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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기업가가 코로나 사태로 고통받는 빈곤층 위해 '쌀 ATM'을 만들었다 (사진)

베트남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해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있다.

11일 호찌민에서 한 시민이 쌀 ATM을 이용하고 있다. 
11일 호찌민에서 한 시민이 쌀 ATM을 이용하고 있다.  ⓒYen Duong / Reuters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각국에서 저소득층이 특히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 곳곳에 무료로 쌀을 나눠주는 배급기가 등장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자리를 잃고 생계난을 겪는 빈곤층을 도우려고, 민간 기업인이 일명 ‘쌀 인출기(ATM)’를 설치하고 개인 후원자들이 쌀을 기부하고 있다는 훈훈한 소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7일(현지시각) ‘베트남 기업가, 코로나바이러스 속 빈곤층 위한 무료 쌀 인출기 설치’라는 제목의 동영상 뉴스를 보도했다. 동영상을 보면, 마스크를 낀 주민 백여명이 질서정연하게 2m씩 거리두기를 하며 줄을 서다가 자기 차례가 되면 비닐과 종이 봉투에 쌀을 담아 간다. 현장 지도요원이 스마트 버튼을 누르면 쌀이 쏟아져 나오는 방식이다. 신원 확인을 거쳐 가구당 하루 한 번씩만 받을 수 있고, 지역에 따라 한 번에 1.5~3㎏씩 지급된다.

ⓒYen Duong / Reuters

베트남에서는 17일 현재 26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으나, 공식 사망자는 없다. 다른 나라에 비해 피해가 큰 편은 아니지만, 대규모 확산을 미리 방지하는 차원에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있다. 3월31일부터 소규모 영업장을 폐쇄했고, 노점상과 일용직 등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시적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쌀 배급기는 호찌민의 한 사업가가 전자식 개폐기가 달린 대형 물탱크를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그가 배급기를 설치하자, 지역의 후원자들이 너도나도 쌀을 채워넣었다. 하노이의 배고픈 주민들이 하루 수백명씩 몰려들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자, 다낭 등 여러 도시에서 쌀 배급기 설치가 잇따랐다.

하노이에 사는 쩐티라인(62)은 암 환자다. 그는 현지 <하노이타임스>에 “병원 근처에 거처를 빌려 폐기물을 수집하며 살고 있다”며 “이 정도 쌀이면 나흘간 먹을 수 있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하노이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응우옌티리(34)는 코로나19로 남편이 실직했다. 그는 <로이터> 통신에 “이 한 봉지 쌀이면 우리 가족이 하루를 나기에 충분하다”며 “(쌀이 있으니) 다른 반찬이 필요한데, 가끔씩 이웃들이 나눠준 남은 음식을 먹거나 인스턴트 국수를 먹는다”고 말했다.

ⓒYen Duong / Reuters
호찌민의 쌀 ATM 
호찌민의 쌀 ATM  ⓒYen Duong / Reuters

베트남 국민 상당수는 여전히 사회주의식 사회안전망에 기대어 살고 있고, 베트남 정부도 코로나19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리 가족 처럼 한계에 내몰린 취약계층에겐 정부 지원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리는 “인터넷에서 쌀 인출기 소식을 봤다. 확인해 보려고 왔는데, 현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팬데믹이 끝날 때까지 후원자들이 이것(쌀 배급)을 계속 유지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노이에서 언제까지 쌀 배급기가 운영될 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베트남뉴스통신>은 ‘다낭 청년 사업가 연합’ 회장의 말을 인용해 다낭에서는 6월 말까지 쌀 배급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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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빈곤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