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 자리에서 9배 점프하고 안전하게 착지하는 고양이의 신체 비밀은 '척추뼈'에 있었다

탄력 있고 유연한 척추는 속도를 내는 데도 유용하다.
기지개를 켜는 고양이
기지개를 켜는 고양이

고양이의 동작은 섬세하고 유연하며 빠르다. 좋아하는 장난감을 향해 뛰어오를 때나 선반의 귀중품이나 화분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걸어 갈 때 그것을 확인한다.

가축화 이전 소형 포식자이던 야생동물 때부터 간직하던 형질이다. 비밀은 골격과 근육 속에 있다. 동물행동학자이자 고양이 전문가인 영국의 사라 브라운이 내놓은 신간 ‘고양이-그 생태와 문화의 역사’(윤철희 옮김/ 연암서가)를 통해 고양이 ‘초능력’의 해부학적 비밀을 알아본다.

<고양이 그 생태와 문화의 역사> 책 표지
<고양이 그 생태와 문화의 역사> 책 표지

고양이는 앉은 자리에서 제 키의 9배 높이를 가볍게 점프한다. 어깨와 가슴을 좁혀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좁은 틈새로 몸을 밀어 넣기도 한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눈 깜짝할 사이에 몸을 뒤틀어 네 다리로 안전하게 착지하는 것도 고양이 만의 묘기이다.

지은이는 “고양이의 힘과 유연함, 스피드는… 고도로 움직임이 자유로운 척추, 앞다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굉장히 축소된 빗장뼈(쇄골), 인상적인 근육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 사람의 척추가 32∼34개인데 견줘 고양이는 꼬리를 포함해 척추뼈가 52∼53개에 이른다. 척추뼈가 많은 데다 각각의 뼈 사이에 있는 관절이 자유롭게 움직여 운동능력이 향상된다.

칼라하리 사막의 아프리카 야생 고양이
칼라하리 사막의 아프리카 야생 고양이
길고양이부터 품종 고양이까지 모든 고양이는 북아프리카의 야생 고양이 펠리스 리비카(위 사진)의 직계 후손이다. 고양이는 직계 조상에 견줘 다리가 짧아졌고 사료와 음식 찌꺼기를 먹은 결과 창자가 길어졌다. 또 다른 가축에서처럼 공포반응이 줄어들면서 뇌의 크기가 25% 축소됐다. 사람과 소통하느라 야옹 소리도 듣기 좋은 쪽으로 바뀌었다.
길고양이부터 품종 고양이까지 모든 고양이는 북아프리카의 야생 고양이 펠리스 리비카(위 사진)의 직계 후손이다. 고양이는 직계 조상에 견줘 다리가 짧아졌고 사료와 음식 찌꺼기를 먹은 결과 창자가 길어졌다. 또 다른 가축에서처럼 공포반응이 줄어들면서 뇌의 크기가 25% 축소됐다. 사람과 소통하느라 야옹 소리도 듣기 좋은 쪽으로 바뀌었다.

고양이가 얼마나 유연하게 척추를 회전할 수 있는지는 머리와 다리를 180도 다른 방향으로 뒤튼 채 태연히 잠든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탄력 있고 유연한 척추는 묘기 같은 동작뿐 아니라 속도를 내는 데 유용하다.

포식자가 먹이를 사냥할 때는 폭발적으로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고양이는 유연한 등을 늘였다 줄였다 반복하면서 보폭을 최대한 늘려 최고 속도를 낸다. 사냥할 때 고양이는 자기 몸길이의 3배까지 보폭을 키운다.

이때 평소에 숨겼던 발톱을 꺼내면 단거리 육상선수 신발의 스파이크처럼 땅을 박차는 구실을 한다. 강력한 힘은 온전히 뒷다리 근육에서 나온다. 앞다리는 머리와 어깨의 무게를 지탱하면서 브레이크 노릇을 한다.

일직선으로 걷는 고양이의 모습은 우아하고 단정하다. 유연한 척추와 작은 빗장뼈, 균형을 잡는 꼬리 덕분이다.
일직선으로 걷는 고양이의 모습은 우아하고 단정하다. 유연한 척추와 작은 빗장뼈, 균형을 잡는 꼬리 덕분이다.
새끼 고양이
새끼 고양이

작게 퇴화해 근육 속에 묻힌 빗장뼈도 빠른 속도로 달리는 데 기여한다. 사람의 빗장뼈는 어깨뼈와 가슴뼈를 이어 팔을 몸통에 고정하는 중요한 일을 한다.

그러나 고양이는 어깨와 몸이 뼈로 고정되지 않고 근육으로만 연결돼 있어 달릴 때 유연하고 강력한 힘을 내는 데 도움이 된다. 또 그 덕분에 어깨를 좁혀 비좁은 틈을 통과하거나 주변 물체를 건드리지 않고 발끝으로 살금살금 걸어갈 수 있다.

고양이는 걷는 모습이 단정하다. 각각의 발을 다른 발 앞에 놓을 수 있어 걸은 경로가 일직선을 이룬다. 좁은 담장 위를 걷는 고양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때 줄 타는 광대의 장대처럼 꼬리를 치켜들어 균형을 잡는다.

고양이 두마리가 높이 뛰어오르며 놀고있다.
고양이 두마리가 높이 뛰어오르며 놀고있다.
고양이 ‘정위 반사’ 연속 동작. 지상 90㎝ 이상의 높이에서 떨어진 고양이는 머리와 다리를 차례로 돌리고 다리를 뻗은 뒤 충격을 어깨와 척추로 흡수하는 반사 동작을 펼친다. 모든 고양이가 추락 후 안전한 것은 아니어서 높은 곳에서 떨어진 고양이가 골절 등 심각한 부상이나 사망에 이른 사례도 적지 않다.
고양이 ‘정위 반사’ 연속 동작. 지상 90㎝ 이상의 높이에서 떨어진 고양이는 머리와 다리를 차례로 돌리고 다리를 뻗은 뒤 충격을 어깨와 척추로 흡수하는 반사 동작을 펼친다. 모든 고양이가 추락 후 안전한 것은 아니어서 높은 곳에서 떨어진 고양이가 골절 등 심각한 부상이나 사망에 이른 사례도 적지 않다.

높은 데서 떨어지는 고양이의 동작을 ‘정위 반사’라 한다. 고양이만의 동작은 아니지만 고양이의 뛰어난 유연성을 바탕으로 연출하는 묘기이다.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귓속 균형기관에서 감지한 고양이는 즉시 얼굴이 아래쪽을 향하도록 머리를 돌린다. 이어 앞다리를 머리와 같은 방향으로 돌리면서 동시에 두 다리를 턱밑으로 옮긴다.

뒷다리까지 돌아간 다음 등을 굽히고 다리를 쭉 펴 공기저항을 늘리면서 착지를 준비한다. 충격은 다리를 통해 유연한 어깨와 척추에 흡수된다. 고양이는 지상 30㎝에서 이런 일련의 동작을 순식간에 해낸다.

지은이는 “꾀죄죄한 길고양이부터 캣쇼에서 멋들어진 털을 자랑하는 혈통 좋은 고양이까지 모든 집고양이는 (야생동물인) 펠리스 리비카의 직계 후손”이라며 “우리가 고양이를 기르는 것은 개와 달리 잠재적인 특징보다 기존에 갖고 있는 특징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