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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를 띄는 북한의 소비재 시장

솔직히 대체적으로 서양 사람들이 가진 북한에 대한 지식은 대부분 북한에 대한 신문기사 제목으로부터 갖게 된 막연한 인상들뿐이다. 따라서 이들은 주로 빈곤이나 굶주림과 연관되어 묘사되는 북한에서 최근 5~7년 동안 소비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놀랄 것이다. 그다지 급격하지는 않지만 이 혁명은 북한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소련에서 동일하게 발생했으나 적어도 서구에는 그다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소비 혁명을 연상시킨다.

  • NK News
  • 입력 2015.09.24 11:40
  • 수정 2016.09.24 14:12

급속히 늘고 있는 TV와 유선전화 사용

솔직히 대체적으로 서양 사람들이 가진 북한에 대한 지식은 대부분 북한에 대한 신문기사 제목으로부터 갖게 된 막연한 인상들뿐이다. 따라서 이들은 주로 빈곤이나 굶주림과 연관되어 묘사되는 북한에서 최근 5~7년 동안 소비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놀랄 것이다. 그다지 급격하지는 않지만 이 혁명은 북한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소련에서 동일하게 발생했으나 적어도 서구에는 그다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소비 혁명을 연상시킨다.

물론 북한은 서구 선진국이나 북한 주변국들 기준에서는 여전히 매우 가난한 나라다. 많은 북한사람들은 아직도 영양실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사이 많은 사람들이 15년 전에는 구입할 수조차 없었고, 필수품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물건들을 살 여유가 생겼다는 점도 명백한 사실이다. 일부 북한 사람들은 여전히 생존 문제를 걱정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현재 편안한 삶에 대해 생각할 만한 여유를 갖게 되었다.

현재 진행 중인 이러한 변화에 대한 주된 지표들은 모든 종류의 가전제품에 대한 접근성이 현저하게 증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들은 피해 막심했던 대기근 직후인 2000년대 초에 시작되었고, 최근 몇 년 동안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

2013년도 후반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한국과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이탈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가전제품 보유율에 대한 이 조사는 많은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이 놀랄 만한 흥미로운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는 북한 이탈 주민들에게 들었던 내용과 상당히 일치하므로 필자에게는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가전제품

현대 소비의 중요한 상징인 TV부터 이야기 해보자. 2000년쯤에는 전체 북한 가구의 4분의1 미만만이 집에 TV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비율은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 조사는 최근 농촌 지역에서 TV 소유가 약 100 퍼센트에 가까우며 평양에서는 105 퍼센트라는 놀라운 수치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거의 모든 북한의 가정집에 TV가 한 대씩은 있으며 좀 더 부유한 가정은 최근 TV를 두 대 소유할 만한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약 9 퍼센트의 평양 주민들과 6.6 퍼센트의 농촌 지역 주민들이 최신 평면 LCD TV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탈북자들은 지난 몇 년간 LCD TV가 더 이상 사치품으로 여겨지지 않게 되었으며 부유한 북한 가정들에서 점점 더 소유하기 쉬운 물건이 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TV는 비디오 장치들과 함께 사용된다는 점도 눈에 띈다. 북한 사람들은 DVD, 구식 VHS 비디오 등 관련 제품들을 구별하지 않고 '록화기' 라고 통칭한다. 최근 다양한 추정에 따르면, 50~70퍼센트의 북한 가정이 이런 비디오 제품을 집에 가지고 있다. 이 기기들은 서양 영화와 남한 영화 복제본을 몰래 들여와 시청할 때에 자주 이용되고 있다. 좀 더 조심하는 가정들은 북한에서 합법인 러시아, 인도, 중국 영화를 볼 때에 이를 이용하고 있다.

또 다른 눈에 띄는 변화는 가정용 냉장고 보급이다. 잘 아는 한 탈북자가 얘기해주길 7년 전만 해도, 당시 북한에 계시던 부모님이 서울에 있는 그녀의 방에 냉장고가 있다는 사실을 듣고 굉장히 놀랐다고 한다. 그들에게 냉장고 보유는 딸이 북한의 지침을 어기고 심지어 미국중앙정보국(CIA) 첩보원이 되어 정치에 연관되었을 것이라는 확실한 징후였다. 그들은 냉장고와 같은 값비싼 최첨단 제품을 남한에서 학생들이 소유할 수 있을 만한 물건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성공한 북한의 사업가(사실상 암상인)는 빈번한 정전으로 인해 그가 가진 냉장고를 잘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성공한 사업가가 되면서 사업 파트너들에게 능력을 과시하여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집에 냉장고를 가지고 있어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냉장고를 이렇게 귀하게 여기던 시대는 오래전에 지나갔다. 앞서 언급한 2013년의 조사 결과와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평양 가구의 약 37퍼센트가 현재 냉장고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농촌지역에서는 전기공급이 더 자주 중단되기 때문에 냉장고를 소유한 가정이 훨씬 더 적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농촌에서도 기업가적 성향이 강한 부자들은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았다. 그들은 지역의 전력망 관리자나 군 장교들에게 뇌물을 주고 정전의 영향을 훨씬 덜 받는 군사시설 혹은 당이나 국가 기관들의 전력망과 그들의 집을 연결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였다. 이러한 시설들은 정전이 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이런 시설들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으면 냉장고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북한의 어린이들 | 사진 출처: Eric Lafforgue

이렇게 냉장고 소유가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발생한 부수적 현상 중 하나는 평양에서 정육점의 인기가 급상승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고기는 선택받은 극소수를 위한 음식이었을 뿐 대다수 사람들을 위한 음식이 아니었다. 심지어 사정이 좋을 때조차 평양 주민들은 약 450그램씩 일 년에 4~5번만 고기를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부유한 가정의 여성들은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서 집에 있는 큰 냉장고에 보관할 수도 있게 되었다.

