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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 인터뷰] 서울경인이주노동조합 우다야 라이 위원장 "법은 우리 편이 아니다"

  • 원성윤
  • 입력 2015.11.03 06:03
  • 수정 2015.11.05 07:15

네팔 출신의 우다야 라이 씨. 그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슈퍼 히어로'다.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입이 되어주고, 떼인 임금을 받아다 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약속이 잡힌 날에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치료 중인 이주노동자가 말이 통하지 않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의사가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않고, 진단서를 끊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점심 무렵 전화가 걸려왔다. “제가 병원에 가봐야 해서 그러는데 약속 좀 뒤로 미뤄야 할 거 같아요.” “그렇게 하시죠.” 서울 모 대형병원에 급하게 다녀온 뒤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후에도 통화는 계속됐다. 그의 손에 들린 유선전화에서는 한국말이, 다른 손에 들린 휴대전화에선 네팔어가 쉴새없이 쏟아졌다. 30분을 기다렸을까. 인터뷰가 시작됐다.

우다야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이 지난 7월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고용노동부에 이주노조 설립필증 교부를 요구하며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이주노조 조합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우다야 라이 위원장

- 이주노조가 설립 10년 만에 지난 8월에 합법화가 됐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 정부가 인정했으니까 합법적으로 조합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누구든지 이주노동자라면 이주노조에 안심하고 편하게 올 수 있다. 조합원 수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합법화 이후 조합원 숫자가 40~50명 정도가 늘어나서 현재 1100명가량 된다. 긍정적인 변화다. 민주노총 산하에서 이주노조가 앞으로 조직을 잘 꾸려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긴다.

- 미등록 이주노동자들도 노조 가입이 가능한가. 이들이 한국에서 사업주들로부터 받는 부당한 처사에 대해 이주노조가 구제해줄 방법이 있는지.

= 우리는 미등록 노동자들은 노동권 3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임금이 체납되면 위임을 받아 노동청에 진정해서 해결한다. 단속과 추방이 이뤄지면,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돕는 역할을 한다. 퇴직금을 달라고 하면, 출입국관리소에 불법 이주노동자가 있다고 신고하는 게 아직 한국 고용주의 현실이다.

지난 8월20일 오전 서울 중구 삼일대로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10년 법정 싸움 끝에 노동청으로부터 이주노조 설립 신고 필증을 받은 우다야 라이 노조위원장(가운데) 등 노조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2005년 관광비자로 한국에 온 그는 봉제공장에서 일하다 이주노동자의 삶을 본격 적으로 시작했다. 2007년에는 한국 여성과 결혼도 했다. 2010년 10월부터 민주노총에서 일하며 이주노동자의 권리 찾기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우다야 라야 씨에 따르면 현재 이주노동자는 100만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등록된 이주노동자는 67만명, 미등록 노동자가 20만명 가까이 추산된다. 한국 인구의 4% 정도된다.

- 이주노동자로 일하며 가장 슬펐던 때는 언제였나.

= 같은 사람이고, 같은 아시안인데 다르게 대우를 한다. 하루 10~12시간씩 일을 시키고 잔업수당은 당연히 주지 않는다. 일이 제대로 안 됐다며 돈을 안주고 쉬지도 못하게 한다. 아파서 못하는데 거짓말한다고 병원을 갔는데 사업장 무단이탈 신고를 해버린다. 그런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실제로 자살한 네팔 노동자도 있었다. 노동부에는 이의제기를 해도 사업주 조사권한이 없다며 법원에 가라고 한다. 법원에 가면, 우리는 진다. 법은 우리 편이 아니다.

- 고용주들은 이주노동자가 아파도 잘 이해하지 않는 편인가?

= 노동부에서는 사업주 말만 믿는다. 밭에서 미나리를 캐는 일은 정말 힘든데 그런 일들을 하고 나면 5~6개월이 아프다. 그러면 쉬게끔 해야 하는데 '나는 돈을 주고 있는데, 너는 왜 일을 안 하느냐'하면서 기숙사에서 내쫓는다. 그래서 나가면 무단이탈신고를 해버린다. 너무 힘들다. 우리도 사람인데….

- 계약조건이 불평등하다고 느끼나.

= 한국말에 서툴다는 이유로 처음에 한국에 올 때 독소조항들을 숨겨 놓는다. 한 달 월급 100만 원 안팎에 숙식 제공을 안 해도 된다든지, 하루 13시간씩 일하고 일주일에 하루 쉰다든지 하는. 나중에 이주노동자들이 '사장님, 이러면 안 되잖아요'하고 항의하면 '너희가 한국 들어올 때 이렇게 사인했지 않느냐'라고 한다. 잔업수당을 안 준다고 항의하면 '데리고 와줬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돈 벌게 해주는데 왜 배신하려고 그러냐'고 한다.

