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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올리면 한국경제 어떤 영향 받을까

ⓒgettyimagesbank

미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지해 온 제로(0) 금리정책에 종지부를 찍을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6~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한국의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연방기금 금리 인상을 시작할지 결정한다.

이번 9월 회의에서의 인상 여부를 놓고는 우리나라 전문가들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연내 인상 가능성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이번 회의에선 안 올리는 쪽으로 결론 날 수 있지만 아무리 늦어도 올 12월에는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거로 본다는 얘기다.

결국 시기의 문제일 뿐 미국의 금리인상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이번 회의가 아니더라도 연내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만큼 전 세계 금융시장과 각국 금융당국은 초긴장 모드에 진입했다.

세계 경제권의 기축 역할을 하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 달러화를 매개로 움직이는 돈의 흐름에 변화를 주게 되어 각국의 환율·금리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또 환율과 금리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는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 시장은 충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등에서 비롯된 신흥국 불안이 미국의 금리인상 효과와 겹치면서 글로벌 시장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복합 충격'으로 발전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고금리와 안전자산을 좇아 움직이는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탈로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이 충격을 받아 경제 전반이 휘청이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 변수로 인한 위기가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미국이 금리 올리면 한국도 인상압력 불가피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한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들, 특히 신흥국들이 기준금리 인상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신흥국 시장 등에 유입됐던 자본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을 찾아 유출되는 계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해당국 증시와 화폐 가치의 하락이 동반될 가능성이 크다.

2013년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의 단계적 축소를 시사했던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 때도 비슷한 이유로 신흥국에서 자본 유출이 일어났고 환율시장이 요동쳤다.

현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1.5%로 유지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수익률은 바닥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자본유출 현상이 심각해진다면 한국은행은 빠져나가는 돈을 잡기 위해 금리인상 압박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무작정 미국을 좇아서 금리를 올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가라앉았던 내수가 살아나고 있는 마당에 금리를 올렸다간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지난 11일 한은이 국내외 경제상황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내수 진작과 수출 증대를 위해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상당했다.

이처럼 국내 경기 여건 상 금리를 올리기보다는 더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단지 미국 변수 때문에 인상에 나설 수도 없는 처지인 것이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환율 변동 리스크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미국 금리가 올라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원/달러 환율이 오르게 돼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또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제통화인 엔화 가치가 원화보다 더 떨어지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수출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미국의 금리인상에 금리보다는 환율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만큼 외화 보유액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며 "원/달러 환율을 점진적으로 올리면서 금리 인상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보다는 환율정책을 통해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응하는 게 더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번 글로벌 위기에서 일본은 환율로, 중국은 금리로 대응하다가 중국만 쓴맛을 봤다"며 "중국도 환율정책으로 대응했어야 했지만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SDR) 편입 등 위안화 국제화 이슈 때문에 금리로 대응하다가 위기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 외국인 자금 이탈 가속화할까…신흥국 불안 커지면 '위험'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에선 외국인들이 벌써 한 달 가까이 주식을 팔아 치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이 한층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8월5일부터 지난 11일까지 27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지속해 5조원 이상의 주식을 매각했다. 이 영향으로 최근 3개월간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은 약 10조원이나 감소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금융당국은 아직 우려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경상수지가 41개월째 흑자를 내고 있는 데다가 3천7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금융 부문의 외환건전성이 양호한 편이어서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외국인 자금이 추가로 빠져나간다 해도 다른 신흥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리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보는 것은 거시경제와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좋고, 외환보유액이 많으며, 경상수지가 양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물론 초기에 신흥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등의 현상이 일어나면 부분적으로 우리나라 주식·외환시장도 흔들리긴 할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옥석이 구분되는 시기가 오면 우리는 괜찮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차를 두고 한국의 금리를 끌어올리는 쪽으로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 사정이 확 달라질 수 있다.

이미 1천130조원대를 돌파한 가계부채 문제가 부동산 시장은 물론 우리 경제를 뒤흔들 뇌관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저금리 혜택 속에서 수명을 연장해 온 한계기업들은 급격히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더욱이 중국 경제의 부진 우려가 미국의 금리인상 여파와 맞물리면서 우리 경제에 복합적인 충격을 준다면 그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는 다른 신흥국보다 상황이 양호하지만 미국 금리인상이 다른 리스크와 맞물려서 특정 신흥국에 위기가 발생하면 우리도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LG경제연구원의 신 부문장은 "(미국의 금리인상에) 중국 금융시장이 크게 반응한다면 우리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며 "당장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충격보다는 중국을 한번 거쳐서 오는 위기에 흔들릴 가능성을 충분히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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