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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집단 IS를 어떻게 할 것인가

130명의 죄 없는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간 파리의 동시다발 테러 이후 미국과 러시아와 서방 주요 국가들이 시리아의 IS 기지를 연일 폭격한다. 지상군 투입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부터 망설인다. 지상군 전투의 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 공중 폭격도 너무 엉성하다. 러시아는 IS가 아니라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알아사드에 반대하는 반군기지를 폭격하고, 터키는 쿠르드군 공격에 초점을 맞춘다. 연합전선을 펴도 모자랄 러시아와 터키가 시리아를 둘러싼 이해 충돌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프랑스만으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전쟁을 선포했다. 그리고 매일 전쟁의 나팔을 불어댄다.

ⓒyoutube capture

"그대들은 내가 겁먹기를 바라겠지. 어림없어!" 이 말은 독일 시사지 데어 슈피겔이 파리 이슬람국가(IS) 테러에 관한 특집의 표지 타이틀이다. 슈피겔은 이 테러에서 아내 엘린 뮈얄(35)을 잃은 앙투안 레리스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을 소개했다. "금요일, 그대들은 한 사람의 아름다운 여인, 내 일생의 사랑, 내 아들의 엄마를 빼앗아갔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나의 증오를 선물하지 않을 것이다. ... 내 아내의 몸속에 박힌 총알은 신의 가슴을 찢어놓을 것이다. 나의 아내는 죽어서도 자유로운 영혼들이 사는, 그대들은 발도 들여놓지 못할 천국으로 나와 생후 17월 된 내 아들과 동행할 것이다." (슈피겔, 11월 19일자)

 레리스의 글은 세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세계의 주요 언론들이 그 전문을 소개했다. 레리스의 말이 맞다. IS는 우리가 그들을 증오하기 바란다. 그래야 다시 잔악한 테러를 저지를 구실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증오-테러-증오의 악순환을 노린다. 그들의 테러에 대한 냉철한 반응이 요구되는 이유다. 그러나 이건 세상을 묵시록의 세계로 만들어 그 위에 군림하려는 IS 테러리스트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無爲)의 태도다. 무위는 IS 섬멸은 고사하고 그들이 계속 저지를 테러 방지에 도움이 안 되는 자기 위안이다.

 130명의 죄 없는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간 파리의 동시다발 테러 이후 미국과 러시아와 서방 주요 국가들이 시리아의 IS 기지를 연일 폭격한다. 지상군 투입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부터 망설인다. 지상군 전투의 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 공중 폭격도 너무 엉성하다. 러시아는 IS가 아니라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알아사드에 반대하는 반군기지를 폭격하고, 터키는 쿠르드군 공격에 초점을 맞춘다. 연합전선을 펴도 모자랄 러시아와 터키가 시리아를 둘러싼 이해 충돌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프랑스만으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전쟁을 선포했다. 그리고 매일 전쟁의 나팔을 불어댄다.

 공중에서 폭탄을 퍼붓고 지상군이 투입돼도 IS 섬멸은 보장되지 않는다. 이미 아프리카에서 별도의 IS 전사들을 기르고 있다. 그렇다고 IS도 마냥 기뻐만 할 처지는 아니다. 그들이 IS의 수도로 정한 라카에서는 히틀러나 스탈린 뺨치는 폭압정치로 기술깨나 있는 사람들, 국가 행정에 최소한의 지식이라도 가진 사람들이 속속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빠져나간다. 터키에 석유와 가스를 밀수출해 군자금을 벌어야 하는데 정유기술자가 없다. 라카에 남아 있는 'IS의 국민'은 마른 걸레 쥐어짜듯 하는 세금폭탄에 겨우겨우 연명을 한다. 이슬람 율법에 따른 형벌에 숨이 막힌다. 가만 내버려둬도 오래가지 못할 IS다. 그러나 그들은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인간들이 아니다. 인터넷에 뜬 달콤하고 낭만적으로까지 보이는 선전문구에 속아 IS에 가담한 젊은 니힐리스트(허무주의자)들은 경비가 허술한 지역을 골라 무더기로 사람을 죽이는 데서 가학성(Sadism)적 희열과 소영웅주의적 만족을 느낀다. 전통적인 허무주의자는 혼자 번민에 빠지고 모든 것에 의욕을 잃고 아무것도 가치 있는 것이 없어 자주 자살에 이르는 개별 인간의 가벼운 정신질환이다. IS에 몰려드는 젊은 니힐리스트들은 총과 자살폭탄을 쥐고 인간 도살에서 허무주의 시절에는 보지 못한 가치를 찾는다고 생각한다.

 대책은 무엇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교육이라고 말한다. 시간이 걸리는 방책이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부의 불균형이 원인이라면서 아랍 산유국 왕족들의 부의 독점이 문제라고 한다. 아랍 산유국 국왕들은 공공의식이 전무한 속물이어서 오일머니는 전부 "내 것"이라며 돈을 물 쓰듯 하면서 길어야 80을 넘길까 말까 한 탐욕스러운 인생을 산다.

 현실성 있는 대책은 이렇다. 미국은 당분간 IS보다는 작은 악(evil)인 시리아의 알아사드를 품는다. 터키는 IS의 석유 밀수입을 중단해 그들의 군자금을 끊는다. 아랍 산유국들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세계의 거부들이 100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내어 중동의 가난한 젊은이들에게 직업교육과 제대로 된 종교교육을 시킨다. 동시에 서방 국가들은 IS를 집중 폭격한다. 쿠르드군을 포함한 지상군을 투입한다. 강력한 제재를 가해 시리아와 이라크의 IS를 우선 독 안의 쥐로 만든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영국군 정보장교가 소수의 베두인족을 이끌고 해체시키는 데 성공한 19세기까지의 오토만 터키와 페르시아의 연합을 부활시켜 중동의 '군기'를 잡는다. 이런 입체적, 단·중·장기적인 조치 없이는 죽음을 즐기는 저 비인간(Inhuman)들의 테러행위를 근절시키지 못한다.

* 이 글은 중앙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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