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9월 14일 15시 55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9월 14일 16시 35분 KST

'땡 잡으신 거다' 중고차 사기꾼들이 소비자 우롱하는 동안 세계 중고차는 이만큼 발전했다

중고차 '허위 미끼 매물'과 고전하는 사이 벌어진 일이다.

중고차 ‘허위 미끼 매물’과의 전쟁이 본격화된 모양새다. 대법원은 조직적으로 허위 매물 사기를 저지른 인천의 중고차 판매 조직을 ‘범죄 집단’이라 판결했으며,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를 두고 공방전이 일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머뭇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과 독일, 일본 등은 자동차 시장을 혁신시키며 발전을 도모하는 중이다. 그들이 우리와 달랐던 점은 과연 무엇일까.

YTN 특집 다큐 '세계 중고차 시장의 혁신 전쟁'
중고차 딜러가 '허위 미끼 매물'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왜 모든 물건값은 비교하면서 중고차 가격은 비교하지 못했는가?

미국에는 ‘켈리블루북(Kelly Blue Book)’이란 자동차 전문 평가기관이 있다. 무려 100년 전인 1918년 레스 켈리(Les Kelley)라는 21세의 청년이 연 중고차 매매상이 기업의 시초가 됐다. 켈리는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차종별 가격과 중고차 처분 가격 등을 정리한 ‘블루 북’을 제작하게 되는데, 이것이 중고차 매매상이나 금융회사의 호응을 끌어내면서 아예 블루 북 출판 업체로 사업을 전향한다. 이후 1995년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신차와 중고차 가격을 오픈했는데, 기업의 영향력을 확대한 계기가 된다. 소수의 관계자만 주로 확인하던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중고차 시장이 활성화된 것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믿고 구매할 수 있겠다’는 신뢰감도 쌓여갔다.

YTN 특집 다큐 '세계 중고차 시장의 혁신 전쟁' 캡처
미국 자동차 전문 평가 기관, '켈리블루북'은 차종별 신차 가격과 중고차 가격 등을 정리해 제공한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자동차 이력도 쉽게 확인 가능하다. 차량의 등록과 운전면허를 담당하고 있는 차량국이 ‘VIN(Vehicle Identification Number)’이라는 차량 고유 번호를 부여하고 이력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정보들은 ‘카팩스(CarFax)’ 또는 오토체크(AutoCheck)와 같은 중고차 이력 조회 서비스 회사들이 구매해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카팩스 리포트’라 불리는 차량 이력 보고서에는 명의자 변경 여부, 사고손상 여부, 개인 정비·수리 여부, 주행 거리, 택시나 렌터·리스 카 사용 여부 등 차량의 상태를 확인해볼 수 있는 다양한 정보가 포함돼 있다.

리포트는 일정 비용만 지불하면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볼 수 있고, 대부분의 중고차 매장에서는 무료로 제공한다. 중고차 관련 정보들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정보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미국의 중고차 시장은 매해 커지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중고차 거래가 4,080만 대로 신차 구매 수인 1,700만 대의 2.3배에 이르렀다.

 

 

‘땡 잡으신 거다’ 우리나라 중고차 매매의 민낯 

YTN 특집 다큐 '세계 중고차 시장의 혁신 전쟁'
중고차 딜러가 '허위 미끼 매물'로 계약을 한 뒤 차량의 문제점을 고지하고 있는 모습.

