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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를 그리는 게 뭐 어때서? 『에로만화의 별』

일단 세 쪽만 넘겨보면 『에로만화의 별』의 존재의 의미는 명확해진다. 만화책 수백 권을 섭렵하고 여전히 기이한 작품들을 향해 손이 근지러운 덕후에겐 더더욱. 『에로만화의 별』은 작가인 카네히라 모리히토가 직접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초보자 입장에서 에로만화 창작의 세계를 탐닉하는 내용이다. 즉 에로만화를 보는 것으론 부족해 직접 그리고 싶거나, 최애캐를 직접 이렇게저렇게 막...하고 싶은 덕후들을 위한 맞춤형 교재인 셈이다.

AK코믹스에서 독특한 성인 만화 한 편이 출간됐다. 이름하야 『에로만화의 별』.

처음 이 책을 접한 독자라면, 이미 온라인으로 나라별 장르별 동물별(?) 에로만화를 골라 감상할 수 있는 시대에 어떻게 이런 촌스럽고 당당한 제목의 작품이 출간될 수 있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러나 일단 세 쪽만 넘겨보면 『에로만화의 별』의 존재의 의미는 명확해진다. 만화책 수백 권을 섭렵하고 여전히 기이한 작품들을 향해 손이 근지러운 덕후에겐 더더욱.

『에로만화의 별』은 작가인 카네히라 모리히토가 직접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초보자 입장에서 에로만화 창작의 세계를 탐닉하는 내용이다. 즉 에로만화를 보는 것으론 부족해 직접 그리고 싶거나, 최애캐를 직접 이렇게저렇게 막...하고 싶은 덕후들을 위한 맞춤형 교재인 셈이다.

만화는 각각 입문편, 실천편으로 나뉘어 있다. 입문편인 상권에서는 평화로운 '존못' 카네히라 앞에 갑자기 미모의 거유 편집장이 나타난다. 그녀는 카네히라에게 '쿠소무시 고로타(굴러다니는 개똥)'라는 필명을 지어주고 에로만화 작법의 기초를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친다.

이를테면 '유두'에도 여러가지 타입이 있으며, 유두 하나의 표현만으로도 여캐가 '귀엽고 백치인 거유'인지, '도도한 사모님'인지 알 수 있다는 식이다. 처음부터 너무 많이 보여주기보다는, 살짝 보일 듯 말 듯 뜸 들이며 독자의 애를 태우는 '치라리즘'의 미학을 설명하는 장면도 압권이다(이런 변태 같은,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만화가가 제시한 예시를 보다 보면 '만화가들은 죄가 없다, 죄는 변태인 인간에게 있는 것'이라고 납득하게 된다). 이 밖에도 '엉덩이를 장식하는 멋진 옵션들', 'TPO에 따른 에로대사' 등 집요하리만치 세분화된 옵션들을 제공한다. 에로만화 창작자들에게는 지극히 유용한 정보다.

꼭 만화계에서만 쓰이는 대사는 아닐 것이다......(눈물)

실천편에서는 정식 에로만화가로서 살아가기 위한 현실적인 팁을 제공한다. 입문편에서 작법 기초를 다진 쿠소무시 고로타는 에로만화 거장이 된 시바견 '무라야마 존'과 동인지계의 전설 '네코미미세븐(7)'으로부터 '에로만화가로서의 마음가짐', '수단을 가리지 않고 인지도 올리는 법', '동인지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 등을 전수 받는다. 중간중간 짧게 읽고 넘어갈 수 있는 '실제 일본 만화 업계에서 있었던 트레이싱 사건'이나 '서클에서 책 잘 팔리는 위치' 같은 정보들이 황당무계하면서도 묘하게 진지한 이 만화에 진정성을 더한다.

에로만화의 A부터 Z까지 다진 쿠소무시 고로타는 드디어 회심의 원고 「아야코의 거시기」를 들고 영 코믹을 찾아간다. 그는 진정 연재 획득의 별을 따낼 수 있을까? 에로만화 존잘이 은하수처럼 차고 넘치는 가운데, 그는 과연 하나의 별로서 빛날 수 있을까? '난 왜 이 만화를 이렇게 열심히 보고 있지' 싶으면서도 다음 장을 넘기게 되는 『에로만화의 별』은 에로만화 같은 통속도 파고들면 예술이 된다는 진리를 뼈와 살과 거시기에 새기게 한다.

글_ 김지혜/에이코믹스 에디터

* 이 글은 에이코믹스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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