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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 아닌 지구에 대한 사랑으로"

채식운동을 오랫동안 해온 나로서는 채식을 권하는 것이 때로는 사람들에게 매우 불편을 준다는 사실에 익숙해있었다. 왜냐하면, 채식은 사람들의 일상적인 습관에 대해 가치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고기를 먹는 것은 비윤리적이고 심지어는 생명을 죽이는 행위라고 규정짓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이던가. 이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해왔고(내게 똥물을 뒤집어 씌우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무관심과 비아냥거림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 이현주
  • 입력 2016.01.21 10:02
  • 수정 2017.01.21 14:12
ⓒgettyimagesbank

비폭력운동가, 사티쉬쿠마르를 만나다

(사진. 이현주)

지난 가을, 나는 런던 리젠트대학(Regent's University London)에서 열린 식물영성포럼(Plant Consciousness Forum)에 참여했다. 이곳의 연사로 초청된 비폭력운동가 사티쉬 쿠마르(Satish Kumar)선생님과 인터뷰 약속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사티쉬 쿠마르 선생님은 살아있는 현대의 간디로 불리는 비폭력운동가이자 생태잡지 Resurgence의 편집장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이야기한 경제학자 슈마허의 뜻을 받들어, 반다나쉬바 선생님과 함께 영국에 [슈마허대학]을 세운 공동창립자이기도 하다.

내가 사티쉬 선생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우연히 읽게 된 글 때문이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우리는 유행을 따라간다. 요즘 최신유행은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1960년대 유행은 핵전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나는 당시 92세였던 버트란트 러셀을 만났을 때, 이렇게 말했다.

" 존경하는 러셀 선생님, 선생님의 말씀은 저에게 영감을 줍니다. 그러나 저는 선생님 철학에 대해 한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선생님께서 핵전쟁에 대해서 말씀하신 의제를 사람들이 두려움 때문에 따른다는 점입니다. "

이와 똑같은 일이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높이는 일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를 알리기 위해 사람들을 두려움으로 몰아간다. 그 두려움은 우리가 소비중심 생활을 더는 할 수 없고 물질을 쌓아두는 소유를 포기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환경운동의 많은 부분을 움직이는 것이 바로 이런 두려움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지구에 대한 우리의 사랑 때문에 지구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생명에 대한 사랑, 자연에 대한 사랑, 사회에 대한 사랑은 파멸과 우울함보다 강력하다. 우리는 두려움이 가지는 힘에서 사랑의 힘으로 이동해야 한다

.

채식운동을 오랫동안 해온 나로서는 채식을 권하는 것이 때로는 사람들에게 매우 불편을 준다는 사실에 익숙해있었다. 왜냐하면, 채식은 사람들의 일상적인 습관에 대해 가치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고기를 먹는 것은 비윤리적이고 심지어는 생명을 죽이는 행위라고 규정짓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이던가.

이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해왔고(내게 똥물을 뒤집어 씌우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무관심과 비아냥거림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사티쉬선생님은 농장에서 직접 짠 우유와 유제품을 약간 허용하는 채식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국에서 건너온 내게 노파심이 가득한 노인처럼, 올곧은 길을 먼저 달려간 대선배로서 조언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해주셨다.

영국으로 떠나기 전, 나의 아들은 사티쉬 선생님께 꼭 이 질문을 해달라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 고기를 먹는 사람도 채식을 합니다. 그런데 채식인들은 자신들만 채식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분리시킵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채식인이 있는 게 아닐까요? 고기도 먹는 채식인과 고기 대신 채식만 먹는 채식인. 이런 분리된 사고방식으로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채식의 가치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

나는 작년 5월 내한했던 멜라니조이 박사의 "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 에서 이야기한 육식주의(Carnism)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녀가 발표했던 포럼에 나 역시 토론자로 참여했고, 다정하게 뒤풀이를 함께 하며 채식운동과 육식주의에 대한 소통을 나누기도 했었다. 그녀가 지적한 육식이데올로기는 인류가 그동안 먹어왔던 고기문화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나의 아들이 지적한 채식인들이 스스로를 대중으로부터 분리하는 방식에 대한 지적 역시 나에겐 신선했다. 나는 이 두 지적을 대립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싶지 않다.

* Carnism(육식주의) 에 대한 멜라니조이의 의견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 P 36)

채식주의에 대해서는, 동물과 세상과 우리 자신에 대한 일련의 가정들을 기초로 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육식에 대해서는 당연한 것, '자연스러운' 행위, 언제나 그래 왔고, 앞으로도 항상 그럴 것으로 본다. 그래서 아무런 자의식 없이, 왜 그러는지 이유도 생각하지 않으면서 고기를 먹는다. 그 행위의 근저에 있는 신념체계가 우리에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이 신념체계를 나는' 육식주의'라고 부른다.

(사진. 이현주)

이 질문에 대해 사티쉬 선생님은 우리 내면 안에 내재된 분리의식(Division)과 다양성 (Divisity)을 구분하자고 답변을 해주셨다. 종교적 가치든, 이상적인 이데올로기든 인류를 분리시키는 가치는 결국 파괴적인 것이라는 점을 상기하도록 말이다. (자세한 답변은 영상을 확인하시기 바란다)

이번 영상은 나의 아들이 직접 편집을 해주었다. 지난 12년간 집에서는 채식, 밖에서는 육식을 즐겼던 그는 이제 공장식 축산방식의 잔인한 사육방식에 대해 동의할 수 없어 고기 먹는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물론 완벽한 채식인으로 살겠다는 건 아니다 . 그러나 적어도 우리가 먹는 행위에 대해 책임을 가져야 하며, 그것이 얼마나 다른 생명에게 잔인한 방식인가에 대해서는 동의를 한 셈이다.

(사진. 이현주)

사티쉬쿠마르님을 초청한 Plant Consciousness 포럼은 전세계에서 지속가능한 자연의 치유에너지로 치유를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는 이 포럼의 마지막 연사로 초청되었고, 우리의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하여 "지구와 사랑에 빠지고, 자연과 사랑에 빠지라"로 연설하여 기립박수를 받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GDcU4asOzsE

영상에 포함된 질문은 아래와 같다. 답변은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질문 1.

"우리가 지구온난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두려움이 아닌, 지구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점에 대해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질문 2.

채식주의는 어떤 문화권에서는 종교적인 느낌이 듭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질문3.

먹는 문제는 본능의 영역인데, 이것을 왜 계율처럼 지키도록 규범화시킨 것인가요? 당신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질문4.

당신이 생각하는 우리의 미래는 어떤 방식으로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요?

질문5.

당신이 한국 젊은이들을 위해서 어떤 비전과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말씀해주세요.

질문6.

당신의 세상을 향한 혁명방식과 비전에 대해 소개해주십시오.

(사진. 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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