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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석유를 구입하는 법

군, 경찰, 정부 부처들 그리고 당의 수뇌부들이 연료통을 채운 후에야 차를 가진 북한 주민들에게 주된 석유 배급처 역할을 하는 주유소와 시장이 있는 주요 인구 중심지에서 연료를 구입할 수 있다. 운전에 대한 엄격한 규제들로 인해 북한에서는 자동차 소유가 쉽지 않다. 북한에는 전국에 25만~30만대의 자동차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대부분이 몇 안 되는 주유소라도 이용할 수 있는 평양에 집중되어 있을 것이다.

  • NK News
  • 입력 2015.10.26 14:15
  • 수정 2016.10.26 14:12

군과 정부 부처, 장마당 모두 북한의 수상쩍은 석유 배급에 관여

북한의 현대화에 대한 다른 많은 지표들과 같이 북한의 에너지와 연료 소비를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쉽지 않다. 관련된 북한 정부 부처들은 자국 석유, 디젤 연료의 수입량과 수출량, 사용량, 연료산업에 대한 그 어떤 자료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누군가 서구의 자동차가 어떻게 평양 관광객들이 찍은 사진에 등장하는지 묻는다면 그 차 제조업체들조차 그저 어리둥절할 것이다.

북한의 열악한 도로에서는 낡은 트럭조차 볼 수 없지만, 평양의 교통량은 증가하고 있다고 하며 군용차량들 역시 계속해서 운행되고 있다.

북한에는 국내 석유 산업과 가스 산업이 없다. 그래서 국가 운영을 위한 필수 연료들은 모두 북한의 국경을 통과해야만 한다.

국경지대에서 들어오는 연료를 각지로 보낼 광범위한 송유관이 없으므로 연료 수송수단은 제한되어 있다. 대신, 낙수효과 -부유층의 투자, 소비 증가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로까지 영향을 미쳐 전체 국가적인 경기부양효과로 나타난다는 이론- 는 얼마 안 되는 석유를 군과, 정부 부처, 경찰을 거쳐 일반 소비자들도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일반인들은 평양의 몇 안 되는, 띄엄띄엄 위치한 주유소에서 석유류를 살 수 있다.

국경을 넘어

이전에 NK News가 중국의 무역 자료와 북한의 유조선단을 실시간으로 추적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입된 원유가 북한으로 들어갈 수 있는 합법적인 통로는 단 3개였다.

북한으로 석유가 유입되는 경로 | 출처: Google Earth

북한의 주요 에너지원을 지원하고 있는 중국은 원유와 유류 생산물을 모두 선박과 국경지역 육로를 통해 북한의 단 2개인 정유공장 중 하나인 봉화화학공장으로 제공하고 있다.

봉화화학공장 정유소에 원유 공급이 중단되었다는 끈질긴 소문도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지난 15개월 동안 북한의 전체 연료 수입량이 크게 줄었다는 징후는 없다. 다만 중국에서 북한으로 연료 수송은 계속되었으나 중국의 무역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증가하는 석유류 유입의 셋째 경로는 러시아의 극동 터미널에서 시작된다. 해사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2012년 러시아 회사로부터 3척의 유조선을 구입하였으며, 북한의 동쪽 해안선을 따라 유조선의 운행량을 늘려왔다.

군부의 에너지 통제

한때 북한의 특이한 배급제는 활기를 띄었다. 어떻게 당국이 할당량을 정하는지는 여전히 애매하지만, 북한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을 보면 북한 군 부문이 이 피라미드의 가장 위쪽에 자리 잡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런던의 채텀하우스에서 에너지·환경·자원을 연구하는 백근욱 부연구위원은 "북한 정부 내각에는 석유와 에너지 부문 사업을 지휘하는 기구가 있으며, 이 기관은 군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기구 명칭은 공식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석유와 에너지 부문 사업과 관련된 모든 것을 군이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규모인 북한군은 다른 물자들과 함께 특히 북한에 수입된 제트연료와 디젤 연료의 대부분을 징발할 것이다.

미국 안보, 환경, 자원분야 연구 기관인 노틸러스 안보·지속가능성 연구소의 데이비드 본 히펠 선임연구원은 "당연히 군에서 가장 먼저 그 연료들을 가져갈 것이다. (우리 추정에 의하면) 그들은 정유된 제품들의 꽤 큰 부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 군인들과 화물, 일반인들을 (때때로 모두 동시에 같은 차량에) 수송하는 트럭에 그 대부분이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봉화정유공장에서 생산되는 석유제품은 수송량이 많아지면 철도편을 통해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위성사진을 분석해 본 결과 정유소 바로 옆에 기차역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 북동부 끝에 있는 또 다른 승리정유소 역시 바로 옆에 기차역이 있다. 모든 보도에서 최근 폐쇄된 것으로 알려진 승리공장은 여전히 인근의 선봉항과 연결된 송유관들로 둘러싸여 있다. 북한에 수입된 정제석유제품을 기차역까지 수송하는데 이 송유관을 이용할 수 있었다.

