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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7일 근무' 뒤 뇌출혈 사망은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

ⓒgettyimagesbank

한 달간 휴일 없이 근무를 계속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진 20대 회사원에게 대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과로·스트레스와 질병의 인과관계를 좀 더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김모(사망 당시 29세)씨의 가족이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김씨는 2012년 9월6일 사무실에 출근했다가 두통과 어지럼증에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김씨는 닷새 뒤 숨졌다.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건축설계 일을 하던 김씨는 같은 해 8월부터 하루도 쉬지 못하고 출근했다. 그전에도 한 달에 2∼3일 휴무였고 때때로 야근도 했다.

2인1조로 함께 일하던 선배의 개인 사정으로 업무가 몰린데다 상사에게 질책도 들어 스트레스가 쌓였다. 쓰러지기 전날은 상사의 지시로 오후 10시까지 야근하느라 시어머니와 약속을 취소해야 했다.

근로복지공단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자문의는 사망과 업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발병 직전 근무환경이 갑자기 바뀌거나 스트레스가 급증했다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의 진료기록 감정의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상사의 업무를 일부 떠안은 스트레스, 쓰러질 때까지 점점 늘어난 근무시간을 감안해 '만성 과중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2심은 이를 근거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대법원은 "4주 전부터 휴무 없이 근무하긴 했으나 보통 오후 8시 이전에는 퇴근해 어느 정도 규칙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업무 변화로 특별히 심한 정신적 압박을 받았으리라고 여겨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뇌출혈의 원인인 뇌동맥류 파열이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과로와 스트레스가 있어도 뇌동맥류를 급격히 악화시켜 파열에 이르게 할 정도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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