허위 미끼 매물 수법은 이렇다. 터무니없는 가격에 비싼 차를 내놓는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일단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을 치르게 한 뒤에 차량을 가져가려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는 식이다. 소비자가 계약 취소를 요구하면 다른 차량으로 유인해 기존 중고차 매맷값보다 비싸게 판매해 이득을 남긴다. 소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원하지도 않는 차량을 더 비싼 값에 사게 되는 것이다. 물론 침수 이력을 숨기거나, 주행 거리 조작, 심지어 핸들이 잘 돌아가지 않는 성능 불량의 차량도 판매된다. 여기에는 매매업자의 암묵적인 방조도 한몫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허위 미끼 매물을 판매하는 사기업자가 매매업자에겐 일단 어떻게 해서라도 자동차를 판매해주는 고마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YTN 특집 다큐 '세계 중고차 시장의 혁신 전쟁' 캡처
한국과 미국의 중고차 이력조회 서비스, 소비자가 받아볼 수 있는 정보의 차이는 이렇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보험개발원이 개발한 ‘카히스토리’, 국토교통부가 만든 ‘자동차365서비스’에서 자동차 이력 조회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미국과 비교해봤을 때 정보가 매우 한정적이다. ‘개인정보 보호법’으로 인해 정보 열람에 한계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구매자는 계속해서 정보를 얻을 수 없고 반대로 판매하는 이들만 관련 정보를 얻는 정보 불평등 상황이 이어진다.

 

 

신차와 중고차를 한 매장에서 판매하는 독일

자동차 강국 독일에서도 이전에는 중고차 판매 사기가 종종 있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중고차 시장의 변화가 생긴 이후부터는 염려 없이 누구나 자동차를 사게 됐다. 대부분의 자동차 판매장에서 신차와 중고차를 함께 판매한다. 이는 독일인들의 차 사용 관련 문화와 관련이 깊은데, 대부분이 할부로 차를 임대해서 사용한 뒤 다시 매장에 반납하는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YTN 특집 다큐 '세계 중고차 시장의 혁신 전쟁'
독일은 신차 판매 매장에서 중고차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게다가 주요 자동차 제조사는 ‘인증 중고차’ 제도를 시행하기도 한다. 브랜드가 직접 자사의 중고차량의 상태와 히스토리, 주행거리 등을 검사하고 3년간 보증해주는 제도다. 충족시켜야 하는 조건이 매우 까다롭고 가격이 일반 중고차에 비싸지만,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매우 높다고 한다. 이유는 소비자가 원해서다. ‘차’란 집 이외의 가장 큰 재산이기도 하지만, 안전을 보장하는 ‘특수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일본 중고차 수출량, 한국의 3.7배

가까운 나라 일본 또한 정보의 투명성을 바탕으로 중고차 ‘수출’ 시장을 확보했다. 중고차의 상태를 확인해주는 기관이 주행거리, 사고 이력 등을 확인하고 별점을 매기는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다. 직접 차량을 확인할 수 없는 해외 바이어들은 온라인상에 업로드된 차량의 정보를 확인하고 구매한다. 추후 차를 수입했을 때 해당 정보와 차의 상태가 같아야 신뢰성이 쌓일 수 있는 만큼 온라인 정보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정보 투명성이 곧 해외 판로의 확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YTN 특집 다큐 '세계 중고차 시장의 혁신 전쟁' 캡처
일본의 독특한 중고차 판매 문화 중 하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중고차 경매 시장이다. 대부분이 도매상으로 사진에는 온라인으로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총 200여 개국의 나라와 거래 중인 한 중고차 업체의 경우, 월간 1만 5천 대, 한 해 평균 약 17만 대를 판매 중이다. 이들의 경우 일본 내 판매 가격을 비롯해 사고 이력, 낙찰 가격 등 여러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한 것이 수출의 비결이었다고 밝힌다. 그 결과 수출량으로 봤을 때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3.7배, 수출액은 무려 6.5배 가량 많았다.

 

앞서 살펴본 미국과 독일, 일본까지 중고차 시장의 중심에는 ‘정보 투명성’이 있었다. 낙후된 우리의 중고차 시장의 선진화 방법도 이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와 다른 해외 중고차 시장의 모습과 구매자들의 소비 방법이 궁금하다면, YTN 특집 다큐 ‘세계 중고차 시장의 혁신 전쟁’ 1, 2편을 통해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 ▶ YTN 특집 다큐 바로 보기(클릭)

 

이 기사는 스톤픽쳐스의 지원을 받아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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