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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센티브를 믿사오니

뉴욕 주는 심장수술을 하는 의사와 병원의 수술 사망률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쟁이라는 인센티브를 통해 병원의 의료서비스 품질 향상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의사들은 가장 심각한 상태의 환자들 수술을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망률을 낮추는 방법은 수술을 잘 하는 것도 있지만, 고위험 환자 수술 거부를 통해서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인센티브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분명한데, 그것이 항상 우리가 원하는 방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 김재수
  • 입력 2015.11.03 09:53
  • 수정 2016.11.03 14:12
ⓒgettyimagesbank

최근 출판된 거의 모든 경제학 교과서는 다음과 같은 경제 원리를 소개하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경제적 인센티브에 따라 행동한다." 단지 백원 때문에 대형 할인마트의 쇼핑카트가 제자리로 돌아가고, 쓰레기 종량제로 인해 쓰레기 배출량이 크게 감소하는 등, 경제학자들은 인센티브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주요 일간지를 검색하면, 동사형 "incentivize" 의 사용빈도가 1980년대 48번, 1990년대 449번, 2000년대 6159, 그리고 2010-2011 단 두 해 동안 5885번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가 인센티브의 중요성을 점점 잘 인식하고 있음에 틀림 없습니다.

인센티브는 이제 전문가가 아니어도 제시할 수 있는 일상적인 대안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특히 시장주의자라 할 수 있는 현 정부의 경제팀은 거의 모든 정책에 대해 만병통치약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반면 인센티브 및 시장기능 왜곡은 거의 모든 친서민 정책을 거부하는 무적의 방패입니다. 이들의 사도신경을 외우면, 누구든지 박근혜 정부의 경제 자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인센티브를 믿사오니, 공공부문과 정부규제에 고난을 받으사 복지 예산에 못박혀 죽으시고, 민영화와 규제완화를 통해 다시 살아나시며, 산 기업과 죽은 기업을 심판하러 오시리라. 성과급을 믿사오며 부자감세와 기업 프렌들리 정책의 효과가 서로 교통하는 것과 영원히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는 것을 믿사옵나이다. 아멘"

인센티브의 역효과

최근 경제학자들은 경제적 인센티브가 낳는 의도하지 않은 역효과에 대해 연구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2001년 미국의 교육 개혁법안 "아동낙오방지법" (No Child Left Behind Act) 이 통과되었습니다. 표준화된 시험 성적을 바탕으로, 결과가 나쁜 학교에는 예산 지원을 줄이고, 성적이 좋은 학급의 교사들에게는 성과급을 주는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지역의 시험 성적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애틀란타와 시카고 지역의 성과가 두드려졌는데, 교사들이 더 열심히 가르쳐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교사들은 시험 중에 학생들에게 정답을 가르쳐 주거나, 시험 후 학생들의 답안지를 고치기도 하였습니다.

뉴욕 주는 심장수술을 하는 의사와 병원의 수술 사망률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쟁이라는 인센티브를 통해 병원의 의료서비스 품질 향상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의사들은 가장 심각한 상태의 환자들 수술을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망률을 낮추는 방법은 수술을 잘 하는 것도 있지만, 고위험 환자 수술 거부를 통해서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인센티브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분명한데, 그것이 항상 우리가 원하는 방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기업의 성과급은 사람들을 더욱 열심히 일하게 만들겠지만, 단기적인 목표에 매달리게 합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장기투자와 단기성과 사이에서 기업 경영자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지는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래함, 하비, 라즈고팔은 단기 수익 목표를 위하여 투자를 줄일 것인지, 400여명의 경영자에게 물었습니다. 80%의 사람들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대학 교수들에게 논문 수에 따라 성과급이 주어지면, 논문 수는 증가합니다. 하지만 오랜시간이 요구되는 창의적인 연구 또는 획기적인 연구를 하지 않습니다. 결국 경제 전체적으로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투자와 연구만 이루어지게 되고, 인센티브 제도의 과도한 사용이 국가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가능합니다.

경제적 인센티브가 갖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바람직한 사회적 규범 또는 내재적 동기를 밀어내는 역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두 경제학자, 그니지와 러스티치니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하였습니다. 고등학생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가정집을 방문하고 기부금을 모으도록 하였습니다. 한 그룹에게는 전체 모금액의 10%, 또 한 그룹에게는 1%를 가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반면 마지막 그룹에게는 어떠한 경제적 인센티브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실험 결과, 첫번째 그룹이 두번째 그룹보다 많은 기부금을 모금하였습니다. 시장주의자들이 굳게 믿는 바처럼, 경제적 인센티브가 작동한 것입니다. 하지만 놀라운 결과는 아무런 경제적 인센티브도 주어지지 않은 세번째 그룹이 가장 많은 기부금을 모금하였다는 사실입니다. 비슷한 실험이 다양한 상황에서 이루어졌는데, 거의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군가를 돕기 위해 열심히 일하려는 선한 동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경제적 인센티브가 결부되면 이러한 내재적 동기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기회비용은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언제나 그렇듯, 경제학적 진리도 대수롭지 않게 표현되어야만 합니다. 인센티브는 아주 중요하지만, 인센티브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인센티브가 지닌 역효과를 잘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이 사소하기까지 한 진리를 극단의 형태로 밀어 붙이고 격하게 믿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시장주의자들은 인센티브가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인센티브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교조적 믿음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이제 그들이 외워야 할 기도문은 이것입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균형있는 사고를 주시옵고, 우리가 인센티브에만 따라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이 우리가 인센티브로만 해결하려 들지 않게 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성장주의에 빠지게 마옵시고, 다만 자유시장 근본주의에서 구하옵소서. 경제적 인센티브에도 기회비용은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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