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음식을 하려고 보면 재료가 마땅치 않거나 손이 너무 많이 가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 이런저런 별미 반찬을 찾다보면 반찬에 쏟는 정성을 반이라도 돌려 밥부터 맛나게 해보자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럴 때 쉽게 할 수 있는 음식이 옥수수밥이다.
옥수수는 통째로 먹을 수 있어 귀한 곡식이다. 쌀이나 보리, 수수, 조 등은 껍질째 먹을 수 없어 껍질을 벗겨내고 먹어야 한다. 하지만 풋옥수수만은 누구나 통째로 즐겨 먹는다. 통째로 먹으면 곡식의 영양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
쌀을 깨끗이 씻고 옥수수 알갱이를 듬뿍 섞어 밥을 안치면 누구나 쉽게 옥수수밥을 지을 수 있다. 이 때 옥수수는 따자마자 익히는 것이 더 맛이 좋다. 옥수수는 따면서부터 단맛이 전분으로 바뀌기 시작해서 그렇다. 금방 딴 옥수수는 소금만 조금 넣고 삶아도 달다. 그래서 시골에서 갓 딴 옥수수가 더 맛있는 것이다. 직접 옥수수를 딸 수 있다면 까치가 파먹은 옥수수를 고르면 좋다. 까치는 귀신같이 옥수수가 먹기 좋게 여문 걸 알아채 콕콕 파먹는다고 한다.
옥수수를 손질할 때에는 겉껍질만 벗겨도 된다. 물에 씻으면 씻을수록 단맛이 빠진다. 안 씻어도 괜찮고 꼭 씻어야 직성이 풀린다면 슬쩍 씻는다. 옥수수수염은 옥수수의 암술이다. 이 암술 하나가 꽃가루받이를 하면 옥수수 한 알을 맺는다. 그 기운 때문인지 옥수수는 속껍질도 수염도 붙은 채 삶는 게 좋다. 껍질과 수염에서도 맛과 영양이 우러나온다.
옥수수를 삶은 물도 몸에 좋다. 그 물도 마시거나 음식에 넣어도 좋다. 먹다 남은 옥수수는 알갱이만 따서 모아 냉동실에 저장한다. 죽이나 수프를 끓여도 좋지만, 밥에 넣으면 소금으로 밑간을 한 옥수수가 들어가 밥이 더 맛있어진다. 옥수수밥. 톡톡 터지며 씹히는 맛이 좋다.
장영란 <숨쉬는 양념 밥상> 저자의 기고글을 다듬어 소개했습니다.