러시아 석유제품들을 북한 동해안 도시들로 수송하는 북한의 소형 유조선단이 연료 배급을 맡기도 한다.

봉화정유공장 바로 옆 기차역 | 출처: Google Earth

평양의 주유소

군, 경찰, 정부 부처들 그리고 당의 수뇌부들이 연료통을 채운 후에야 차를 가진 북한 주민들에게 주된 석유 배급처 역할을 하는 주유소와 시장이 있는 주요 인구 중심지에서 연료를 구입할 수 있다.

운전에 대한 엄격한 규제들로 인해 북한에서는 자동차 소유가 쉽지 않다. 북한에는 전국에 25만~30만대의 자동차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대부분이 몇 안 되는 주유소라도 이용할 수 있는 평양에 집중되어 있을 것이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2012년 평양의 주유소 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하지만, 전체 주유소 수는 여전히 적다.

북한전문여행사 고려투어의 사이먼 코크렐 대표는 "주유소와 같이 보이는 약 10개의 건물이 보인다. 그러나 도로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곳에 있어 눈에 띄지 않는 주유소들도 많다"고 전했다. 커티스 멜번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관계연구소 연구원은 평양에 있는 주유소가 예전보다 조금 많아졌을 것이라며 "평양에 30개 이상의 주유소가 있다고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양-원산 간 고속도로에 있는 주유소 | 사진: Eric Lafforgue

외국인은 북한 주유소에서 연료를 사려면 쿠폰을 쓰거나 비공식적인 환전방식을 거쳐야 한다. 평양에 몇 년 동안 거주한 익명의 소식통은 "북한의 연료 가격은 국제유가와 연동되어 있다. 1유로 당 130원, 1달러 당 약 100원의 환율을 적용하여 선불 쿠폰이나 유로, 달러 현금으로 연료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모두 가능하였다. 석유가격은 실제로는 통용되지 않는 북한 원화로 표시되어 있다"고 전했다.

평양 외의 지역에는 주유소가 더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를 몰고 도시를 오가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에 여기저기 주유소를 만들 필요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큰 도시 바깥에서의 교통량은 매우 적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남포에 주유소 1개가 있거나 최대 2개가 있고, 원산에는 하나가 있으며 그것이 전부다"라고 그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러한 수치는 자동차 2000여만대, 주유소 1만3000개소가 있는 한국과는 비교조차 안 된다.

평양-원산 간 고속도로에 있는 주유소 | 사진: Chad O'Carroll

검은 금, 자유시장의 석유

그러나 연료자원에 대한 군 당국의 통제와 만성적 부족 현상, 이웃국가들에 대한 전적인 의존에도 불구하고, 평양의 주유소들은 북한의 연료공급 경로가 제한되어 있음에도 안정적으로 석유를 공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소식통은 "놀랍게도 4년 동안 단 한 순간도 차에 연료가 부족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의 제한된 배급 시스템은 석유를 포함한 많은 제품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북한의 장마당을 통해 보충되고 있다

탈북자 강모 씨는 "이러한 시장에는 석유를 파는 사람들이 있다. 2002년 북한은 이 사람들이 자유롭게 물품들을 사고 파는 것을 허용했다. 당국은 개인들이 팔 물건 종류를 제한하지 않았고, 그러한 시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석유류를 팔았다"고 밝혔다.

북한의 장마당은 북한 내 석유제품 이동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 도시들과 그 인근의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에 소규모 석유 저장창고들이 비공식 주유소가 되고 있으며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다른 국가라면 집 근처 도로의 많은 통행량은 집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이겠지만 북한에서는 집값을 띄우는 요인이 된다.

국민대학교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지난 10년 가량 북한 내 석유 거래는 호황을 이뤄왔다. 큰 도로들 인근의 많은 집들이 가솔린과 디젤연료를 팔았다"고 말했다. 란코프 교수는 "주요 도로에 있는 마당을 소유한 집은 확실히 더 값이 나간다. 집주인은 지리적 이점을 살려 수익성 있는 석유 장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 5만 명쯤 되는 북한의 소도시는 그러한 사설 주유소를 수십 개 이상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암시장에서 석유가격은 최근 국제유가를 반영하여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보도들도 나온다. 이렇게 유가가 떨어지면 북한 내 공식주유소 이용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 공식 주유소를 통한 내부 수요와 공급 제한은 외부세계에서 일어나는 가격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글쓴이 리오 번(Leo Byrne)은 NK News의 데이터 애널리스트입니다. 안재혁이 이 기사를 작성하는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박현비가 번역하였으며 메인 사진은 Eric Lafforgue가 찍은 것입니다. 원문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NK News 한국어판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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