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지 1년이 지났다'

  • 박세회
  • 입력 2016.03.16 14:03
  • 수정 2016.03.16 14:08

나는 직장에서 책상에 앉아 키보드에 손가락을 얹고 있었다. 심호흡을 하고 남편 이메일의 비밀 번호를 추측해서 입력했다. 한 번 클릭했더니 내가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비밀번호도 맞게 추측했고, 그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내 의심도 사실이었다. 내가 틀렸기를 그토록 원했던 것은 내 평생 처음이었다.

그의 이메일 계정에 이어 트위터 계정까지 들어가자 읽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메시지가 정말 많았다. 책과 음악에 대한 대화도 있었지만, 섹스에 대한 생생한 묘사도 있었고,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사랑과 갈망의 맹세였다. 나는 더 이상 읽을 수 없을 때까지 읽은 다음 차로 걸어갔다. 나는 오후가 저녁이 될 때까지 주차장에 앉아서 흐느꼈다. 남편이 메시지를 보내서 내 휴대 전화가 울렸다.

‘안녕 여보, 오는 길이야? XO’

끝에 붙은 XO가 내 결혼이 거짓이었음을 알게 된 내 슬픔을 불타오르는 분노로 바꾸어 놓았다. 나는 자동 주행 기능을 켜고 집에 가면서 내내 어떤 비난을 할지 생각했다. 내가 아픈 만큼 그를 아프게 할 정도로 세게 때려 줄 수 있을까 생각했다. 나는 영화 주인공처럼 이 일을 다루는 걸 상상했다. 그를 내쫓고 그의 옷을 불태우는 것이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며 “끝이야, 오늘이 우리 결혼의 마지막 날이야. 내가 차를 몰고 집에 와서 내 남편을 보는 마지막 날이야.”라고 생각했다.

집에 들어가 보니 남편은, 거짓말쟁이, 사기꾼, 개새끼는 우리 딸의 머리를 다정하게 빗어주고 있었다. 딸은 남편의 다리에 머리를 얹고 있었고 딸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부르고 있었다. 원래 아빠를 따르는 우리 딸은 아빠에게 푹 빠져 있었고, 엉킨 머리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그의 모습을 보니 그가 딸이 태어난 이래 지금까지 얼마나 딸을 사랑했는지 떠올랐다.

거짓말쟁이. 사기꾼. 내 아이들의 아버지.

그 순간 나는 세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내 남편은 훌륭한 아버지고, 내 남편은 내 마음을 아프게 했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리라는 것.

나는 남편과 대면하고 끔찍한 진실을 펼쳐놓았다. 그 뒤 며칠 동안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는지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나는 그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침마다 와서 아이들을 평소처럼 학교에 데려다 주고 매일 밤 저녁을 먹고 가라고 했다. 그에게 카운셀러를 만나라고 했지만 결혼 카운셀링을 받기는 거부했다. 공동 명의의 통장에서 돈을 빼서 내 이름의 통장에 넣었고, 남편이 없어도 이 집에서 살 수 있을지 알아보려 했다. 나는 남편이 없는 삶을 상상해 보려 했다. 남편과 사는 삶을 상상해 보려 했다. 그와 다시 키스를 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았다. 나는 주로 아이들을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무엇이 가장 좋을지를 생각했다.

불륜에 대해 알고 난 뒤 처음 며칠, 몇 주는 내 인생에서 가장 외로운 기간 중 하나였다.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데도 나는 수치와 부끄러움을 느껴서 친구들에게 털어놓지 못했다. 미래에 대한 나의 불확실함과 우리가 이 일을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작디 작은 희망의 빛 때문에 나는 침묵을 지켰다. 친구들에게 말했다가 남편과 다시 합치면 어떻게 하나? 내 친구들 – 우리의 친구들 – 이 남편을 영원히 미워할까? 나는 내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고 소리내어 말하면 그게 더욱 더 현실이 될까 봐 두려웠던 것 같다. 나는 친구들에게 내가 그를 증오하고 경멸한다고, 다시는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내가 언젠가 그를 다시 사랑하게 될 수 있기를 바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랑은 엉망진창이다. 결혼은 엉망진창이다. 불륜은 정말로 엉망진창이다.

내가 그의 이메일을 열어 본지 딱 1년이 지났다. 지금으로선, 우린 아직 함께다. 우리는 함께 아이들을 잘 돌보고 서로 잘 지낸다. 그는 지금도 나를 웃게 만든다. 나는 불륜과 다른 여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며칠, 몇 주씩 지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그가 컴퓨터 앞에서 타이핑하는 소리를 들으며 내 속이 뒤집히고, 내가 그를 다시 믿게 되는 날이 올까 하는 생각이 드는 날도 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아는 것이 하나 있다. 불륜을 다루는 매뉴얼은 없다. 완벽한 대본도 없다. 진짜 인생은 영화가 아니고, 남편의 옷을 불태웠다간 아마 체포될 것이다. 대신, 당신은 최선을 다해 스스로를 돌보고, 아이들을 돌보고, 예전 만큼 힘들지 않은 날이 올 때까지 매일 아침 일어나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결혼이 깨진 것인지 그냥 휘어서 새로운 형태, 새로운 평상시 상태가 된 것인지 알게 된다. 그리고 운이 정말 좋다면, 용서하는 법을 배우고, 누군가가 당신을 깊이 사랑하면서도 바람을 피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도 있다.

사랑은 엉망진창이다. 결혼은 엉망진창이다. 인생은 계속된다.

*이 글을 제공한 'The Stir'는 엄마들의 커뮤니티로 육아, 라이프스타일, 엔터테인먼트에 관한 기사와 진솔한 사연이 올라오는 곳입니다. 해당 기사는 The Stir에 올라온 한 여성의 '리얼 스토리'입니다.

*본 기사는 허핑턴포스트 US의 'Real Talk: The Day I Found Out My Husband Was Cheating and Everything After'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페이스북 팔로우하기 |

트위터 팔로우하기 |

허핑턴포스트에 문의하기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불륜 #가족 #가정 #부부 #사랑 #연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