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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 자살사건: 블랙박스 영상 28분 분량이 사라졌다

ⓒ한겨레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해킹 의혹 사건과 관련해 10일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달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직원 임아무개(45)씨의 수색 현장이 찍힌 구급차 블랙박스 영상 중 일부가 삭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정원 직원이 경찰보다 먼저 도착해 현장을 훼손했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영상을 고의로 지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남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현장에 출동한 구급차) 블랙박스를 보면 낮 12시30분부터 12시58분 사이에 28분간 영상이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이날 경찰과 소방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은 오전 11시55분께 임씨의 주검을 발견하고 현장 근처에 있던 ‘임씨의 직장 동료’라고 밝힌 국정원 직원에게 연락한다.

그로부터 8분 뒤인 낮 12시3분께 국정원 직원은 현장에 도착하고, 경찰은 다시 그보다 47분 늦은 12시50분께 현장에 닿았다. 국정원 직원이 경찰 도착 전까지 현장에 있었던 시간 가운데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영상이 없는 것이다.

소방당국의 석연찮은 해명도 의혹을 키운다. 조송래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장은 “현장에 있는 직원들한테 듣기에는 경찰을 기다리는 와중에 이렇게 더이상 조치할 사항이 없어서 구급차 시동을 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블랙박스 영상은 차량에 시동이 걸렸을 때만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의원은 “시동을 꺼서 블랙박스가 꺼졌다면 다시 시동을 켰을 때는 영상에 (구급차가) 정지된 화면부터 나와야 하는데, 재개된 영상을 보면 움직이는 화면이 나온다”며 “이를 어떻게 신뢰하냐”고 지적했다.

임씨의 수색 현장에 국정원 직원이 경찰보다 먼저 도착해 현장을 훼손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박 의원은 “사건 당일 소방대원이 국정원 직원과 휴대전화로 세차례 통화한 뒤, 국정원 직원이 (낮 12시50분께 현장에 도착한) 경찰보다 50분 먼저 임씨의 주검 상태와 마티즈 차량 등 현장을 살펴봤다”며 “경찰만 뒤늦게 따돌림을 당했는데 이런 게 정상적인 나라인가”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민기 의원은 “경찰이 연락을 받고 (임씨의 사망) 현장에 도착하는 데 50분이나 걸렸다”며 “(수색 과정에서) 소방이 경찰에게 위치를 잘못 알려줘 경찰이 현장에서 560m나 떨어진 곳으로 갔다. 소방을 국정원이 장악하고 있어서 경찰을 이리저리 돌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방당국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조송래 중앙소방본부장은 “국정원 직원은 당시에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아 현장 소방대원들은 국정원 직원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소방대원도 이날 회의에 출석해 “수색을 하다 보면 동료 직원이나 가족과 함께 요구조자를 찾을 일이 생긴다”며 “당시 임씨의 동료 직원이 국정원 직원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경찰이 임씨가 숨진 채 발견된 마티즈 차량을 사건 당일 유가족들에게 넘겨줘 나흘 뒤 폐차되도록 방치한 것도 사실상 국정원의 증거인멸을 방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주승용 새정치연합 의원은 “유족인 (임씨의) 매형이 폐차를 의뢰해 진행한 타이어업체가 공교롭게도 국정원과 10여년간 거래를 해온 업체였던 것을 알았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강신명 청장은 “임씨 차량은 당일 현장감식이 끝나 더 이상 증거물이 될 수 없어 가족들에게 즉시 인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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