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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대한 6가지 오해

많은 연구들에서 남자가 공간적 사고력을 담당하는 우뇌가 발달하고, 여자는 좌뇌와 해마가 발달되었다는 등의 논의가 이어져왔습니다. 그러나 2015년 PNA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뇌의 각 조직의 두께와 부피 등을 측정한 결과 참가자의 6%만을 제외하고는 모든 조직의 크기와 구조가 비슷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남녀 1400명 이상 성인의 뇌를 MRI로 촬영한 결과 뇌 구조의 성별에 따른 차이가 없었고, 대부분 남녀 모두의 특성을 겸비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 비온뒤
  • 입력 2016.04.05 12:23
  • 수정 2017.04.06 14:12

유명 여성 그룹 노래 중에 "내가 제일 잘 나가"가 반복되는 후렴구가 있습니다. 요즈음 우리는 "'뇌'가 제일 잘 나가"는 시기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점이나 방송을 봐도 뇌에 관한 정보들이 넘쳐납니다. 그런데 뇌에 대한 정보가 범람하는데, 이에 대한 검증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2015년 12월 Nature에서 잘못된 과학 상식 몇 가지를 지적하였습니다. 이를 토대로 지금까지 뇌에 관한 부분으로 언급된 내용들과 그밖에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몇 가지 뇌에 대한 정보들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나. 사람의 뇌는 예외적으로 크며, 머리가 클수록 똑똑하다.

뇌 크기와 지능의 상관성을 언급한 연구들은 많습니다. 머리둘레를 비롯한 두뇌용적은 치매 예방에도 도움된다고 의학교과서에 나와 있습니다. 2005년 "Big-brained people are smarter"라는 메타분석 논문은 모든 성별과 연령 집단에서 뇌 용적이 지능과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Neuroscience & Biobehavioral Reviews 에 실린 가장 최근 메타분석 논문에서도 뇌 용적과 IQ에는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저자들은 단지 머리가 크다고 해서 인지 능력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뇌 크기만이 절대적으로 인지 기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뇌의 해부학적 구조, 유전자, 환경, 인지발달 등이 다각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절대적인 크기만 이야기하자면, 코끼리나 고래의 뇌는 인간의 뇌보다 크기로는 훨씬 큽니다. 물론 몸에 비례해서 뇌가 큰 것이니 그렇게 따지면 인간이 뇌가 제일 큰 게 아니냐 생각할 수 있지만, 신체 비율을 고려한 뇌 크기를 과학자들이 조사했을 때 제일 뇌가 큰 포유류는 나무두더지(tree shrew)였습니다. 나무두더지의 뇌는 몸 질량의 10%에 해당하는데, 인간의 뇌는 전체 몸의 2%에 불과할 뿐입니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인터넷에서 찾아본 나무두더지가 심히 귀여우므로 참겠습니다.)

그렇다면 나무두더지나 다른 유인원이 아닌 인간이 생태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독자적이고 복잡한 대뇌피질(cerebral cortex)의 능력에 그 이유가 있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인간의 뇌는 대뇌피질과 뇌의 영역들로의 신경 구조와 기능에서 다른 동물들과 차이가 납니다.

인간의 대뇌피질에는 그 어떤 동물보다 신경세포(neurons)가 많고 이들 각각의 뉴런은 서로 시냅스(synapses)를 이루고 있습니다. 뇌의 기능은 신경세포 수보다는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 연결 개수에 좌우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시냅스는 뇌 가소성과 학습 연구의 중심이었으나, 신경세포와 그 연결은 아교세포(glia)로 지탱되는데, 이 역시 인간의 인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뇌는 매우 복잡한 기관이기 때문에 물리적 크기만으로 인지적 잠재력을 단정지울 수 없습니다. 전체 크기보다는 부위별 기능별 세부 정보를 얻는 것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둘, 사람들은 좌뇌형 혹은 우뇌형이다.

