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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20대 '신안보세대'의 출현?

  • 원성윤
  • 입력 2015.08.26 14:27
  • 수정 2015.08.27 07:11

3. 88명의 전역 연기 장병의 나이는 평균 21.7세

1. 신안보세대의 출현인가

최근 북한군의 포격도발로 전역을 연기했던 강원 철원군 육군 3사단 병사가 26일 전역했다.

이번 북한 지뢰 도발 사태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20대의 안보의식이 눈에 띠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전역을 연기하고, 예비군들은 군복을 꺼내며 인증샷을 찍는 등의 현상에 대해 '신안보세대'의 출현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영향을 받은 20대가 이번 북한의 도발 사건까지 경험하며 축적된 북한에 대한 경험이 이 같은 행동으로 나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YTN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왜냐하면 제가 봤을 때는 가장 큰 원인이 이 세대들이 천안함 사건과 그다음에 연평도 포격사건을 겪었던 그런 세대이기 때문에 그 어느 세대보다 남북한의 대결을 가장 밀접하게 지켜본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원동력이 아무래도 이번 회담을 우리가 유리하게 이끌고 갈 수 있었던 그런 원인의 하나로 보여집니다. (8월26일, YTN)

2. 군복 인증샷에 대해 '좋아요'가 쏟아졌다

남북간 대치상황에 격화되자 SNS 상에서는 '군복 인증샷'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22세 예비역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SNS에 “백두산부대의 굴삭기운전병 출신이지만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칠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대기하고 있겠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자신의 군복을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이 글에는 23일 현재 2,000여명이 ‘좋아요’ 버튼을 눌렀다. 이 밖에도 “명령 대기 중이니 불러만 달라”는 글과 함께 자신의 군복과 군화, 군번줄 등을 찍거나 착용한 사진을 올린 예비역 군인들도 많았다. (8월23일, 한국일보)

3. 88명의 전역 연기 장병의 나이는 평균 21.7세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서 목함지뢰에 이어 포격 도발까지 감행함으로써 최전방부대에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가 내려진 가운데 중서부전선 육군 병사들이 전역을 스스로 미루는 사례가 이어졌다. 사진은 중서부전선 후방에 위치한 5기갑여단의 장병들.

남북 대치 상황 속에 자발적으로 군 연기를 신청한 이들도 있었다. 이들 장병은 모두 88명이다.

조선일보 8월26일 보도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나이는 21.7세로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대부분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었다. 이들은 두 사건을 계기로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확실히 인식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박재혁 병장

"고 1 때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이 일어났다. 내가 군대 입대해 저런 일이 일어난다면 꼭 앞장서서 전투에 나가겠다고 다짐했었다"

김평원 병장

"가족이 살고 있는 일산은 언제든 연평도 포격과 같은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이다. 이번 북한의 연쇄 도발 때 내 손으로 가족과 친구들을 지키고 싶다고 생각해서 전역을 미뤘다." (8월26일, 조선일보)

4. 20대 78.9% "전쟁 나면 참전한다" 30대(72.1%) 보다 높아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로 남북한 군사적 대립이 고조되는 가운데 24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신병 입영행사가 열렸다. 입영 장병들이 거수경례하고 있는 모습.

20대의 안보 의식은 최근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국민안전처 조사 결과 그 수치는 30대 보다 높았다.

올해 6월 국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안전처 조사에서 '전쟁 시 참전 혹은 지원 활동에 동참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20대(19~29세) 응답자의 78.9%가 '그렇다'고 답해 30대(72.1%)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지난 2010년 같은 조사에선 20대의 69%가 '그렇다'고 답했었다. 이는 30대 응답률(81.1%)보다 12.1%포인트 낮은 수치였다. (8월26일, 조선일보)

국가보훈처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 나라 사랑 의식 조사'(11월18~24일)에서도 20대는 65.9%는 우리나라의 안보 수준에 대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30대(57.2%)와 40대(57.3%)보다 높은 수치였다.

