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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병'은 정말로 존재하는 병일까?

ⓒASSOCIATED PRESS

2013년에 음주 운전으로 보행자 4명을 죽게 하고 여러 명을 다치게 한 텍사스의 이선 카우치(18)는 술을 마시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퍼진 뒤 멕시코로 도주했다. 매체들은 헤드라인과 기사 본문에서 카우치를 '부자병 affluenza'에 걸린 십대라고 꼬박꼬박 불러주고 있다. '부자병'은 2013년에 카우치가 재판을 받을 때 변호인 측이 카우치가 특권을 누리며 자라서 생긴 장애라며 한 말이다. 카우치는 너무 귀하게 자라 무책임해지고 옳고 그름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장애가 생겼다고 변호인 측은 주장했다.

비웃음을 살만한 일이지만, 어처구니없게도 '부자병' 변호가 통했다. 카우치는 수감을 면했고, 10년 간의 보호 감찰(알코올 섭취 금지 포함)과 그의 부모가 고르는 재활원에서 치료를 받을 것을 명령받았다. 2013년 12월에 이러한 판결이 내려졌을 때, 그리고 그 이후의 뉴스 보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변론과 판결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부자병'은 장애가 아니라 나쁜 육아의 결과이며, 여기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부자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관점이었다.

이선 카우치의 부모가 아들을 키운 것을 보면 분명 문제가 있긴 있었다. 과거 뿐 아니라 지금도 그렇다. 카우치는 어머니 타냐 카우치와 함께 멕시코로 갔는데, 카우치가 지난 달에 사라지기 며칠 전 어머니는 3만 달러를 출금하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과 아들을 다시는 보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고 한다. 타냐는 결국 멕시코에서 체포되어 미국으로 압송되었으며, 범죄자 체포 방해 혐의로 기소되었다. 현재 이선의 변호사들은 이선이 자발적으로 멕시코에 갔는지, 어머니 혹은 다른 사람이 이선의 의지에 반해 데리고 갔는지 질문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쁜 육아에도 불구하고, 이선 카우치가 일종의 정신 장애를 겪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정신 질환이 타고나는 것만은 아님을 알고 있다. 유전과 환경적 고통 - 나쁜 육아나 유해한 가정 환경 등 - 이 함께 정신 질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부자병을 '진단'하고 설명하는데 사용되는 증상들은 실제로 존재한다. 낮은 자존감, 자신이 무언가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불안, 충동 통제 문제 등이다.

정식 심리학 연구 중에서도 부자병이라는 것이 그렇게 설득력 없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고 하는 연구들이 있고, 위에서 나열한 증상들은 실제로 어느 정도 특권을 지닌 아이들 사이에서 더 높게 관찰된다.

카우치의 증상이 나쁜 육아의 결과라고 가정해 보자. 다른 정신 장애들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는가 하는 것은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보다 덜 중요하다. 부자병은 변명이 될 수는 없을지 몰라도 설명이기는 하다. 만약 이선 카우치가 정말로 옳고 그름에 대한 감각을 배우지 못하고 자랐다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방식으로 행동하리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행동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어린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마음대로 하게 해줘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른 정신 질환들이 아무 대가없이 수감을 피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듯, 이 질환도 마찬가지다. 법을 어기는 정신 질환자 역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건강한 마음과 몸을 가진 사람들이 받는 처벌과는 다르다 해도 말이다. 그들의 정신 질환은 그들의 행동의 한 요인이긴 하지만, 정당화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선 카우치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만약 이선 카우치가 법으로 정한 성인의 운전 가능한 혈중 알코올 농도보다 3배 더 취한 상태로 운전을 한 것이 정말 '부자병' 때문이라면, 그래서 4명이 죽은 것이라면, 그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도움 또한 받아야 한다.

이선 카우치는 그의 부모의 손으로 돌려 보내졌다. 부자병 논리에 따르면 그 부모가 애초에 그를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게 만든 사람들인데 말이다.

'부자병'의 진실은 이것이다. 만약 부자병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에 대한 치료도 존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카우치의 부유한 성장 배경이 그의 모든 나쁜 행동에 대한 영원한 무죄 카드가 될 수 있다. 이선 카우치가 16세 때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없는 정신적 혹은 감정적 문제를 심하게 겪었다면, 그에게 도움이 없다면 그가 지금 옳고 그름을 알고 있다고 믿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영원히 알지 못하는 것 아닐까.

허핑턴포스트US의 Is Affluenza Real?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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