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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바티리크스 유출 : 바티칸은 권력 암투 중인가?

  • 김도훈
  • 입력 2015.11.05 10:35
  • 수정 2015.11.05 10:36

‘2차 바티리크스’가 바티칸을 흔들고 있다.

교황청 내부 비밀문서 유출 및 폭로를 일컫는 말인 ‘바티리크스’는 2012년 처음 나왔다. 당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집사가 교황 책상에서 비밀문서를 훔쳐 언론에 흘린 사건을 ‘위키리크스’에 빗댄 것이다. 이듬해인 2013년 베네딕토 16세가 갑작스럽게 사임한 배경에 바티리크스가 있다는 말이 나왔을 만큼, 사건의 파장은 컸다. 베네딕토 16세의 뒤를 이어 취임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재정 개혁을 위해 2013년 설치했던 특별위원회(COSEA)에서 흘러나온 비밀문서들이 이번 2차

바티리크스의 진원지다.

<로이터>와 <에이피>(AP) 통신 등은 3일 이탈리아 언론인 잔루이지 누치가 특별위원회 비밀문서와 바티칸 내부인물 대화 녹취록을 바탕으로 쓴 책 <성전의 상인들>을 미리 입수해 개략적인 내용을 소개했다. 누치는 2012년 1차 바티리크스 때 유출 문건을 바탕으로 교황청 내부의 권력투쟁과 비리를 묘사한 <교황 성하>라는 책을 쓴 인물이다.

누치는 새 책에서 교황청이 보유한 바티칸 부동산 가치는 장부상에 적혀 있는 것보다 7배나 많은 27억유로(3조340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교황청 내부자들이 교황청 소유 부동산을 헐값에 이용하기 때문에, 부동산 가치에 맞는 임대료 수입을 올리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한 예로 익명의 교황청 내부자는 바티칸 성베드로성당 근처 약 1044㎡ 아파트를 빌렸지만 임대료로는 1년에 20.67유로(2만5000원)만을 냈다고 주장했다.

누치는 시성식 평균 비용이 50만유로(6억1800만원)가 들고 시복식에도 최대 75만유로(9억2800만원)가 든다며, 신도들이 자신이 원하는 인물을 성인으로 올리기 위해 모금을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가난한 신도들이 성인으로 올리기를 원하는 인물의 시성은 늦어지는 결과를 빚는다고 했다.

<뉴욕 타임스>는 누치가 새 책에서 1978년 사망한 교황 요한 바오로 1세 명의의 계좌에 아직도 11만유로 이상이 예치되어 있다고 적었다고 전했다. 요한 바오로 1세는 취임한 지 33일만에 급서해서, 암살당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누치의 폭로들에 근거가 적시되지 않은 것도 많아서 사실 확인은 어렵다고도 했다.

유출 문건을 바탕으로 <탐욕: 프란치스코 교회의 부와 스캔들, 비밀 폭로 문서>라는 책을 곧 낼 예정인 또다른 언론인 에밀리아노 피티팔디는 3일 기자회견에서 바티칸 행정수장인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국무원장이 바티칸 병원에 쓸 돈을 자신의 아파트 보수 비용으로 전용했고, 이 중 일부인 2만3800유로는 베르토네 국무원장이 2012년에는 자선단체 행사 참석차 헬리콥터 이용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피티팔디는 전세계 신도들이 낸 성베드로헌금이 자선사업 목적이 아니라 바티칸 행정기구 유지 비용으로 쓰였다고도 했다.

2차 바티리크스 파동은 교황청의 오랜 비리와 권력 암투의 연장선상에 있다. 바티칸은행으로 흔히 불리는 종교업무소(IOR)는 오랫동안 돈 세탁과 마피아 연루설 같은 추문에 휩싸여 있었다. 베네딕토 16세 사임 뒤 취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1달만에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재정개혁 작업에 돌입했지만, 쉽지 않았다. <성전의 상인들>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넉달째였던 2013년 7월에 “교황청 재정은 투명해져야만 한다”며 “재정 통제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말이 절대 과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누치는 교황청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 취임 뒤 교황청의 비밀주의 및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구파와,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도하는 개혁을 지지하는 신파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고 적었다. 누치는 새 책에서 지난해 특별위원회 사무실에 누군가 침입해 문서를 훔쳐갔는데, 문서가 있는 곳만을 정확히 노린 점으로 봤을 때 내부자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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