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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사람 그 자체... 아집 버려야 자신의 진짜 요리 찾는다" | 송훈 셰프 인터뷰

"참가자들을 보며 느낀 건 요리는 '사람 그 자체'라는 것이다. 테크닉은 배우는 만큼 늘지만 본인만의 창의성과 영감, 개성, 표현력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그 사람의 몫이다. 또한 요리에 대한 자유로운 발상은 자신의 고집이나 아집을 버려야 얻을 수 있다."

  • 황해원
  • 입력 2016.05.03 12:05
  • 수정 2017.05.04 14:12

"접시 안의 모든 음식은 함축과 스토리다"

송훈 셰프

'마스터세프코리아' 시즌4 첫 방송에서 송훈 셰프는 한 남자 참가자에게 묻는다. "당신이 마스터셰프코리아를 통해 얻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진정성을 다 해 말씀해주십시오."

긴장감 속에 도전자는 '열망'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마스터셰프코리아 시즌4 심사위원으로 처음 합류하게 된 그가 이번 방송을 통해 얻고 싶은 건 무엇이었을까. 현재 오픈 준비 중인 레스토랑 「S 태번(S-Tavern)」에 담고 싶은 송훈 셰프의 진짜 이야기는 무엇일까. 진정성을 다 해 대답해달라고 했다.

접시 안에 담아내는 이야기

그래머시 태번, 뉴욕 일레븐에디슨파크, 마이알리노.... 이름만 들어도 입이 쩍 벌어지는 미슐랭 '스타' 식당에서 그는 제법 오랜 시간 수셰프로 근무했다. 뉴욕 외식업계의 대부이자 '쉑쉑버거(Shack Shack Burger)' 창업자이기도 한 대니마이어와의 인연으로 다양한 무대에서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마스터셰프코리아에서 보여준 그의 요리철학인 '스토리' 역시 대니마이어의 주방에서 가장 먼저 배웠다. "마이알리노는 대니마이어의 레스토랑으로 로마식 이탈리안 식당이다. 식당 콘셉트도 독특했지만 메인요리인 애저구이가 재미있었다."

애저는 새끼돼지다. 주로 중국에서 즐겨 먹고 스페인에서는 코치니요(2~3주된 새끼돼지요리)로 불리는 애저요리를 각종 이벤트나 행사 때 한 번씩 먹는다. 그러나 뉴욕에서는 생소한 요리였다.

"대니마이어 셰프의 어릴 적 별명이 아기돼지였다. 이를 자신의 경험과 레시피, 뉴욕 시장에서의 상품 가능성과 새로운 콘셉트로 결합시켜 선보인 셈이다. 한 가지 메뉴를 시장에 내놓을 때 어떠한 이야기들을 조합해나가는지 그 과정을 배우는 일이 매우 흥미로웠다."

마셰코 참가자들에게 강조하는 스토리도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어릴 적 기억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라 재료 간의 새로운 조합, 상품성, 자신만의 색깔, 창의력, 데커레이션, 영양학적인 밸런스 등을 유기적으로 고려하고 이를 한 접시 안에 함축적으로 담아내야 한다는 것.

"만약 고향이 강원도 횡성인 요리사가 횡성의 스토리를 음식으로 푼다고 가정했을 때 횡성한우를 메인으로 냈다면 가니쉬로 횡성의 로컬푸드를 활용해 질감이나 향의 밸런스를 맞추고 여기에 자신의 추억과 관련된 요소를 소스로 녹여내는 것이다. 맛은 물론이고 색감과 질감, 영양소와 향이 스토리와 어우러졌을 때 최고의 접시가 된다고 생각한다."

"마셰코에서 얻은 것? 음식에 대한 모든 것..."

네 번째 시즌 첫 방송 때 그가 한 참가자에게 던진 질문은 사실 평범한 듯하지만 예리했다.

현장에 모인 100명의 참가자들이 마스터셰프코리아를 통해 과연 무엇을 얻어갈 수 있는지가 프로그램의 핵심 가치였기 때문이다. 좀 더 크게 해석하면 그들이 가진 사연과 열망은 국내 외식업계의 방향성에 대한 제시이기도 하다.

"대부분 자신의 요리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원했다. 아마추어기 때문에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평가는 셰프가 됐을 때 고객에게 받는 것이다. 아마추어에게 내리는 평가는 무의미하다. 꼭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요리에 도전하는 동안 그들은 뜨거워야 하고, 음식은 결코 머리가 아닌 가슴과 오감으로 풀어내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얼마나 다양한 시각과 혜안을 순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지 연습한다는 생각을 늘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

이번 마스터셰프코리아에서 심사를 맡았을 때도 기본 재능과 실력을 칭찬하고 인정하기도 했지만, 이제 시작인 단계에서 평가에만 지나치게 몰입할 이유는 없다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었다.

송훈 셰프 역시 이번 마스터셰프코리아 방송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 요리에 대한 영감이다. "심사위원 자격으로 출연했기 때문에 분위기도 잡고 때때로 잘난 척도 했지만(웃음) 사실 내가 도전자들에게서 얻은 게 훨씬 많다. 북한 출연자가 만든 명태껍질순대는 정말 맛있었다. 된장 찹쌀밥을 명태껍질에 돌돌 말아 소스와 함께 냈는데 그것을 '순대'라고 표현한 부분이 재미있었다. 찹쌀도 명태껍질도 어느 것 하나 새로울 게 없는 재료들인데 그 둘의 컬래버레이션은 환상적이었다."

동서양 구분 없이 각각의 재료 활용법이나 소스와의 조화, 새로운 식감을 발견할 때마다 그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감이 됐다.

"또 하나는 음식으로 만난 사람들이다. 숨 쉴 틈 없이 바쁜 레스토랑의 주방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평가하고 평가 받는 자리를 떠나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교감하는 순간이 참 좋더라. 음식을 만드는 순간의 열정과 정성을 나누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참가자들을 보며 느낀 건 요리는 '사람 그 자체'라는 것이다. 테크닉은 배우는 만큼 늘지만 본인만의 창의성과 영감, 개성, 표현력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그 사람의 몫이다. 또한 요리에 대한 자유로운 발상은 자신의 고집이나 아집을 버려야 얻을 수 있다."

송훈의 동서양의 불맛 가득 그릴 요리 'S-태번'

이번 마스터셰프코리아 녹화 일정이 끝나고 송훈 셰프만 유일하게 한국에 남았다. 그는 현재 서울 도산공원 근처에 'S-Tavern'이라는 레스토랑 오픈을 준비 중이다. Tavern은 선술집, S-Tavern을 직역하면 '송훈의 선술집'이 된다.

9000원대 파타스부터 6~7만원대 고급요리까지 골고루 구성했다. 1층은 '셰프 테이블'로 바(Bar) 형식의 자리를 만들어 예약 없이 자유롭게 방문해 그릴요리와 맥주, 와인을 마실 수 있고 2층은 다이닝 분위기로 꾸몄다. 200평 규모로 넓은 정원도 마련했다.

"뉴욕의 한 고즈넉한 부촌에 초대받은 기분이 들 것이다. 식사와 술자리가 끝나면 재래된장으로 끓인 구수한 아욱국도 서비스할 것이다. 재미있는 공간을 완성하고 싶다. 푸드테크 사업도 준비 중이고 복합문화공간을 꿈꾼다. 얼마 남지 않았다."

* 이 글은 월간식당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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