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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명 뽑는 공기업에 2299등으로 합격...‘최경환 인턴'의 기적

  • 강병진
  • 입력 2015.09.15 17:50
  • 수정 2015.09.15 17:51
ⓒ연합뉴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당한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를 철저히 규명할 것을 촉구하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감사원 감사보고서를 보면, 최 부총리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했던 황아무개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공단이 여러 차례 서류를 조작하고 면접 결과를 뒤바꾸는 등 부당한 채용을 한 사실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의혹을 키우고 있다.

15일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대한 감사원 보고서(2015년 7월)를 보면, 공단은 2013년 6월7일 하반기 신입직원 채용계획을 확정하고 서류전형에서 170명을 뽑기로 했다. 심각한 청년실업 실태를 반영하듯 45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채용 총괄 부서장(실장)은 6월26일 박철규 당시 공단 이사장에게 “대구·경북연수원에 파견으로 근무하고 있는 황씨가 이번 신규직원 채용에 지원했는데, 외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박 이사장은 “그럼 한번 잘 봐줘라”며 “황씨를 합격시키도록 지시했다”고 감사원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황씨는 최 부총리가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때 4년(2009년 1월~2013년 3월) 동안 경산지역 의원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황씨는 공단 대구·경북연수원에서 3개월가량 파견으로 근무하다가 신규채용에 지원했다.

박 전 이사장은 기획재정부 대변인, 기획조정실장을 맡은 뒤 2012년 1월18일부터 올 1월까지 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공단 인사팀은 황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두번의 점수 조작을 벌였다. 서류전형 결과 2299위를 차지한 황씨의 자기소개서(8점)와 경력(4점) 점수를 높게 고쳤지만 1200위에 머물렀다. 이 정도로는 합격권에 들 수 없다고 판단한 인사팀은 황씨를 불합격 처리해 결과를 보고했으나 총괄 부서장은 황씨의 합격을 다시 지시했다.

이때부터는 더 과감한 서류 조작이 이뤄진다. 어학 0점→3점, 자기소개서 8점→10점, 경력 4점→5점, 학교점수 12점→15점 등으로 점수를 고쳤지만, 서류전형 합격자 최저 수준인 170위를 벗어나 176위에 그쳤다. 난감해진 인사팀은 장애인 채용을 확대한다고 거짓으로 꾸며 서류전형 인원을 174명으로 늘렸다. 결국 황씨는 통과하고, 대신 서류전형 5위·50위·63위 등 응시자 3명은 억울하게 탈락됐다.

면접전형에서도 황씨는 스스로의 힘으로 합격할 수 없었다. 7월31일 2차 임원면접위원회에서 박철규 이사장은 긍정 평가를 했지만 외부위원이 면접위원들의 질문에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황씨의 합격을 반대하면서 결국 불합격으로 잠정 결정됐다. 이에 인사팀은 황씨에 대해 불합격 처리를 건의했지만, 박 이사장은 최종 합격시킬 것을 지시했다. 결국 8월2일 황씨를 포함한 지원자 36명이 공단 신입사원 전형에서 최종 합격했다. 감사원은 “박 이사장이 신입직원 채용을 부당하게 지시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단은 채용 총괄 부서장에게 감봉 2개월, 실무자 4명에게 경고처분을 했다. 감사원 감사는 7월에 나왔고, 박 이사장은 올 1월 임기가 끝나 징계를 받지 않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이원욱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최 부총리가 10월 종합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부당한 취업청탁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 부총리는 “전혀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으며, <한겨레>는 박 전 이사장과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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