특정 반구형이라고 결과를 알려주는 게임은 SNS 등을 통해서도 요즘에도 여전히 애용되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서도 뇌유형 검사, 전뇌 학습 등의 키워드로 많은 자료와 사교육 기관들이 검색됩니다. 이들 정보에서 좌뇌는 언어적, 지적, 논리적, 직렬적, 분석적 기능과 연관되고 우뇌는 정서적, 직관적, 통합적, 병렬적, 사회적 욕구에 좀 더 관련된다고 설명합니다.

흔히 좌뇌형 학생은 객관적이고 이성적이며, 분석적인 작업을 좋아하고 언어적 설명과 수업이 효과적인 반면, 우뇌형 학생은 직관적이고 자유로운 작업을 좋아하며 얼굴이나 그림을 잘 기억하므로 보다 개방적이고 활동적인 수업 방식이 적합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쪽 성향이 강한 학생들에게 과학적인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식의 광고들이 있지만 뇌의 기능은 이렇게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습니다. 2002년 OECD발표와 여러 연구에서 이미 공식적으로 이는 잘못된 정보라고 밝혔으나, 그 이후로도 여전히 이를 이용한 교육학이나 심리학 연구들이 대중을 호도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우리의 뇌는 실제로 말하기나 얼굴 인식, 특정 손잡이(오른손잡이 혹은 왼손잡이)처럼 어느 한쪽 반구가 더 특히 우세할 것으로 생각되는 과제를 할 때조차도 대부분 많은 사람들은 양쪽 반구를 모두 사용합니다.

이러한 정보의 입력과 통합은 뇌량(corpus callosum)이라고 불리는 오른쪽과 왼쪽 뇌 사이의 섬유 연결에 의해 일어납니다. 전체 반구가 아예 제거되거나 손상되지 않는 한, 아무도 우뇌형 혹은 좌뇌형이라고 단정지울 수 없습니다.

셋, 각자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공부할 때 가장 잘 배운다.

'내가 선호하는 방식이 항상 나에게 맞는 혹은 제일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시각(visual), 청각(auditory), 근감각(kinaesthetic) 학습 유형 등이 있으며, 이에 맞춰 가르쳐야 가장 효율적인 학습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믿음에는 사람마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선호도가 있다는 것과 다양한 감각 형식으로 교사가 정보를 제공할 때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두 가지 핵심적인 생각이 깔려 있으며, 이를 이용한 각종 학습 유형 검사와 학습 매니지먼트, 사교육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6년 Holmes의 저서와 Rogowsky 와 동료 학자들이 연구한 2015년 연구에 따르면 개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학습에 반드시 유익한 효과를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람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학습하며 내용이나 상황에서 필요시 학습 전략을 전환시킬 능력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체로 설문지나 질문을 통해 개인이 좋아하는 방식을 고르도록 하는데 그것의 기준도 모호하고 실제로 좋아하는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경험적으로 오랜 세월 동안 학습 향상 효과가 높은 것으로 인정된 방법으로는 학생들로 하여금 직접 요약하고 내용을 서로 설명하도록 하는 방법, 글과 그래픽 함께 제시한 교육 자료 등이 있습니다.

넷, 뇌 손상은 회복이 불가능하다.

뇌는 스스로 회복할 수도 있습니다. 뇌 손상에서 회복하는 정도는 손상의 심각도와 부위에 따라 다릅니다. 뇌진탕처럼 흔하고 경미한 사고의 경우에는 더 이상 반복된 타격을 입지 않고 적절한 회복기를 거치는 한 일시적으로만 기능의 혼란을 겪습니다.

그러나 뇌졸중과 같이 보다 심각한 뇌 손상의 경우, 뇌에서 남은 건강한 부위를 통하는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경로를 변경(reroute)"하는 기능을 발달시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뇌 신경세포는 태어나기 전에 만들어지고, 인간의 몸에서 가장 오래 사는 세포이지만 대부분 이주와 분화를 거치면서 사멸됩니다. 그러나 태어나 성인기를 거치면서 뇌는 계속 새로운 세포를 만들 수 있으며, 세포가 만들어진 후에는 존재하고 있는 뇌 부위들로 통합됩니다.

