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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진국인가 아니면 신흥국인가

  • 김병철
  • 입력 2015.10.05 13:18
  • 수정 2015.10.05 14:15
People walk past in front of the screen showing Korea Composite Stock Price Index (Kospi) in Seoul, South Korea, Friday, May 18, 2012. South Korea's Kospi lost 3.4 percent or 62.78 points at 1,782.46.  Asian stocks dived Friday after discouraging U.S. economic reports unnerved investors already worried about the stability of the 17-country euro currency union. (AP Photo/Lee Jin-man)
People walk past in front of the screen showing Korea Composite Stock Price Index (Kospi) in Seoul, South Korea, Friday, May 18, 2012. South Korea's Kospi lost 3.4 percent or 62.78 points at 1,782.46. Asian stocks dived Friday after discouraging U.S. economic reports unnerved investors already worried about the stability of the 17-country euro currency union. (AP Photo/Lee Jin-man) ⓒASSOCIATED PRESS

한국이 선진국인지, 신흥국인지가 불분명하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국제금융장에서는 대체로 신흥국으로 본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기에 한국은 여전히 상당한 투자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곳이다.

국제금융시장 전문가들은 5일 한국이 선진국 문턱에 들어서기는 했지만 아직 완전히 선진국이라는 평가를 받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고 경제의 기초 체력 및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개선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1. 신흥시장이란

신흥시장(emerging market)이라는 말은 1981년 당시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인 앙트완 반 아그마엘(Antoine van Agtmael)이 처음으로 만들었다.

신흥시장이 나오기 전에 이 지역은 '제 3세계(the third world)'나 '개발도상국(the developing world)'으로 불렸다.

그러나 신흥시장은 뚜렷한 기준을 가진 말은 아니다. 보통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세계 경제에 편입된 국가들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1986년에는 캐피털 인터내셔널이라는 투자회사가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5천만달러 규모의 포트폴리오를 처음으로 출시했다.

1987년에 반 아그마엘은 또 이머징마켓 매니지먼트라는 이름의 투자회사를 설립했다.

신흥시장은 개도국 모두를 일컫는 것은 아니다.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BBH)에 따르면 신흥시장은 24개국 정도에 이른다.

2003년에는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이 브릭스(BRICS)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고, 이를 중심으로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유엔(UN), 세계은행 등은 편의를 위해 선진국과 신흥국을 분류하고 있다.

또 국제적인 지수 산정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FTSE, S&P 다우존스 지수 등이 선진국 지수와 신흥국 지수 등을 분류해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나 벤치마크 지수를 두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신흥시장의 채권과 주식에 펀드 형태로 투자되고 있는 자금은 10조3천억달러에 이른다.

2. 선진국과 신흥국 경계에 선 한국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IMF와 FTSE, S&P 다우존스지수는 한국을 선진국으로, 미국인 투자자들을 대변하는 MSCI와 러셀지수는 한국을 신흥국으로 보고 있다.

헤알화 가치 '최저'…달러당 4헤알 돌파 브라질 헤알화 환율이 달러당 4.054헤알로 마감한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상 파울루의 한 증권사에서 직원들이 모니터 그래프를 통해 헤알화 시세 등을 살펴보고 있다. 1994년부터 헤알화가 공식 통화로 사용되기 시작한 이래 환율이 달러당 4헤알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 헤알화 가치는 올해 52.47% 떨어졌다. 최근 12개월은 69.3% 하락했다.(AP=연합뉴스 자료사진)

IMF는 1인당 소득과 수출 다각화,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대한 통합 정도를 기준으로 선진국과 신흥국을 분류한다고 밝히고 있다. IMF가 분류하는 선진국은 37개국이다.

1인당 소득은 특별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고, 변동성을 고려해 수년간의 평균치를 고려한다. 또 수출 다각화를 중시하기 때문에 석유 수출이 70%를 차지하는 석유수출국은 선진국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FTSE는 각국의 주식시장을 선진국과, 선진 신흥국, 2차 신흥국, 프런티어로 분류하고 있으며 한국은 지난 2009년부터 선진국으로 분류해 왔다.

