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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방금 '트럼프 추락'의 시작을 목격했는지도 모른다

  • 허완
  • 입력 2016.04.06 08:59
  • 수정 2016.04.06 09:01
Republican presidential candidate Donald Trump speaks Saturday, April 2, 2016, during a campaign rally at Memorial High School in Eau Claire, Wis. (AP Photo/Jim Mone)
Republican presidential candidate Donald Trump speaks Saturday, April 2, 2016, during a campaign rally at Memorial High School in Eau Claire, Wis. (AP Photo/Jim Mone) ⓒASSOCIATED PRESS

도널드 트럼프의 '추락'이 시작된 걸까?

미국 공화당 경선에서 유력 대선후보로 군림해왔던 트럼프는 5일(현지시간) '중간 승부처'로 꼽히던 미국 위스콘신주 경선에서 테드 크루즈에게 패배했다. 압도적인 패배다.

이 패배는 꽤 의미가 크다. 그 모든 막말과 차별적 발언, 새빨간 거짓말과 무지를 드러낸 말들, 그리고 상식 있는 사람들의 그 모든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굳건하게 '대세론'을 형성해왔던 트럼프의 추락을 예고하는 사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제 혼자 힘으로는 이기기 힘들어졌다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지명되기 위해서는 전체 대의원 2472명 중 과반인 1237명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패배로 과반 확보는 불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혼자 힘으로는 대선후보에 지명되기 어렵게 된다는 것.

특히 이번 패배로 트럼프는 사실상 자력 후보 선출 기준인 '매직 넘버'(전체 대의원 2천472명의 과반인 1천237명) 달성이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P통신 집계 기준으로 트럼프는 그동안 누적 대의원 737명을 확보해 크루즈 의원의 475명에 크게 앞서 있지만, 여전히 매직 넘버에는 크게 모자란다.

더욱이 크루즈 의원이 위스콘신 대의원을 대부분 가져갈 것으로 보여 두 사람 간 대의원 격차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중략)

트럼프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앞으로 500명을 더 확보해야 자력으로 후보가 될 수 있는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데 있다. 500명은 남은 16개 경선지역 대의원 901명의 55.5%에 해당한다. (연합뉴스 4월6일)

2. '질 수 없는 곳'에서 졌다

미국 공화당의 발상지인 위스콘신주는 공화당 주류의 영향력이 큰 지역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위스콘신주는 공화당의 '아웃사이더'인 트럼프가 당연히 이겨야 하는 지역으로 간주되어 왔다.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으로 꼽히는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의 비중이 많기 때문.

트럼프가 가장 '뼈아픈' 대목은 지금까지 경선 흐름으로 볼 때 위스콘신이 좀처럼 지기 어려운 주(州)였다는 점이다. 백인이 무려 88%에 달하는데다 공화당 유권자의 57%(2012년 공화당 프라이머리 기준)가 대학졸업장이 없고 지역산업 구조가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열풍'을 잉태했던 계층적·지역적 조건을 골고루 갖춘 셈이다. (연합뉴스 4월6일)

이런 곳에서 패배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에 반대해왔던 공화당 주류의 '반(反)트럼프' 운동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을 가능성, 트럼프에 대한 유권자들의 환멸이 퍼지기 시작했을 가능성.

물론, 둘 다 일수도 있다.

3. 남은 일정도 쉽지 않다

남은 경선 일정도 트럼프에게 썩 유리하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잃어버린 대의원 숫자를 만회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한 표라도 더 얻는 1위 주자가 대의원을 독차지하는 승자독식제 적용 지역이 델라웨어(대의원 16명), 몬태나(27명), 뉴저지(51명), 사우스다코타(29명) 4곳에 불과한데다 이들 지역의 합산 대의원이 123명밖에 안 돼 한꺼번에 대의원을 낚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다 자신의 지지기반이자 대의원이 많이 걸린 뉴욕(95명)은 득표비례제 지역이고, 남은 경선지역 중 최대 큰 판이 걸린 캘리포니아(172명)를 비롯한 6개 지역은 주별, 그리고 주내 의원 선거구별로 승자독식제를 이중으로 적용하는 곳이어서 역시 대의원을 한꺼번에 대량으로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연합뉴스 4월6일)

4. '중재 전당대회'가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트럼프가 과반 대의원 확보에 실패할 경우, 남은 건 공화당 '중재 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다. 당 지도부가 개입해 사실상 후보를 '지명'하는 형태다.

이건 트럼프에게 매우 불리한 시나리오다. 트럼프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공화당 지도부가 이미 트럼프를 대체할 후보를 점찍어두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중재 전당대회는 주류 진영이 결사반대하는 트럼프로서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시나리오다.

2012년 대선후보 출신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전 주지사를 필두로 당 주류 진영이 자신의 후보 지명을 막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비록 경선을 1위로 마치더라도 후보 자리를 2, 3위 주자나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제3의 인물에게 빼앗길 가능성이 작지 않다. 주류 진영은 크루즈 의원과 더불어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까지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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