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종교가 문제'라고?

파리가 불타고 있다. 세계가 애도하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를 비롯한 일부는 즉각 ISIS뿐 아니라 이슬람과 종교 자체를 비난했다. 깊고 괴로운 문제에 간단하고 쉬운 답을 낼 수 있다면 마음이 편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올바르거나 철저한 답인 경우는 거의 없다. 종교가 테러리즘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식민주의의 영향을 무시하는 일이다. 과거의 대놓고 정치적인 식민화와 현재의 경제적 신식민주의 모두 테러리즘에 영향을 주었다. 폭력의 종교적 정당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이런 폭력을 부른 상황에 대한 서구의 책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 Peter Herman
  • 입력 2015.11.17 12:20
  • 수정 2016.11.17 14:12
ⓒ연합뉴스

파리가 불타고 있다. 세계가 애도하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를 비롯한 일부는 즉각 ISIS뿐 아니라 이슬람과 종교 자체를 비난했다. 깊고 괴로운 문제에 간단하고 쉬운 답을 낼 수 있다면 마음이 편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올바르거나 철저한 답인 경우는 거의 없다.

도킨스의 트윗을 잘 살펴보자.

왜 사람들은 종교를 비난하는 걸 피하려고 종교가 아닌 다른 비난할 거리를 그토록 애타게 찾는 걸까?

늘 그렇듯 이 질문을 조금 바꿔서 도킨스 박사에게 그대로 돌려줄 수 있다. 왜 언제나 종교만이 문제라고 그렇게 우겨대느냐고. 이건 분명히 해두자. 종교는 파리에서 있었던 것 같은 폭력에 기여할 수 있고 실제로 기여한다. 그러나 종교가 이런 공격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이번 사건을 규탄하는 무슬림 지도자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언론의 끈질긴 악의에 찬 서술과는 달리, 그런 규탄을 찾기란 결코 어렵지 않다. 불행히도 이걸 독립된 이슈로 대하기가 어렵다.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째, 종교는 독립된 이슈로 다룰 수 없다. 둘째,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명확한 해답이 있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종말론적 세계관을 의미한다.

종교가 문제라는 이른바 '새로운 무신론의 기사 4인'의 주장은 종교를 제거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 주장은 과학적 지식이 늘어날수록 종교는 위축될 거라는 세속화의 이론에 기반하고 있다. 종교를 연구하는 사람들 중 - 종교를 믿든 안 믿든 - 이 이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데이터로 뒷받침 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서유럽과 북유럽을 들먹이며 거기선 맞지 않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미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사실 북유럽과 서유럽은 사회학적으로 예외에 속한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종교적 믿음은 하향 추세에 있지 않다(종교 실천은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런 다른 문제다).

종교의 제거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종교는 사회에서 독립된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의 영양 섭취에 비유하자면 종교는 미량 원소다. 종교의 존재 혹은 제거가 전체적인 영양 섭취를 건강하게 하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사회는 종교가 없어도 기능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건강에 이상이 있을 때 아연 보조제를 섭취하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아무 효과도 없을 수도 있다. 수많은 미량 원소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교가 테러리즘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식민주의의 영향을 무시하는 일이다. 과거의 대놓고 정치적인 식민화와 현재의 경제적 신식민주의 모두 테러리즘에 영향을 주었다. 폭력의 종교적 정당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이런 폭력을 부른 상황에 대한 서구의 책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우리가 모사데그 축출해서 그런 게 아니라, 이란은 이슬람 때문에 엉망진창이 된 거야."라고 말하는 꼴이다.

이것은 나의 두 번째 논지로 이어진다. 테러리즘의 책임을 손쉽게, 재빨리 전적으로 종교에 넘기는 사람은 일종의 종말론을 주장하는 셈이다. 종교적 글의 한 장르로서, 종말론은 불확실한 시대에 확실한 답을 주는 역할을 한다. 제대로 이해한다면 위안이 될 수 있다. 미래의 일에 대한 문자 그대로의 예언으로 잘못 이해한다면 소설 '레프트 비하인드'가 된다. 도킨스, 샘 해리스, 아얀 히르시 알리가 종교에 대해 퍼붓는 비판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분명 내 말에 반대할 것이다.

그들이 복잡한 문제에 대한 단순한 답을 찾는 게 아니라면, 믿음을 공개적으로 지지할 정도로 독실함을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종교적 폭력'의 범인들뿐인가? 굿리지 사건 때 메사추세트에서 결혼 평등을 지지했던 성직자들, 켄터키 주 로완 카운티의 킴 데이비스에게 반발했던 목사들은 신실함이 복잡한가?

ISIS가 해석한 이슬람을 부정하는 수백 명의 물라와 이맘들이 있는데, 왜 그들은 평등하게 인정 받지 못하고 ISIS가 이슬람을 정의하는 것으로 인정되어야 하나?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에 게재된 글은 번역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 #파리 #테러 #파리 테러 #국제 #종교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