FTSE는 지난해 발표한 자료를 통해 한국이 전 세계에서 상대적으로 탄탄한 경제 여건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선진국 지위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FTSE는 한국이 완전한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화폐의 태환성과 주식 명의 변경, 외국인 소유 주식의 거래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나 FTSE는 외부 전문가들의 평가를 인용해 한국이 중국이나 인도, 브라질과 같은 신흥국에 같이 편입되는 게 맞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브릭스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짐 오닐도 한국을 신흥국으로 분류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FTSE는 덧붙였다.

피델리티나 슈왑, 뱅가드, JP모건 등의 주요 투자사들은 FTSE의 신흥국 지수에 근거해 투자상품을 만들며 이 때문에 한국을 신흥국으로 보지 않는다.

S&P 다우존스는 지난 2013년 한국이 외환거래 규제 완화가 부족한 것 빼고는 모든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겠지만 신흥국으로 분류를 바꾼다면 엄청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988년 MSCI 신흥시장지수를 만든 MSCI는 한국을 여전히 신흥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선진국지수 편입 검토 대상이었으나 6차례 모두 편입이 안됐다. 작년에는 편입 검토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MSCI는 한국이 어떤 면에서 보더라도 선진국이지만 지수 편입을 고려할 때에는 국제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우호적인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화폐의 완전한 태환이 가능하지 않고, 주식거래의 편의성이 부족하다는 점 등이 편입 불발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3. 한국, 선진국 편입의 장단점

한국의 금융시장이 모든 국제 투자자들에게 선진국 평가를 받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겠지만 선진국 지위가 긍정적인 측면만 갖는 것은 아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과 관련해서 일부에서는 한국이 신흥국 지수에 남는 것이 낫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은 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15.8%의 비중을 차지해 중국의 18.4%에 이어 두번째다. 그러나 MSCI 전세계 지수에서는 한국의 비중은 1.7%에 그친다.

이 때문에 한국이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투자금의 비중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한편에서는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절대적인 투자금 자체가 증가해 지수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더라도 투자금 유입이 줄어들지 않고, 안정성을 추구하는 자금 유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한국이 선진국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원화가 국제화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화가 국제화폐로 인정된다면 원화가 절상되는 문제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특히 "지금처럼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는 원화 절상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선진국 취급을 받아도 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신흥국으로 평가되면서 불안감이 강조되기 때문에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것이 좋겠지만 조급하게 생각하는 것보다는 경제의 안정성이나 실력을 높여서 인정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한국이 신흥시장으로 분류되면서 신흥국 위기 때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이 가장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원화 국제화나 공매도 제한을 빼면 한국이 선진국 자격을 다 갖췄다면서도 당장은 선진국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이 세 곳의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AA' 신용등급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신용등급 면에서 선진국이라고 말했다.

4. 다시 무너지는 신흥국 경제

신흥시장은 1~2년 전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의 각광을 받으며 빠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정체되고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여기에 중국이 경기둔화까지 불거지면서 신흥국이 직격탄을 맞기 시작했다.

브릭스 가운데서는 인도를 제외하고는 자원 수출국인 브라질과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경제 위기' 단계에 있고, 전 세계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중국은 경착륙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흥국들이 1990년대와 달리 기초 체력을 개선하고 외환보유액을 많이 쌓아 과거와 같은 '도미노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글로벌 경제 자체가 성장 동력을 잃으면서 산발적인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은 있다.

실제로 바클레이즈는 선진국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겠지만 신흥국 경제는 수출, 내수, 물가 등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평가했다.

또 중국의 경기 둔화로 아시아 제조업 중심 국가들의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은 신흥국에 초대형 악재다.

이미 신흥시장에서는 지난 2013년 5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이 자산매입 축소를 시사하자 급격한 자금 유출 형태의 '긴축 발작(테이퍼 탠트럼)'이 나타났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달러화 강세는 원자재 가격의 반등을 어렵게 하는 문제도 있다. 자원수출 신흥국은 원자재 가격과 경제가 연동하다시피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장기적으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원자재 생산 비용 및 가격이 하락하고 주요 원자재 생산국의 성장이 둔화하고 통화가치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최대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의 성장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국은 벌써 올해 7% 성장률을 달성할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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