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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독소, 스트레스는 어떻게 질병으로 변할까?

의과대학에 입학할 당시는 혈액 세포에서 초록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반면 의사 국가고시를 앞둔 시점은 빨간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여기에 국가고시를 치른 후의 유전자 결과를 덧붙이자 그 차이가 분명해졌다. 시험을 앞둔 학생들의 유전자 패턴과 시험을 마친 학생들의 유전자 패턴의 차이가 우리 몸의 '염증 반응'과 동일했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세포에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 양상이 뚜렷하게 감소하는 증상이 발견한 것이다.

  • 강승완
  • 입력 2016.02.10 09:17
  • 수정 2017.02.10 14:12
ⓒgettyimagesbank

인생을 살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스트레스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첫째 , 인체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스트레스는 인내력을 끌어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이 얼굴을 유스트레스(eustress)라고 부른다.

두 번째 얼굴은 처음과 정반대 개념으로 인체 시스템이 감당할 수 없는 강력한 충격의 스트레스다.

이 두 가지 얼굴 뒤로 현대인들은 심리적으로, 생리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스트레스를 느끼며 살아간다. 우리 몸은 자기 조절 능력이 있어서 적절한 스트레스를 느끼면 그에 따른 반응으로 조화와 균형을 유지한다. 마치 시소놀이와 같다. 내가 앉은 반대편 시소에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5kg의 물체가 오면 나의 몸은 그만큼 대응수평 반응이 나타나 수평을 이룬다.

그런데 적정선에서 유지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스트레스가 가해져 스트레스가 5kg에서 500kg까지 늘어나면 몸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킬까. 우리 몸은 수평을 유지하기 위해 심장은 더 빨리 뛰고 혈압은 상승하며 에너지 대사 역시 증가한다. 그 상태가 지속되면 평형 상태를 유지 못하고 결국 시소가 한쪽으로 기울어진다.

만성 스트레스가 우리 몸에 세포 기능을 파괴하고 장기에 문제를 만들면 각종 질병이 생기는 이치다. 아무도 감당할 수 없는 체급의 벗과 시소놀이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비슷한 체중이 마주 보고 앉아 오르락내리락 리듬을 탈 때 즐거운 마음이 되듯 우리의 몸 역시 적정 수준의 스트레스를 환영한다. 몸에서 스트레스의 평형 상태가 깨지는 순간, 시소 놀이는 질병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오랜 스트레스가 세포 속 유전자 발현에 어떤 영향을 끼치 지에 대한 유명한 연구가 있다.

바로 일본 의과대학 졸업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다. 연구팀은 의과대학 졸업반 학생들이 진학할 당시에 미리 혈액 세표를 추출해 보관했다. 그리고 이들이 의사 국가고시를 이틀 앞둔 날을 기준으로 동일한 사람의 혈액 세포를 추출해 유전자의 발현 패턴을 분석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특정 유전자를 컬러로 나타낸다고 할 때,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초록색과 감소하는 빨간색으로 그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즉 의과대학에 입학할 당시는 혈액 세포에서 초록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반면 의사 국가고시를 앞둔 시점은 빨간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여기에 국가고시를 치른 후의 유전자 결과를 덧붙이자 그 차이가 분명해졌다. 시험을 앞둔 학생들의 유전자 패턴과 시험을 마친 학생들의 유전자 패턴의 차이가 우리 몸의 '염증 반응'과 동일했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세포에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 양상이 뚜렷하게 감소하는 증상이 발견한 것이다.

우리 몸에 들어온 여러 가지 화학물질과 마찬가지로 마음의 독소에 해당하는 스트레스에도 몸속에 부적절한 염증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밝혀낸 연구결과였다. 우리의 몸은 살아 있는 동안 장기와 세포 간에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으며 평형상태를 유지한다. 한번쯤 병원에서 심전도 검사를 받았다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심장에 나타나는 정기적인 신호를 측정해 심장의 박동, 리듬 패턴을 보고 건강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이다.

우리의 뇌 역시 짧은 시간에 수많은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뇌파활동'을 한다. 이 한 가지만 봐도 우리의 몸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얼마나 과학적인지 설명이 가능하다. 뇌의 건강은 마음의 건강 상태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균형 잡힌 뇌파를 가지고, 건강이 안 좋거나 불안한 상태의 사람은 불균형한 뇌파를 갖는다. 뇌파의 종류는 네 가지다.

첫째, 베타파는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적당히 긴장한 상태로 일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돕는다. 지나치면 불안 초조 증상으로 간다.

둘째, 알파파는 뇌의 이완상태, 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룰 때 발생한다.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 수면 상태와 비슷해져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셋째 세타파는 얕은 수면 상태로 지각과 꿈의 경계 상태이다. 오랫동안 안 풀리던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넷째, 델타파는 깊은 수면, 무의식 상태를 말한다. 이중 특히 알파파가 고차원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뇌와 감정을 처리하는 변연계를 서로 연결한다. 근육이 이완되어 마음이 편안한 상태라고 해서 명상파라 부르기도 한다.

심리적으로 안정감 있는 사람, 마음의 심지가 굳은 사람이란 빠른 베타파와 조금 느린 셀타파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으로 알파파를 유지한다. 뇌파를 알파파에 맞추면 성격이 밝아지고 두뇌활동의 상태가 최적으로 유지되어 집중력이 높아진다. 더욱이 명상 효과가 있어 잠재의식의 사용이 쉽다는 평이다.

외부 자극에 쉽게 감정이 흔들리지 않을 때 우리는 내공이 단단한 사람이라고 평한다. 누군가 뇌파가 균형을 잘 잡은 상태란,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버퍼buffer 능력을 가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면 질병이 왜 생길까.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흔히 '뚜껑 열린다'는 표현을 한다.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뇌에 과부하가 걸리면 무의식과 정서의 안정을 담당하는 셀타파가 줄어들고 베타파가 크게 증가한다. 결국 화산이 폭발하듯, 팔팔 끓은 라면 냄비의 뚜껑이 열리듯 뇌파의 상태가 격하게 반응한다. 뚜껑이 들썩거리는 불완전 상태가 지속되면 뇌파의 균형이 깨져 마음의 평온 역시 사라진다.

물과 식품, 공기 등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온 환경독소는 대부분 지방에 흡착된다. 우리 몸에서 지방이 가장 많이 분포 되어 있는 곳이 뱃살과 뇌신경조직이다. 뇌는 수분을 빼면 거의 60%가 지방이라서 독소가 누적되기 좋은 곳이다. 그리고 평소 인스턴트식품, 동물성 지방을 자주 섭취할수록 우리 뇌를 구성하는 지방이 똑같은 성격으로 조성된다.

독성물질이 인간의 감성이나 인지기능 등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뇌가 그것들과 잘 결합할 수 있는 지방으로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독소는 우리의 마음의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그리고 마음의 건강은 면역력 저하를 비롯한 증상으로 육체에 나타난다.

* 이 글은 <더비움>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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