지난 2014년,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포천 아프리카 박물관의 예술가들이 '인간 이하'의 노동착취를 당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준 바 있다. 오마이뉴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아프리카 출신 노동자들은 월 110만 원에 계약을 하고 한국에 왔으나, 월 60만 원 밖에 받지 못하는 등 임금체납은 총 1억5797만9710원에 달했다. 또 이들 아프리카 예술가들이 누전 위험이 있는 숙소에서 잠을 자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먹는다는 등의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민의 공분을 샀다.

2014년 2월21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포천 아프리카박물관 홍문종 이사장과 박상순 전 박물관장에 대한 고발 관련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서서 발언하는 사람이 우다야 라이 위원장이다.

짐바브웨 출신으로 경기도 포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 일하는 조각가 릴모와 에디가 기거하는 3평(9.9㎡) 남짓한 방의 벽에는 곰팡이 없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방은 난방도 안 돼 입김이 하얗게 나왔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이 이사장인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은 이 숙소 대여료와 전기요금 등으로 아프리카 이주노동자들의 월급에서 1인당 40만원가량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전통예술공연단, 조각가들은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노예노동’ 고발 기자회견을 열어 “이주노동자들을 더 이상 노예 취급하지 말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당시 민주노총과 이주노조가 힘을 합쳐 이런 사실들을 알렸고, 체불임금 등을 모두 받아냈다"며 "우리에게 제보해준 분이 계셨기에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 최근 법무부에서 3개월짜리 '외국인 계절노동자'를 도입하기로 했는데.

= 출입국관리 사무소, 고용노동부 대신 법무부가 이주노동자를 관리 감독하려고 한다. 일이 바쁜 농번기에만 잠깐 3개월짜리 비자를 주고 데리고 온다는 게 '외국인 계절노동자' 제도인데, 정말 나쁜 제도다. 지금 2~3년씩 있는 노동자들도 사회보장은커녕 인권과 노동 사각지대에 놓여있고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3개월 일하다 임금이 체납되면 자기 나라로 돌아간 사람들이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기나 하겠나.

- 무엇이 가장 문제인가.

= 고용주들의 인식이 문제다. 너희는 가난한 나라에서 왔으니까, 너희는 무조건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파도 안된다. 불만의 소리도 내서는 안 된다. 병원에 가면 거짓말 한다고 그러고 산재 처리도 해주지 않는다. 사고가 나면 조사를 받으니까 그런다.

- 한국 일자리 빼앗아 간다는 시선도 있다.

=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는 게 닮아가는 것 같다. 한국도 예전에 미국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나. 우리도 그렇게 당했고, 많이 참았으니 너희도 그렇게 당해도 된다는 인식인 것 같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일하는 곳이 한국사람들이 피하는 일자리지 않나. 여기서 돈을 벌어도 절반 정도는 병들어서 자기 나라로 돌아간다. 정상 생활을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 허리도 다 망가지고, 무조건 여기서 우리가 다 가져가는 게 아니다. 그만큼 희생을 한 대가다.

- 외국인 노동자 범죄가 늘어난다는 보도도 많이 나온다.

= 유독 그런 것을 부각하는 측면도 있다. 우리를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고, 기죽게 하는 거 아니겠다. 그렇게 해놓은 뒤에 너희가 이렇게 하는데 너희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식으로 우리의 요구를 묻히게 하는 거겠지. 이주노동자에 대한 법을 강하게 만들 수 있게 되는 거다. 얘네들은 관리를 해야 되는 대상이다. 이렇게 말이다.

- 당신에게 한국은 어떤 의미인가.

= 한국이라는 곳이 오랜 시간 있었다. 돈도 좀 벌었고, 내 삶과 가족들을 돌보게 해준 곳이기다. 인간은 평등하게 살아야 한다는 길을 찾게 해준 곳이기도 하다.

- 위원장의 외모를 보면 한국인과 가장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 한국인들이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어떻게 차별하는지 느낄 때가 있다. 제가 한국 사람과 외모가 비슷하므로 처음에는 존댓말을 한다. 그러다 한국말이 서툴다는 게 느껴지면 반말을 하기 시작한다. 외국 사람한테는 존댓말 하면 안된다는 게 있는 거 같다.

- 한국의 방송은 이주노동자를 어떻게 그리고 있다고 생각하나.

= 이주노동자들한테 원하는 대로 대답해줘야 하고, 불쌍하게 해줘야 좋아한다. 모 개그맨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한 친구가 300만 원을 받고 방송에 출연했다. 한국 여성과 결혼한 친구였는데 방송사에서 요구한 것은 '울어라'라는 것이었다. 실제로는 행복하게 살고 있었지만, 방송에서는 ‘한국 여성이 이런 이주노동자와 결혼하면 불행해진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다. 그 친구도 나중에는 후회했다. 우리를 방송에서 그런 식으로 내보내는 게 기분 나쁘고 싫다.

- 이주노조의 목표는.

= 조합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수도권 전체 집회에서 이주노조의 깃발을 걸고 멋지게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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