 책임 의식을 갖고 안전운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며 “이번 안전 캠페인이 올바른 운전 문화와 보다 안전한 도로 환경을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1분이면 참여할 수 있는 간단한 습관 테스트와 운전 서약을 통해 가족과 자신의 안전을 지키고, 선물도 받아 가 보자. 이벤트는 오는 7월 19일(일)까지 진행된다. ▶▶▶ ’드라이브 투 제로’ 캠페인 참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