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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돈줄 '원유' 정말 터키가 몰래 사들이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Recep Tayyip Erdogan) 터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Recep Tayyip Erdogan) 터키 대통령 ⓒAP

“우리는 이슬람국가(IS)가 장악한 지역에서 생산된 원유가 대규모로 터키 영역으로 들어간다는 추가 정보를 입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 터키가 이슬람국가와 ‘은밀한 거래’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다시 폈다. 지난 24일 터키 공군이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며 러시아 수호이-24 전폭기를 격추한 것에 대한 ‘보복전’의 일환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우리 비행기를 격추하기로 한 (터키의) 결정이 (이슬람국가로부터 밀매한 값싼) 원유를 유조선에 싣는 항구까지의 이동 경로를 안전하게 보장하고자 하는 욕구에 따른 것이었다고 믿을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26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에도 푸틴 대통령은 터키와 이슬람국가 사이의 거래를 꼬집었다. 당시 그는 “(이슬람국가산) 원유를 실은 차량들이 지평선 너머까지 줄을 지어 있다”며, 이를 “살아 있는 송유관” 같다고 표현했다. 푸틴은 앞서 러시아 공습 당시 전투기가 찍은 유조차량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펄쩍 뛰었다. 그는 26일 “우리가 이슬람국가로부터 원유를 산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증명할 의무를 갖고 있다”고 맞섰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가 지원하는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목했다. 그는 “이슬람국가는 아사드에게 석유를 판다”고 주장했다. 30일에는 푸틴 대통령이 제기한 의혹도 받아쳤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가 (이슬람국가한테서 석유를 밀매했다고) 증명되면, 나는 사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의 경우라면 푸틴은 그만둘 의향이 있는지도 되물었다.

‘21세기 차르’ 푸틴과 ‘21세기 술탄’ 에르도안이 러시아 전폭기 격추를 둘러싸고 벌이는 공방에서 이슬람국가와의 원유 밀매가 부각되면서 실제 이슬람국가의 주요 재원이 되고 있는 원유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라크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모와파크 루바이 의원은 29일 러시아 국영 <에르테>(RT) 방송에 “지난 8개월간 이슬람국가는 터키의 암시장에 8억달러어치의 원유를 국제 유가의 50% 가격 이하로 팔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지역에서 늘 배럴당 21~22달러에 원유가 팔렸다”고 덧붙였다. 현재 중동산 두바이 원유는 배럴당 4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의혹은 지난해 터키의 야당 의원이 먼저 제기한 바 있다. 터키 공화인민당(CHP) 소속 알리 에디보을루 전 의원은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하타이 지역 의원으로 지난해 현지 일간 <타라프>와의 인터뷰에서 터키 내 이슬람국가의 원유 밀매를 고발했다. 그는 이슬람국가 쪽에서 “국경 근처 하타이의 마을들 인근에 송유관을 설치했다”며, 비슷한 파이프라인은 킬리스와 우르파, 가지안테프 등 다른 터키 국경 도시들에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슬람국가가 터키 국경에서 원유를 정제한 뒤 팔아 얻는 이익이 2014년에만 8억달러 정도라고 전했다. 지난 24일 터키 공군기는 러시아 전폭기들이 바로 하타이 지역의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며, 전폭기를 격추시켰다.

터키 정부는 이런 의혹을 부인했다. 대신 “시리아에서 밀수된 원유 7900만리터를 압수했다”고 해명했다. 이는 오히려 터키가 이슬람국가산 원유의 유통로가 되고 있음을 자인한 셈이기도 하다.

영국에 본사를 둔 아랍 뉴스 매체 <알아라비 알자디드>가 26일 이슬람국가의 ‘검은돈’의 판매 경로를 보도한 기사에서도 터키는 이슬람국가산 원유의 통로로 지목되고 있다. 이 매체의 보도를 보면 시리아와 이라크 내 이슬람국가 장악 지역에서 생산된 원유는 터키 국경을 넘기 전 기초적인 정제 작업을 거친다. 이후 이라크 북부 국경 도시이자 쿠르드족 자치지역인 자호에서 브로커 조직들의 손으로 넘어간다. 여기에서 터키 쪽 통관허가 서류를 갖고 있는 운전자들이 유조차를 넘겨받고, 이 유조차들은 남부 국경 도시 실로피에 집결한다.

실로피에서 이슬람국가산 원유는 ‘파리드 삼촌’으로 알려진 이스라엘-그리스 이중국적 중개업자를 통해 대부분 팔려 나간다. 터키에서 쿠르드족 자치정부 지역에서 온 것으로 둔갑한 원유는 메르신과 제이한, 되르트욜 등 터키 항구로 운반돼 이스라엘의 아슈도드 항으로 수입된다. 이스라엘까지 이슬람국가산 원유를 사들이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난 8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스라엘이 석유의 75%를 이라크 쿠르드족 자치정부 지역에서 수입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터키가 직접 이슬람국가 장악 지역에서 생산된 원유를 사들이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터키 국경을 통해 이슬람국가산 원유가 밀거래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에디보을루 전 의원은 터키 국가정보국(MIT)의 묵인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적어도 터키 정부가 알면서도 눈감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미 재무부의 데이비드 코언 대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도 이라크 쿠르드족과 터키, 시리아의 중개업자들이 이슬람국가의 원유 밀매에 연루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슬람국가는 시리아 데이르에즈조르 인근 코노코와 타임 유전, 이라크 모술 인근이 나즈마와 카이야라 유전에서 하루 3만4000~4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유를 판매해 이슬람국가가 얻는 수입은 하루 15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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