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가 재회한다.
SK를 떠난 FA 투수 최대어 정우람(30)이 30일 한화와 전격 계약했다. 정우람의 영입에는 한화 김성근(73) 감독의 요청이 있었다. 투수 보강을 필요로 한 김성근 감독은 왼손 불펜으로 정우람에 눈독 들였고, 한화 프런트도 발 빠르게 움직이며 영입에 성공했다.
SK 시절 김성근 감독 밑에서 전성기를 보낸 정우람은 한화에서 4년의 시간이 흘러서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은 2007년부터 김성근 감독이 중도 퇴진한 2011년 8월까지 5년에 가까운 적잖은 시간을 SK에서 함께 했다. 그리고 한화에서 다시 한 번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 2004년 SK에서 프로 데뷔한 정우람은 2년차가 된 2005년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2005년 59경기 3승1패13홀드 평균자책점 1.69로 활약했지만 이때까지는 왼손 타자 전문 원포인트 투수였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첫 해였던 2007년까지도 정우람의 역할은 제한돼 있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원포인트 릴리프를 넘어 셋업맨으로 성장했다. 2008년 85경기 77⅔이닝 9승2패5세이브25홀드 평균자책점 2.09로 명실상부한 특급 불펜 반열에 올라섰다. 2010년에는 75경기 102이닝을 던졌고, 2011년에도 68경기 94⅓이닝 평균자책점 1.81로 고무팔을 자랑했다.
김성근 감독이 추구하는 불펜 벌떼야구의 중심으로 왕조 구축에 힘을 보탰다. 김 감독이 팀을 떠난 2012년 정우람은 마무리로 30세이브를 올렸고, 군제대 복귀 첫 해였던 올 시즌에도 69경기 7승5패16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 3.21의 정상급 성적을 냈다. FA 투수 최대어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김성근 감독은 올 시즌 중 정우람에 "이전보다 공이 더 좋아졌다. 내가 SK에 있을 때보다 월등하게 좋아졌다. 여유가 있어졌고, 공도 낮게 잘 들어간다. 훌륭한 투수"라고 거듭 칭찬하며 애제자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한화에서도 함께 하게 됨에 따라 김성근 감독의 활용법에도 시선이 모아진다.
정우람은 타고난 유연성으로 연투를 거뜬하게 소화할 수 있는 투수다. 부드러운 투구폼에다 기교파 유형이라 오랜 기간 큰 부상 없이 꾸준하게 던졌다. 올해도 2일 연투가 17번, 3일 연투가 3번 있었다. 권혁과 박정진의 부담을 덜어줄 투수가 필요했던 김성근 감독에게 정우람만큼 좋은 선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