우리의 뇌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세포를 만들고 나이를 먹으면서 적응을 하고, 혹은 가소성(plasticity)을 띠도록 유지시킵니다. 성인에서 신경 발생(neurogenesis)은 아직 충분히 증명되지 못하였으나 성인기에 생성되는 뉴런들이 학습과 기억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다섯,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우리가 뇌 기능의 극히 일부분밖에 쓰지 못한다는 생각은 2011년 개봉했던 < 리미트리스(Limitless) >와 2014년 개봉했던 < 루시(Lucy) >와 같은 영화들에도 모티브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는 사실로 보기 어렵습니다. 사람이 평생 뇌 기능의 단 몇 %밖에 쓰지 못하고 죽는다는 이야기의 정확한 기원은 알려진 바 없습니다만, 19세기 말과 20세기 문서들에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100년 이상 역사를 가졌다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뇌는 신체 무게의 2%에 지나지 않지만 몸 전체 에너지의 20%를 사용하는 중요한 기관입니다. 만일 뇌의 90% 이상이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뇌에 전극을 꽂아 검사하는 방법이나 뇌 스캔을 할 때 활성되지 않는 뇌의 모습이 관찰되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뇌 영상 기기와 의료기술의 발달로 많은 학자들이 대부분의 뇌가 거의 항상 활성되고 있음을 증명하였습니다.

활성 부위는 사용되는 기능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우리의 뇌는 활동을 하거나 쉴 때나 잠잘 때조차도 계속 활동하고 있고, 극심한 손상을 입은 경우가 아니라면 뇌가 극히 일부만 활성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여섯,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 구조는 다르다.

지금까지는 남녀의 여러 특징들이 뇌 차이에서부터 비롯된다고 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성별에 따른 변화 연구들을 보면 (크기 보정을 하지 않을 경우) 남자의 뇌가 여자의 경우보다 약 10% 크다고 보고되었으나 신체 비율을 고려하지 않은 크기의 차이가 기능적 장점 혹은 단점을 부여하는 것으로 해석할 근거가 부족합니다.

많은 연구들에서 남자가 공간적 사고력을 담당하는 우뇌가 발달하고, 여자는 좌뇌와 해마가 발달되었다는 등의 논의가 이어져왔습니다. 그러나 2015년 PNA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뇌의 각 조직의 두께와 부피 등을 측정한 결과 참가자의 6%만을 제외하고는 모든 조직의 크기와 구조가 비슷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남녀 1400명 이상 성인의 뇌를 MRI로 촬영한 결과 뇌 구조의 성별에 따른 차이가 없었고, 대부분 남녀 모두의 특성을 겸비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교과서와 논문들에서 종종 인간의 뇌가 천억 개의 뉴런이 있다고 나오는데, 보다 정확히는 860억 개에 가깝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뇌에 대해 지금도 여전히 전 세계에서 엄청난 수의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으나, 여전히 우리 뇌에 대해서는 모르는 바가 많습니다. 인공지능의 등장은 현실이 되었고 인류와 기계의 공존을 위해 어떻게 하면 기계를 보다 유익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을지를 강구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데이터 사이언스는 또 하나의 산업혁명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지식과 데이터 기반 사회에서는 기계와 차별화되는 인간만의 지식과 정보를 생성, 가공, 이용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능력이 필요합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우리 자신의 뇌와 과학기술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에 기초하여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글 | 노은정 (enoh@neurogazer.com)

서울대 졸, 서울대 뇌과학 석사・박사과정

서울대병원 및 뉴로게이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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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의학전문채널 <비온뒤> 홈페이지(aftertherain.kr)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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