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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혐오를 돌아보는 붉은 원숭이의 해

2016년, 올해는 '붉은 원숭이의 해'이다. 그런데 2016년이 되기 전부터 한자어표기인 '병신년(丙申年)'이란 표음(表音) 때문에 말들이 많았다. 인생 살면서 욕 한번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마는 물 만난 고기처럼 '병신년'을 인용한 장난 아닌 장난과 욕인 듯 욕 아닌 듯한 인터넷 댓글들이 판을 쳤다. 여성대통령인 현 정부를 비꼬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결국, 일부 장애인단체에서는 장애인과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인 '병신년'을 한글표기인 '붉은 원숭이해'로 바꿔 부르자는 캠페인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gettyimagesbank

2016년, 올해는 '붉은 원숭이의 해'이다. 그런데 2016년이 되기 전부터 한자어표기인 '병신년(丙申年)'이란 표음(表音) 때문에 말들이 많았다. 인생 살면서 욕 한번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마는 물 만난 고기처럼 '병신년'을 인용한 장난 아닌 장난과 욕인 듯 욕 아닌 듯한 인터넷 댓글들이 판을 쳤다. 여성대통령인 현 정부를 비꼬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결국, 일부 장애인단체에서는 장애인과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인 '병신년'을 한글표기인 '붉은 원숭이해'로 바꿔 부르자는 캠페인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올해가 병신년이기 때문에 '병신'이란 동음이의어가 몰고 온 장애인 비하 논란을 환영하고 싶기도 하다. 나는 요즘 유행하는 모 드라마에서 '붕신'이란 단어를 자연스럽게 내뱉는 배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방송을 보다 보면 '붕신'뿐 아니라 '또라이, 귀 먹었냐, 꼴통, 미친년/놈, 정신병자, 돌았냐' 등 원색적인 장애비하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미친'이란 표현은 너무 자주 등장하는데(우리의 일상도 되돌아보자), 그것이 긍정적이고 극대화된 표현이든(미치도록 사랑한다), 별난 사람을 표현하는 것이든(별 미친놈 다 보겠네), 부정적인 이미지를 내포한 의미로 쓰이든 간에 아주 자연스럽게 자주 쓰이는데 주로는 부정적 이미지를 표현한다. 귀 옆에 손가락을 대고 빙빙 돌려가며 '돌았다'라는 몸짓으로 정신장애인을 비하하는 것조차 방송에서 걸러지지 않고 나오니, 올해 '병신년'을 계기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강력한 "장애비하금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런데 내가 특별히 장애비하를 우려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 '욕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데 있다. 여의도에 있는 모 중학교 장애인권교육을 나간 적이 있었는데, 한 학생이 뒷자리에 앉는 친구에게 화를 내며 '애자새끼'라고 소리치는 것이 아닌가. 그 시간이 '장애인권교육' 시간이었는데도 말이다. 그 학생은 한 마디의 강렬한 욕이 필요했을 것이고, 버릇처럼 사용했던 말이 튀어나왔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장)애자새끼'였다. 2013년 모 대학 학생들이 단체 미팅을 하면서 JM(장애인 흉내를 내며 하는 자기소개)를 시켜 논란이 된 사건이 있다. 그 학생들은 문제 제기가 되자 '그게 자기들의 문화'인데 뭐가 문제냐고 했다한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는 뇌병변장애인을 흉내 낸 영상을 올린 비장애인이 논란이 됐다. 그는 장애인이 가진 신체적 손상과 그 손상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희화화의 소재로 사용했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언어, 몸짓들을 무의식중에 내뱉다 보면, 또 방송으로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들이 지속해서 노출된다면, 그 대학생의 말처럼 "그게 문화"가 되어 버릴 수 있다.

2015년 제기동의 성일중학교에서는 학교 내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활용하여 발달장애인의 직업훈련 교육기관을 설립하고자 했으나, 성일중학교에 다니는 학부모들의 반대로 공사가 진행되지 못했다. 부모들은 학교 내에 장애인들을 들일 수 없다고 반대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장애인을 혐오하진 않지만, 발달장애인들이 위험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어린 중학생 자녀를 불안과 공포에 둘 수 없다고 했다. 특정집단에 여러 이유를 붙여 사회로부터 격리코자 하거나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혐오임을 모르는 걸까? 정부의 장애인복지예산에 대한 기사가 나올 때면 늘 노골적인 댓글이 따라붙는다. 장애인을 '죽을 때까지 폐만 끼치는 존재', '내가 낸 세금을 갉아먹는 기생충'등으로 비유한다거나, '내가 낸 세금을 왜 장애인이 다 가져가느냐'는 논조의 비난 댓글이 달린다. 정신장애인을 두고 '살인마'라고 표현한 보도자료를 낸 새누리당 국회의원도 있었다.

장애인에 대한 비하, 경멸, 혐오적 언어들은 어떤 인식에서 나오게 되는 걸까. 2008년 영국에서 발간된 장애인혐오범죄에 관한 보고서(Disabled people's experiences of hate crime in the UK)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혐오범죄의 뿌리에는 두려움보다는 '경멸'이 자리 잡고 있으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장애인은 열등하다는 관점에 뿌리내리고 있고, 그들의 삶이 다른 사람의 삶보다 덜 가치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학대받고 폭행, 모욕당하며, 때로는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어느 날 한 중학생이 내뱉은 '애자새끼'라 는 욕. 이 욕 한마디가 성찰되지 않고 우리 안에서 편견, 경멸, 혐오로 이어진다면, 성일중학교 사태처럼 내 자식의 안전을 위해서 발달장애인을 격리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치달을 수 있다. 혐오하진 않지만, 함께 살지는 못하겠고, 누군가의 삶은 덜 가치 있으므로 열등하게 대해도 된다는 생각이 내게는 없는가?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여는 붉은 원숭이의 해가 되어보길 바라본다.

글 _ 김정하(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

* 이 글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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