북한의 가정에 등장한 또 다른 새로운 제품은 세탁기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조사에 따르면 농촌지역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5~9퍼센트가 세탁기를 소유하고 있으며 평양에서는 약 27.9퍼센트의 가정이 이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기를 소유하다

아마 가장 혁신적인 변화는 통신시장에서 일어났을 것이다. 평양에 출현한 이동통신업체와 이의 성장은 세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북한의 통신사 고려링크의 이동통신 가입자수는 실제 30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보급된 휴대폰은 200만대 정도로 가입자수에 훨씬 못 미친다. 휴대폰은 소셜미디어 및 최첨단 기술과 관련이 있으므로 북한의 일상에서 핸드폰 사용이 이목을 끌고, 북한의 이동전화 보급에 대해 전세계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세계 언론이 북한의 이동통신 보급을 보도하는 데에만 열을 올리면서 북한에서의 일반전화 회선이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간과되기도 한다. 일반전화 보급 증가는 고려링크가 2009년 영업을 개시하기 바로 몇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북한의 보통 사람들에게 집에 전화기가 있는지 물어보았다면 그들은 아마 질문자가 농담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때까지도 집 전화는 오직 고위직 관리들에게만 허락된 특권이었지만 2005년쯤부터는 더 이상 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농촌 지역에서의 집 전화 보급률은 현재 약 30퍼센트 이며 평양이나 다른 주요 도시에서는 약 60퍼센트 정도까지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 사람들의 일반 유선 전화는 필자의 어린 시절 소련에서 꽤 널리 쓰이던 병렬전화 방식이다. (이 기술이 다른 서양 선진국에서 쓰였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병렬전화는 이웃하는 아파트나 주택에서 서로 다른 두 개의 다른 전화기가 같은 전화회선에 연결되어 있다. 병렬전화를 이용해도 같은 회선에 있는 이웃의 전화 통화를 엿들을 수는 없지만, 한 번에 한 명만 전화를 할 수 있다는 제약이 따른다. 이 정도라도 15년 전에 비하면 굉장한 도약이다.

북한에서 현재 진행 중인 생활양식 변화의 가장 혁신적 부분은 개인 컴퓨터의 도입이다. 새 컴퓨터를 장만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도 간혹 있지만, 북한 대부분의 컴퓨터는 중국산 중고품들이다. 5~7년 전까지만 해도 가정용 컴퓨터 보유에 대한 질문은 북한 사람들을 놀라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매우 부유한 소수의 북한 사람들은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대답한다. 위에서 언급한 2013년 조사에 따르면 11.1 퍼센트의 평양가구들 (9가구 중 1가구)이 집에 컴퓨터를 가지고 있다. 농촌지역에서의 컴퓨터 보급은 2~3퍼센트 정도로 훨씬 낮은 수준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북한에서는 집에서 인터넷에 접근할 수 없다. 그러나 인터넷 연결 없이도 워드, 스프레드시트 작업, 게임, 영화보기와 같은 다양한 일들을 하는데 있어서 컴퓨터는 여전히 유용하다. 사실 컴퓨터는 합법적이든 아니든 주로 영화를 보고 TV드라마를 보는데 이용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소비활성화 붐은 단순히 가전제품 소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주요 도시에서는 새로운 식당들이 문을 열고 있으며 인기 있는 식당들은 예약을 해야 하기도 한다. 한편 의류산업도 발전하고 있다. 북한가정에서 오랫동안 가장 소중하게 여겨졌던 재봉틀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인기 제품이 아니다. 북한 사람들이 중국산 수입옷이나 중국 제품을 모방해 북한 현지에서 만든 유행 디자인의 옷들을 선호하게 되면서 기성복을 입는 풍토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양인들이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심각한 빈곤이라는 뿌리 깊은 이미지는 오래전 일로 현재 상황과는 다소 다르다. 북한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하지만 10년 전 보다는 조금 나아진 삶을 살고 있다.

이렇게 눈에 띄는 삶의 질 향상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성장한 기술력이 주요인이다. 산업의 성장과 기술 발전은 과거의 많은 사치품들을 지극히 평범한 소비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된 거의 모든 가전제품의 가격은 지난 15년 동안 현저히 낮아져 왔다.

둘째로, 북한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상당히 호전되었다. 정확한 성장률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북한 경제가 성장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 결과 북한의 신흥부자들은 상류층을 대상으로 하는 (대개 개인 소유의) 고급 레스토랑을 방문하거나 새로운 제임스본드 영화를 넓은 화면의 LCD TV로 시청하는 등 소비에 동참할 여유를 갖게 되었다.

글쓴이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Nikolaevich Lankov)는 1980년대에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수학한 세계적인 북한 전문가입니다. 박현비가 번역하였으며 메인사진은 Eric lafforgue가 찍은 것입니다. 원문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NK News 한국어판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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