5. 안보-애국 분위기에 기업들도 화답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원 SK회장 등 참석자들이 25일 경기도 이천시에서 열린 SK하이닉스 M14 반도체공장 준공 및 미래비전 선포식을 마치고 나서 공장 내부로 이동하고 있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에 발맞춰 기업들도 전역연기를 신청한 장병들에게 기업 채용 등의 특혜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언론을 통해 전역연기를 신청한 장병이 50여명에 육박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우선 채용을 관련 부서에서 검토할 것을 제안해 방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SK는 관련당국과의 협조 등을 거쳐 구체적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전역을 연기한 장병들이 보여 준 열정과 패기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경제 발전에 가장 중요한 DNA가 될 것이다"며 "우리 사회와 기업은 이런 정신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8월25일, 머니투데이)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는 최근 북한의 목함지뢰와 포격 도발 속에 전역 연기를 신청한 장병들의 취업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중견련은 국방부의 협조를 얻어 전역 연기를 신청한 장병들의 중견기업 취업 수요를 파악하고 희망과 적성에 맞는 우수 업체에 적극적으로 취업을 알선할 계획이다. (8월25일, 연합뉴스)

6. 왜? : 일베, 종북주의 혐오, 그리고 촛불세대

이정희 구 통합진보당 대표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종북주의'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적 북한관이 자리잡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젊은이들에게 공감능력이 없는 것처럼 평가됐는데 또래의 군인이 지뢰로 인해 다리를 잃는 상황 등을 목전에서 바라보며, 또 북한과 대치하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겪으며 스스로 군에 남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중략)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젊은이들 사이에 종북주의에 반대하는 보수주의가 자리를 잡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같은 종북·보수주의가 현 정권 들어 부각되고 있는 민족·애국주의적 감정과 결합하면서 스스로 전역을 미루는 병사들이 나오게 된 것이다." (8월25일, 뉴스1)

구 교수가 말하는 특정사이트는 '일간베스트'를 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베'의 하루 평균 순방문자숫자는 100만명을 넘어갈 정도로 영향력이 높아졌다. 특히 일베가 내세우는 '종북주의'에 대한 혐오 등이 놀이처럼 취급되며 10~20대 사이 '반종북' 의식화에 일정부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닐슨코리안클릭 조사를 보면, 극우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의 지난 4월 한달 모바일 기준 순방문자(UV) 수는 약 173만2420명이었다. 전체 커뮤니티 가운데 8위다. 네이버 밴드, 이글루스, 빙글, 워드프레스 등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보다 상위다. 일베 이용자 연령을 고려하면, 10~20대에서는 더 높은 순위일 것으로 추정된다. (5월15일, 한겨레)

이 같은 20대 '신안보세대' 구축에 대해 그동안 정치학적으로 젊을수록 진보적이라는 구도 자체도 새롭게 봐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내일신문이 유권자 1600명을 대상(95%신뢰수준, 표집오차 ±2.5%P)으로 실시한 '2015 유권자 의식조사'(2014년12월19일~23일 조사)에서 전통적 진보가치로 대접받았던 '남북협력'에 대한 의견은 확실히 다르다.

내일신문 1월2일 보도에 따르면 "전체 연령대에서 '남북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75.0%)이 다수를 차지했지만 무상복지·촛불세대의 40% 가까이가 '반대' 입장을 내놨다"며 "'유신체제세대'(55~64세·69~79학번)나 '유신이전세대'(65세·68학번 이상)보다 더 강경한 태도"라고 설명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20대가 보수화됐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 관련 의제가 20대의 이념성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유효하지 않다는 이야기"라며 "진보를 구성하고 있는 내용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호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지난 1월5일 '내일신문' 전문가 기고글에서 "2030세대는 결코 한 묶음이 아니었다. 이념 성향으로만 보아도 젊을수록 진보적이고 나이 들수록 보수적인 기존의 패턴이 사라졌다. 20대 후반이 30대보다 보수적이었고, 30대 후반은 20대보다 진보적일 뿐 아니라, 전 연령대를 통 털어 진보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내일신문에 따르면 이 위원은 촛불세대에 대해 “이들은 세계경제를 뒤흔든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저성장과 양극화의 구조화를 겪고 있는 세대다. 일자리 부족으로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을 겪으며 사회에 내몰리고 있는 세대”라며 “이번 조사에 따르면, 촛불세대는 젊은 세대 중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나타났다.지난 5년 동안 각종 선거자료에서 20대가 30대보다 더 보수적으로 나타났던 배경에는 20대 후반인 촛불세대의 보수화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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